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북구 전세난에 매매가보다 비싼 아파트 전세 등장
최근 전셋값이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가을 이사철을 맞아 전셋값이 연일 치솟고 있다. 심지어 서울과 수도권에서도 집값보다 비싼 전세가 속출하고 있다. 전세 들어갈 돈이면 집을 사고도 남는다는 얘기다.

이른바 '깡통전세'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부동산114가 국토교통부의 8월 매매·전세 실거래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한달간 매매·전세 거래가 동시에 있었던 수도권 1291개 주택형(단지·평형별) 가운데 12%인 155건의 전세가격이 매매가의 90% 이상에 계약됐다.

특히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 90% 이상 단지 가운데 전세가격이 매매가격보다 비싼 주택형도 29곳(18.7%)에 달했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매매·전세가 모두 이뤄진 405개 주택형 가운데 전세가율 100% 이상이 9건, 90% 이상은 48건(12%)이었다. 경기도는 766개 주택형 중 전세가율 100% 이상이 17건, 90% 이상은 98건(13%)으로 나타났다. 인천은 120개 주택형 중 전세가율 100% 이상이 3건, 90% 이상은 9건(8%)으로 분석됐다.

전세가율도 고공행진 중이다. 지난달 KB국민은행이 집계한 수도권 아파트 전세가율은 72%, 서울은 70.9%로 1998년 조사 이래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거침없는 전셋값 상승은 매매가격도 끌어 올리고 있다. 서울의 경우 37주 연속 매매·전세가격이 동반 상승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9월 셋째주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34% 상승하며 지난주 전셋값 변동률보다 0.11%p 커졌다.

전셋값 상승 폭이 확대되자 6주 연속 주간 0.09%의 상승률을 유지하던 매매가격이 금주 0.10%를 나타냈다. 전세물건이 부족한 지역을 중심으로 매매전환 수요가 이어지면서 주간 매매가격 상승폭이 소폭(0.01%p) 커졌다.

신도시와 경기·인천도 매매·전세 모두 오름세다. 매매는 신도시 0.03%, 경기∙인천 0.05% 상승했다. 전세는 신도시 0.11%, 경기·인천 0.16% 올랐다.

부동산114 관계자는 "추석 명절 연휴 이후 이사철이 본격화되면서 매매·전세 동반 상승 분위기는 계속될 것"이라며 "특히 전세시장은 저금리 등에 따른 영향으로 전세 공급이 부족하지만 월세전환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서민, 중산층이 체감하는 주거비 부담이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소위 '미친 전세'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일단 전세가 워낙 귀해 전세값이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아파트의 월세 전환이 늘어나면서 전세 물량은 더욱 부족해지고 있다.

가을 이사철을 맞아 전세를 원하는 사람은 많이 늘어난 반면 여전히 부동산 경기에 대한 우려로 내집 마련이 쉽지만은 않다는 점도 한몫하고 있다.

집을 살 수 있는데도 집을 사지 않고 '깡통전세' 위험을 무릅쓰고 굳이 전세를 고집하는 것도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이럴수록 집값은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게 이유다.

전문가들도 전세가율이 너무 높으면 세입자가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깡통전세' 우려가 높아 수요자들의 주의를 당부했다.

NH투자증권 김규정 부동산 연구위원은 "지역별로 평균적인 전세 비중, 집값에 비해서 전세가격의 비율이 거의 80%, 90%까지 높아진 케이스들이 많아지고 있다"며 "그 정도 가격을 감내하고 들어오는 후속 세입자가 없다거나 아니면 집값이 조금만 떨어지게 된다고 해도 전세 보증금을 다 안전하게 돌려받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전체는 아니더라도 상당 부분의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게 되는 경우들이 발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부동산114 김은선 책임연구원은 "서울의 강북이나 외곽처럼 집값이 싼 곳에서는 집값에 육박하는 전세거래로 깡통 전세에 대한 우려가 높아 수요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며 "전세금 안심대출이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등에 가입해 전세금 미 반환사고에 대비한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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