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배 기자] 경기불황의 여파인가 최근들어 각종 귀중품 받고 3주 단기로 돈을 빌려 주는 눈물의 '전당포' 가 호황을 누리고 있다.

귀금속·핸드백은 기본이고 태블릿 등 전자기기, 고급 술, 심지어 대통령훈장까지 들고 오는 경우가 있다고 한 전당포 주인은 말했다.

다음은 그가 말한 사례다.

"A씨(여·30대)는 남편 몰래 대출을 받기 위해 서울의 한 대형 전당포를 찾았다.

전당포에 맡길 물건은 결혼 반지의 '다이아몬드' 파트. 업체에서는 이를 감정해 400만원의 대출을 진행했고, A씨는 남편의 의심을 피하고자 이 보석의 빈자리를 큐빅으로 채웠다.

전당포 관계자는 "몰래 대출을 받을 일이 있다면서 다이아몬드를 맡겼다"며 "다행히 3주 뒤 돈을 모두 갚고 담보를 되찾아갔다"고 말했다.

"B씨(여·30대)는 서울 강서구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던 중 긴급 자금이 필요해 가보를 들고 전당포를 방문했다. 담보는 아버님에게서 물려받은 대통령 훈장. 대출이 될지 우려스러웠지만 업체에서는 200만원의 돈을 빌려줬다."

전당포 관계자는 "가보를 들고 대출을 받으려고 하기까지의 고민을 생각해 대출을 진행하기로 결정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C씨(20대)는 용돈이 필요해 집에 있는 더덕주를 담보로 전당포에서 대출을 시도했다. 업체는 감정결과에 따라 5만원을 빌려줬다.
3주 뒤, 술이 필요 없던 B씨는 전당포에 술을 팔아달라고 요청했다. 전당포에서는 이를 위해 물건을 재감정했고 그 결과 술 안에 있는 것은 더덕이 아닌 인삼이란 것을 알아냈다."

전당포 관계자는 이 사실을 B씨에게 알린 뒤 매각희망 여부를 물었고, 채무자의 요청대로 인삼주를 팔았다. 매각가는 20만원. 전당포는 B씨가 빌린 5만원에 이자를 제외한 차액을 돌려줬다.

소액 단기 담보 대출시장이 호황을 맞고 있다.

1950, 60년대 보릿고개와 70, 80년대 개발시대에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던 사연이 담긴 물건들을 받고 급전을 빌려졌던 전당보. 국민소득 만불을 넘어가면서 먹고 사는 걱정이 사라지자, 역사의 뒤안길로 묻힐 것 같았던 이 곳이 최근 극심한 불황 속에 다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저금리 시대에도 은행의 문턱이 높아 단기 소액 대출시장의 문을 두들기는 금융소비자가 늘고 있으며, 담보 역시 다양해지고 있다.

전통적인 물건인 결혼 반지 등 귀금속과 핸드백, 금니는 물론이고 디지털카메라, 태블릿 PC 같은 전자기기, 고급 술과 대통령 훈장까지 등장했다.

이 업체들은 이 물건을 받고 감정가에 따라 3주간의 단기대출을 진행한다. 이자는 월 2~2.9%수준으로 연으로 환산할 경우 법정최고금리인 34.9% 수준이다.

이용고객의 신용도와 개인소득보다는 담보 물건에 대한 가치에 따라 한도와 금리가 결정된다. 따라서 가짜 명품을 들고 오거나 미성년자가 방문하는 해프닝도 생긴다.

전당포 업계 관계자는 "2~3년 전만해도 월 200건 정도의 대출을 진행했는데 최근 고객이 크게 늘어나는 추세"라며 "국내 사업의 성공을 발판으로 해외에 진출해 성공한 업체들도 있다"고 말했다.

박덕배 소비자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다양한 종류의 대출이 있는 만큼 각 상품에 특성에 맞춘 탄력적인 금융정책이 필요하다"며 "은행의 문턱을 넘지 못하는 저신용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단기 소액대출의 활성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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