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이나 갈비찜 등 우리나라 명절 음식은 기름지다. 추석에 먹는 송편이나 후식으로 먹는 수정과, 식혜 등은 달달하다.

먹을 때에는 행복하지만 워낙 칼로리가 높은 탓에 3~4일 정도 되는 추석 연휴를 보내고 나면 체중이 1~2㎏씩 늘어나는 사람이 적지 않다.

기름에 튀기고 볶는 등의 조리 방식 탓에 고열량, 고지방 음식이 많은 탓이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명절 연휴기간 1일 에너지 섭취량은 한국인 1일 평균 에너지 섭취량(2000㎉ 내외)의 2~3배 정도다.

열량 뿐 아니라 나트륨 함량이 높을 수 있어 건강관리를 위해서는 유의할 필요가 있다.

◇추석 음식 열량 어느정도 될까

만약 나물비빔밥 1인분과 토란국, 동태전, 화양적, 소고기산적, 김치 등으로 한 끼 식사를 마친 뒤 후식으로 깨송편, 과일, 식혜까지 먹었다면 에너지 섭취량은 1350~1500㎉로 추정된다.

한국인 1일 평균 에너지 섭취량의 절반을 훌쩍 넘어서는 열량을 한 끼에 섭취하게 되는 것이다. 성인 남성의 하루 권장 섭취 열량(2500㎉)의 절반도 넘어선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완자전 3개는 84㎉, 호박전 50g 35㎉, 조기구이 1마리 112㎉, 돼지갈비찜 3조각 324.4㎉, 잡채 200g 296㎉, 약식 2개 244㎉ 등이다.

잡채나 돼지갈비찜은 나트륨 함량이 각각 960㎎, 745㎎ 등으로 높은 편이다.

가족이 모두 모여 정성을 쏟아 만드는 음식이라 서로 권하게 돼 과식까지 하게되는 경우가 많다.

보라매병원 가정의학과 오범조 교수는 "전을 지져먹는 것은 밀가루를 기름에 부치는 것이라 열량이 높을 수 밖에 없다"며 "명절 음식 중에는 송편 등 탄수화물 섭취가 늘게 된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오랜만에 만난 가족들과 회포를 푸느라 평소보다 많은 술을 마시게되고, 안주까지 곁들이면서 섭취하는 열량은 겉잡을 수 없이 불어난다.

◇만성질환 있는 사람들은 '특히 조심'

경희대병원 내분비내과 이상열 교수에 따르면 당뇨환자는 떡, 밥, 국수, 튀김 등 탄수화물 함량이 높은 음식과 당도 높은 과일 섭취를 주의해야한다. 이런 음식들은 체내에서 신속히 단순 당으로 대사돼 혈당이 급격히 올라간다.

뿐만 아니라 남은 영양분이 지방 형태로 축적돼 혈당 조절에 악영향을 주게 된다.

당뇨환자들은 복숭아, 포도, 감보다 사과나 배같이 상대적으로 혈당을 덜 올리는 음식을 골라먹는 것이 좋고, 고단백 음식인 콩, 두부, 기름에 튀기지 않은 생선, 나물 등을 섭취해도 큰 문제가 없다.

올바른 식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고혈압도 폭식하면 혈압이 오르고 콜레스테롤 수치가 증가해 주의가 필요하다. 명절 음식을 가급적 싱겁게 먹고 지방이 많은 것도 피하는 것이 좋다.

콩팥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해 몸 속의 노폐물을 배출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만성콩팥병 환자는 짜고 단 명절음식을 먹다 자칫하면 생명을 위협받을 수 있다.

만성콩팥병의 '적'인 칼륨이 많이 포함된 과일을 섭취하면 고칼륨혈증이 유발되거나 감각이상, 반사저하, 호흡부전 등의 증세가 나타날 수 있어 과일을 먹을 때에도 조심해야한다.

이 교수는 "평소 혈당관리를 잘하던 환자도 명절 이후 상태가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 당뇨환자는 꾸준하게 식이조절을 하는 것이 병을 다스리는 최고의 치료법"이라며 "만성콩팥병 환자도 꾸준히 지켜온 식생활 리듬을 잃지 않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튀기고 볶기보다 찜·무침·조림으로

명절 음식을 아예 안 먹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최대한 명절 음식을 건강하게 조리해 먹는 것이 건강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은 두부, 버섯, 채소 등을 사용해 열량을 최소화하고 기름을 충분히 제거하는 것이 건강한 명절 음식을 만드는 길이다. 달라붙지 않는 후라이팬을 쓰면 기름의 양을 70% 이상 줄일 수 있다는 것이 농촌진흥청의 분석이다.

나물은 기름에 볶는 대신 무치거나 데치고, 남은 전이나 부침 등은 기름을 다시 사용하지 않고 데워야 지방 함량을 줄일 수 있다. 물로 볶다가 참기름으로 맛을 내는 방법도 있다.

쌀가루에 쑥이나 모싯잎, 수리취 등을 넣어 송편을 만들면 칼로리를 낮추는 효과가 있다. 모싯잎의 경우 칼로리를 16% 정도 낮출 수 있다. 송편 소를 깨가 아닌 콩, 팥으로 하는 것도 칼로리를 낮추는데 도움이 된다.

국거리용 쇠고기 부위를 양지 대신 사태로 바꾸거나 보이는 지방과 껍질을 없애고 육류 요리를 하는 것으로도 지방 섭취를 줄일 수 있다.

당면과 고기, 채소 등을 기름에 볶아 칼로리가 높은 잡채도 당면 대신 곤약을 얇게 채 썰어 넣으면 열량이 낮으면서도 잡채의 식감을 느낄 수 있다.

나트륨 섭취를 줄이려면 소금 대신 마늘, 생강, 고춧가루 등 천연재료를 활용하고 조림보다 소금 간을 하지 않은 구이 요리를 먹는 것이 좋다. 국을 먹을 때 국물보다 건더기 위주로 먹는 것도 나트륨을 적게 섭취할 수 있는 방법이다.

양념이 많은 갈비찜, 불고기 대신 수육으로 먹는 것도 나트륨을 줄인 명절 음식을 즐기는 방법이다. 수육은 물에 넣어 삶기보다 찜솥에 얹어 찌면 기름기는 빼고 수용성 영양 성분은 보존된다.

과식은 먹을만큼만 덜어먹는 등 스스로 조심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오 교수는 "수분 섭취를 충분히 하면 배가 부른 느낌이 있어 음식을 덜 먹는 효과를 볼 수 있다. 포만감을 느끼게 해주면서 열량은 거의 없는 녹차 등으로 수분 섭취를 충분히 하는 것도 과식을 피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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