눈을 자기 발밑으로 깔면 주위 한 평 정도 땅밖에 보이지 않을 것이다.그런데 조금 더 눈을 들면 자기가 사는 마을이 보이고, 좀 더 들면 자기가 사는 도시가 시야에 들어오고, 그러다가 눈을 들어 하늘을 보면 온 우주가 내 눈 속으로 들어온다.이렇게 우리 머리 위로는 137억 광년이나 되는 아득한 저편까지 펼쳐진, 지금도 계속하여 팽창하고 있는 우주가 있다.그런데 우리는 우리 머리 위에 그렇게 광활한 우주가 펼쳐져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오직 눈앞에 펼쳐지는 작은 세상사에만 눈을 번뜩이며 탐욕에 눈이 어두워 남을 해치고, 배반하고
시니어 문제에 천착한지 이제 1년하고도 6개월.이 1년 6개월의 기간 동안에 국내의 시니어에 대한 인식은 많이 일반화 내지는 활성화 되었다.메이저 신문사에서도 시니어 판을 따로 발행하고 있고, 유수의 인터넷신문사에서도 시니어 전문 잡지를 구상하고 있을 뿐 아니라, 모 건설사에서도 시니어 전문 잡지를 준비하고 있다라는 소문이고, 정부에서도 시니어 문제의 심각함을 인지하여 그 대책을 만들고는 있으나 아직 폐부로 느낄 만한 성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지금 현실적으로 시니어들은 퇴직이라는 절차를 거쳐 사회에 버려(?)지고 있는데 과연 이들을
나는 할아버지가 무서워요운경 이재형 선행을 생각할 때 나는 곧 우리정치사의 비극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선생의 삶 자체가 곧 우리 정치의 비극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내가 정치에 입문했던 시기는 선생이 10년간의 침묵을 깨고 다시 정계에 복귀했던 바로 그 시점이었는데, 선생은 어렵게 결단을 내렸던 이 복귀에서도 다시 한 번 크나큰 상처를 받은 채 돌아서야만 했다.바로 그 과정을 지켜봐야 했던 나였기에 선생에 대한 안타까운 심정은 각별할 수밖에 없으며, 또한 막 정치에 입문했던 나였기에 그 모든 과정은 더 큰 충격이었다. 이제 선생
그러고 보니…… 파리가 그립다.파리의 고약한 겨울 날씨가 생각난다. 찬비가 내리면 비에 젖은 우울한 거리에 낡은 도시의 온갖 서글픔이 난데없이 모습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파리의 뒷골목에 비가 내리고 하수구가 역류하며 악취가 허공으로 퍼져나간다. 남루한 차림의 알코올 중독자인 집시 노인이 비를 맞고 걸으면서 투덜댄다. “언제나 늙어가고 삶은 어느덧 지나가버리고 없네.”파리의 우울.보들레르가 말한다. “나는 그대를 사랑한다. 오, 더러운 도시여! 늙은 창녀에 취한 늙은 호색한처럼, 그 지독한 매력이 나를 끊임없
박근혜 대통령이 안대희 전 대법관을 차기 국무총리로 발탁하고 남재준 국가정보원장,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을 전격 경질하는 인사를 단행했다.안 총리 후보자는 대검 중수부장 시절 새누리당 전신인 한나라당의 이른바 '차떼기 대선자금'을 수사하며 살아 있는 권력에도 정면으로 맞섰던 인물이다.세월호 참사 이후 국가개조 수준의 정부조직 개편이나 법률 정비가 필요한 이때에 그의 법률적 지식과 원칙, 소신에 거는 기대가 크다. 전임자보다 10년 이상 젊은 59세라는 점도 그의 패기를 기대하게 한다.그러나 안 후보자도 정홍원 총리에 이어 법조인 출
은행원 생활 20년, 그리고 사회에 나와 사업을 시작한지 15년.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기업체들을 대출이라는 명목하에 옆에서 지켜보고, 내 사업이랍시고 직접 해보고 나니 수많은 기업인들을 만나게 되었다.80년대 초 고도 성장기에는 영등포 구청 근처에 공장들이 무척 많았다. 그리고 많은 젊은이들의 창업 열의는 대단했다. 당시에 율산그룹이니, 제세그룹이니 또 대우그룹이니 하는 성공 기업들이 있어 젊은이들을 창업의 현장으로 내몰 동기가 충분했다.그러나 지금은 정부에서 젊은이들을 향하여 창업일선으로 나가라 나가라 라고 등을 떠밀어도 섣
원로라는 말은 어떤 업에 오래 종사하여 경험과 공로가 많은 사람을 일컫지만 우리 사회에 얼마나 많은 자칭 원로가 득세하였던가. 그 고리타분한 단어가 풍기는 역겨운 여운 때문에 나는 그걸 질색한다. 당연히 나는 원로 변호사가 아니다. 내가 무슨 경험과 공로가 많은 변호사라고 할 수 있겠는가. 다만 내가 자칭 고참 변호사라해도 별 무리는 없으리라.법조인 경력 근 30년에 얼마나 많은 소장과 준비서면, 기타 법률문서를 작성, 제출하였는가. 그런데 소장과 준비서면은 그 독자가 우선적으로 판사라고 할 수 있으니 우리는 판사를 설득하기 위해
변호사란 숙명적으로 남의 분쟁 속에 들어가야 하는 직업이다. 그러다보니 주위에서 화를 내는 사람, 화 때문에 고통스러워하는 사람, 화 때문에 파멸된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된다. 예전에 법원에 있을 때 담당했던 한 형사사건이 기억난다.부부싸움을 하다가 남편이 화가 나니, 석유통을 들고 와 아내의 몸에 석유를 뿌리고는 라이터를 손에 들고 불을 붙이겠다고 한다. 그러나 아내는 이에 수그러들기는커녕 오히려 불을 붙일 테면 붙여보라며 대든다. 남편은 겁만 주려고 라이터를 켰으나 그만 아내 몸에 불이 붙어버렸다.순식간에 아내는 불길에 싸이고,
만 달러와 연기처럼 사라진 천 달러축구와의 인연은 대학시절로 끝나지 않았다. 나는 정치에 들어온 후 곧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을 맡게 되었다. 대학시절부터 형성된 인맥이 인연이 된 것이다. 그러면서 당시 한국 축구팀의 단장을 맡아 두 번의 국제경기를 치루었다. 그런데 나는 그 두 번의 국제경기를 결코 잊을 수가 없다. 그 두 번의 국제경기를 치루면서 내 생애 최고의 해프닝이 벌어진 것이다.당시 LA올림픽 아시아 최종 예선은 싱가폴에서 치러졌는데 사우디와 마지막 접전을 앞둔 상태였다. 그런데 당시만 해도 아시아 축구에는 심판의 불공정 사
1972년 10월.우리는 민족의 영영한 빛을 보았다.10월 유신, 100억불 수출, 1,000불 소득.당시 중학교 3학년으로 일생일대의 갈림길인 고입에 매진하여야 할 16세의 하찮은 우리에게 선생님들께서는 진학 지도고 뭐고 다 팽개치(시)고 각 동네별로 구역을 정하(시)어 친히 이장님들을 찾아 댕기(시)며(=다니시며) 홍보 하시기에 바쁘셨고, 또한 문교부께서는 친절하게도 고입 시험 중 사회 과목에 나오는 헌법 및 법률 문제는 구 헌법, 구 법률에서 출제하(시)기로 하시었다,그 덕분에 우리는 아무 짝에도 필요없는 죽은 법률을 죽어라고
1. 사법시험 합격9월 중순을 넘어서면 계절은 벌써 가을 기운이 완연한데 한 해도 훨씬 기울어져 있어서 허전하기 짝이 없고, 나르는 화살처럼 빨리 흘러가는 세월이 아쉬워서는 지독히 무더워서 짜증스러웠던 한여름이 새삼스럽게 그립기조차 하는 것이다.10년 가까이 연례행사처럼 이때쯤이면 몹시 초조하고 불안하여 가위눌린 기분으로 식욕은 없고, 때로는 다소 멍한 상태에서 일종의 가벼운 기억상실증까지 나타나는 것인데, 그것은 다름 아닌 고시 합격자 발표가 점점 코앞에 다가오고 있기 때문인 것이다.이런 심정은 아마 무슨 시험이건 시험을 치러본
재판을 하다보면 사소한 것에도 끙끙 앓는 사람을 보게 된다.이런 사람은 재판장이 큰 의미 없이 내뱉은 한마디에도 당장 재판이 어떻게 되는 것 아니냐며 안절부절못한다. 그래서 별 것 아니니 걱정하지 말라고 말을 해주어도 좀처럼 걱정을 내려놓지 못한다.물론 보통 사람이 송사에 휩싸인다는 그 자체가 큰 고통이요 근심거리이긴 하지만, 어차피 근심한다고 해결될 것이 아니라면 사소한 것은 놓아버리고 일상의 삶을 계속해야 할 것 아닌가?샤르마 박사는 사업가들이 갖고 있는 근심의 세계를 분석해보니 그 중 54%는 결코 일어나지 않을 일에 대한 것
나의 대학생활은 참 엉뚱했다. 중고등학교 때부터 교실보다는 체육관을 좋아했던 나는 결국 대학에 가서도 체육관, 그 중에서도 축구부에서 살다시피 했다.내가 엉뚱하다고 말한 건 그러면서도 내가 결코 축구선수가 아니었다는 사실 때문이다. 대학 축구부면 국가대표 선수들이 쟁쟁한 마당인데, 기계체조 조금 한 내가 낄 처지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래도 고려대 축구부의 역사에서 나의 존재는 빠질 수가 없다.축구부의 이단아! 그 이상한 인연으로 하여 훗날 대한 축구협회 부회장이 되어 쿠알라룸푸르에서 난데없이 스트립쇼까지 벌여야 했으니 그 또한 어디
얼마 전 친구로부터 전화가 왔다.요즘 어떻게 지내?글쎄 어떻게 지내는지 나도 잘 모르겠어.그러게 말야. 요즘은 사는 게 사는 것 같지도 않고, 그동안 뭘 하고 살았는지 조차 가물가물 거리는 게 꼭 눈 속에 파묻혀 있다가 세상에 나온 느낌이야. 정말 모든 것이 안개 속인 것만 같은 요즘이다.내일 모레로 다가 온 선거판이 그렇고, 연일 하한가를 기록하고 있는 환율이 그렇고, 경기가 바닥이라고 소비 촉진책을 강구한다고 하는 이 상황도 그렇고, 정말 모든 것이 어찌 돌아가는 건지 모르겠다.세월호도 역시 그렇고, 구원파가 그렇고, 아! 이런
흔히 인재는 한 사회에서 대비만 철저히 했다면 안 일어 날 수도 있는 사고에 대해 안전을 소홀히 하여 일어난 경우를 말한다.물론 천재는 지진ㆍ홍수ㆍ태풍 따위와 같이 자연 현상에 의해 빚어지는 재앙이다.그럼 안전사고란 무엇인가사전에는 ‘사건을 일으키는 본래의 목적에 반하는 행위가 일어나서 신체적 물질적 피해를 일으킨 것’이라 정의하고 있다.예를 들어 낙엽을 태우려고 하는데 낙엽을 잘 태워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면 그것으로 끝인데 낙엽 중 몇 개가 날라가 옆의 논을 태우고 거기 있는 사람에게 상해가 발생했다면 그것은 안전사고라 말할 수
일개 부대를 동원시킨 의정부 사건‘아이스크림’이 6개 학교로 퍼져나가면서부터는 점점 누가 아이스크림인지도 모를 지경이 되었다. 그렇다고 특별히 무슨 체계를 갖추거나 회장이 있거나 하는 클럽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 안에서 각자 또래를 형성해서 자기들끼리 어울려 다니곤 했다.쉽게 말하면 통제가 안 되기 시작했던 것인데, 따져놓고 보면 누가 진두지휘해가며 달리 거창하게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닌 터에 그것이 크게 문제 될 것도 없었다. 창립멤버였던 우리 열 명은 또 우리대로 우리끼리만 함께 다니곤 했다.그런데 하루는 ‘도봉산에 모이자’는 연
국가보안법 위반죄법정은 팽팽한 긴장감이 감돈다.피고인은 여전히 벨기에제 특수 수갑을 찬 채 서있다. 헝클어진 긴 머리와 덥수룩한 수염이 거의 얼굴을 삼켜버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형형한 눈빛은 정면으로 재판장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다.방청석에는 수십 명의 교도관, 사복 경찰들이 자리를 전부 차지하고 무표정하게 앉아있다. 그때 피고인의 가족들은 법정 밖 복도에서 겨우 서성거리고 있을 뿐이다. 법정 입구에는 제복을 입은 건장한 법정 수위 몇 명이 지키고 서있었는데, 법정이 만원이어서 더 이상 들어갈 수 없다고 위압적으로 말하면서 거칠
데카르트로부터 시작된다고 할 수 있는 서구의 근대 합리주의적 세계관은 정신과 물질을 둘로 나누는 이원론적 세계관이다.그리고 이러한 이원론적 세계관은 뉴턴으로 대변되는 근대 자연과학의 발달로 우주를 아무런 정신이 끼어들지 않는 정교한 기계장치로 보는 기계론적 자연관으로 연결된다.이러한 이원론에서는 단순한 기계 장치에 불과한 자연은 인간이 언제든지 자기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객체에 불과한 것으로 여긴다.그렇기에 자본주의가 발달하면서 끝없이 이윤을 추구하는 인간의 욕망은 자연에서 좀 더 많은 이익을 캐내고자 자연을 착취하고, 그 결과
결론?대한민국 전 국민은 지금 감정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서울 시청 앞에 차려진 “세월호 희생자 합동 분향소”엘 다녀왔다.한번에 50여명씩 분향을 하는데 덕수궁에서 건너오는 건널목까지 줄을 서 있었다.일종의 군중 지양의 성격 때문에 가급적이면 그런 자리에 잘 가지 않았지만 이번 만큼은 꼭 가야 할 것 같아서 부러 시간을 내 갔다.날씨는 햇볕이 쨍쨍한데 사람들은 하나 같이 무겁고, 칙칙하고, 그렁그렁한 낯빛으로 조용히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날이면 날마다 터져 나오는게 어이없는 이유들일 뿐이고, 무슨 종교에 연관되었다는 얘기가 나오더
사춘기 때면 누구나가 사로잡히는 하나의 화두가 있다. 바로 ‘멋지게 살자’이다 어른들이‘좋다’고 하는 것은 기를 쓰고 ‘아니다’며 고개를 젓고 어른들이 ‘가라’는 길로는 또 죽을 용을 쓰며 고개를 돌린다.그리고는 이른바 ‘개똥철학‘으로 ’중무장‘을 하고는 세상이 온통 자기를 내치는 것만 같은 근거없는 고립감에 시달리곤 한다. 나 역시 그랬다. 당시 내가 가장 거부하고 싶었던 것은 어른들이 하나같이 ‘좋다’고 말하는 ‘경기중고등학교’라는 것이었다.소위‘일류’가, 그리고 그 중압감이 그렇게도 싫었던 것이다. 내가 생각할 때 ‘어른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