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크 트웨인의 미스터리한 이방인'
 "'너희는 이제 그 과일들이 나온 근원지에 가게 될 거야. 너희가 먹고 싶은 것은 모두 거기에 있어. 굳이 이름을 말할 필요도 없어. 내가 너희와 함께 있는 동안에는 그냥 마음속으로 바라기만 해. 그럼 원하는 것을 찾게 될 거야.' 이 말은 사실이었다. 이토록 환상적이고 재미있는 일은 처음이었다. 빵, 케이크, 온갖 디저트, 견과류,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있었다."(28~29쪽)

"사탄은 위풍당당했고 눈과 얼굴에도 생기가 돌았다. 반면 빌헬름은 너무도 침울하고 의기소침했다. 세피와 나는 비로소 마음을 놓았다. 사탄이 진술한다면 판사든 청중이든 설득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였기 때문이다. 검은색이 흰색이 되고 흰색이 검은색이 될 수도 있었다. 아니, 마음만 먹으면 어떤 색도 될 수 있었다."(182쪽)

미국 소설가 마크 트웨인(1835-1910)이 쓴 '마크 트웨인의 미스터리한 이방인'이 국내 번역 출간됐다.

이 책은 '톰소여의 모험' '허클베리 핀의 모험'의 저자 마크 트웨인의 유고작이다. 그동안 국내 독자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았던 마크 트웨인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할 수 있는 기회다.

'마크 트웨인의 미스터리한 이방인'은 '이방인'이라는 제목에서도 엿볼 수 있는 것처럼 이 디오니소스 프로젝트의 의미를 잘 나타내준다. '디오니소스'는 니체에게 이성의 상징인 아폴론적인 것과 대척되는 감성을 상징한다. '미스터리한 이방인'은 우리에게 익숙한 모든 것에 대해 대척점에 서 있는 상징적 개념인 '생각의 손님'으로 다가온다.

이 책의 저자가 가졌던 이미지에 대한 낯선 느낌, 그리고 우리 인간의 존재와 운명에 대해 이 책에서 펼쳐 놓는 신랄한 독설적 유머, 마크 트웨인의 사연 많은 유고작의 비하인드 스토리 등에 대한 낯설음 등에 대해 고정 관념을 깨뜨리는 '이방인'으로 작용한다.

중세 오스트리아의 작은 마을 에셀도르프에 나타난 이방인은 우리가 가졌던 고정 관념들에 대해 '생각의 망치'를 휘두른다. 우리의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신랄한 풍자를 통해 인간 존재의 반성에 대한 심각한 유머를 선사해준다.

또 마크 트웨인이 사망 전에 미완성으로 집필했던 마지막 소설의 여러 가지 버전 중에서 문학적으로 가장 완성도가 높은 버전으로, 마크 트웨인이 생애 마지막에 집필해 사후(1916)에 출간된 유고 작품이라는 점도 의미가 있다.

이 책의 기획자는 "'생각의 손님'인 미스터리한 이방인을 한참 따라가다 보면 '어린 왕자'가 문득 떠올려질 수도 있다"며 "'낯선 이방인'이 마크 트웨인 식의 '어린 왕자'는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자신의 별로 돌아갔던 어린 왕자가 우리들에게 다시 돌아와 보내는 메시지의 또 다른 은유가 아닌지 모르겠다. 물론 꽤 신랄한 풍자가 들어 있는 독설로 우리를 정신없게 만드는 조금은 낯선 어린 왕자이지만 말이다"고 밝혔다.

옮긴이 오경희는 "마크 트웨인은 살아있는 동안 '미스터리한 이방인'을 독자들에게 내놓지 않았다"며 "다시 말해 이 작품이 새뮤얼 클레멘스의 세계관을 담았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마크 트웨인으로서 드러내고 싶지 않은 세계관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이 작품을 거울삼아 현재의 자신을 들여다보는 것이 아닐까 싶다. 부디 이 작품을 읽고 존엄한 인간성을 회복하려고 노력하는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38쪽, 1만1000원, 책읽는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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