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분양가가 계속 상승 곡선을 그리는 가운데 최근에는 거품 논란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달 8일 부산 해운대구에 분양한 '해운대 엘시티더샵'의 최고층(84층) 펜트하우스 2가구(320.85㎡, 구97평형)의 분양가는 67억9600만원을 기록했다. 3.3㎡당 분양가는 6989만원으로 7000만원에 육박한다.

이는 사상 최고 분양가인 강남구 '청담 상지리츠빌카일룸3차(2010년 분양)'의 53억2932만원을 훌쩍 뛰어넘은 것이다. 분양가의 10%인 계약금만 해도 웬만한 아파트 분양가를 웃돈다.

'해운대 엘시티더샵' 측은 분양가는 사상 최고일지 몰라도 인근 시세를 고려하면 비싼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엘시티더샵'의 시행을 맡은 엘시티PFV 송지영 이사는 "'해운대 조망이 가능한 인근 고급주택 마린시티의 경우, 분양가는 해운대 엘시티더샵보다 낮지만 현재 시세가 올라 그보다 더 비싸게 거래되고 있다"며 "바다조망이 가능한 입지 등도 고려했지만, 인근 시세도 감안했다"고 말했다.

부동산시장이 호조를 이어가자 아파트 분양가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특히 지난 4월1일 수도권 택지지구를 중심으로 분양가 상한제가 폐지된 이후 분양가는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3.3㎡당 평균 분양가는 1분기(1~3월) 928만원을 기록한 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된 2분기(4~6월)에는 963만원, 3분기(7~9월)에는 999만원까지 올랐다. 앞으로 분양을 앞둔 4분기(10~12월)에는 1531만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분양한 단지 중 분양가 상위 10개 단지의 분양가는 모두 3.3㎡당 2000만원을 넘어섰다. 일부 펜트하우스가 어마어마한 수준의 분양가를 기록했지만 3.3㎡당 평균 분양가로는 강남구 대치동의 '대치SK뷰(VIEW)'가 가장 비쌌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3.3㎡당 분양가는 '대치SK뷰(VIEW)'가 3929만원으로 가장 높았고, '해운대엘시티더샵'이 3057만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엘시티를 제외하면 상위 10위권 모두 서울이다. ▲관악구 봉천동 '관악태우미소가' 2341만원 ▲용산구 한남동 '한남신일해피트리' 2240만원 ▲성동구 옥수동 'e편한세상옥수파크힐스' 2145만원 등이다. 6~10위권 분양가도 2000만원에 육박했다.

KB국민은행 박원갑 부동산 수석위원은 "최근 부동산 시장이 호조세를 보이자 건설사들이 밀어내기식 공급을 하면서 조금씩 분양가를 높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공공택지 가격도 올라 반드시 분양가 상한제 때문이라 단정지을순 없지만, 분양가상한제 폐지와 부동산경기 활황이 맞물려 분양가가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1999년 분양가상한제가 폐지됐을 때도 2000년대 집값과 분양가가 상승했고, 곧이어 하우스푸어가 속출했다"며 "분양가가 점차 높아지면 전세난에 내집을 마련하려는 사람들의 부담은 더욱 커지고 집값에도 거품이 낄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따라 올 하반기 분양을 신중히 지켜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건설산업연구원 허윤경 연구위원은 "이전에는 고분양가 아파트가 인근 시세를 끌어올렸지만, 최근에는 집값이 지역마다 세분화돼 움직이기 때문에 특정 단지나 지역 시세가 오른다고 전체적인 가격을 끌어올리진 않는다"며 "아직 올 연말 분양이 많이 남아있다. 이번 강남구나 해운대 등 고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고가 단지가 다른 분양가에도 영향을 미칠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분양가를 꼼꼼하게 심의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NH투자증권 김규정 부동산 연구위원은 "현재 투자유망한 재건축 단지 위주로 분양가가 높게 책정되면서 전반적인 분양가 상승을 유발할 것으로 우려된다"며 "분양가 심의를 면밀하고 까다롭게 해서, 실제 가치보다 너무 과도하게 분양가가 책정되지는 않은지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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