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2017학년도부터 중학교 '역사'와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를 국가가 발행하는 교과서로 가르치겠다고 발표하자, 대학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교수들과 학생들을 중심으로 반대 성명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13일 연세대 교수들의 불참 선언에 이어 14일에는 경희대 사학과 교수들이 동참했다.

고려대학교 사학과와 한국사학과, 역사교육과, 고고미술사학과 교수 22명은 14일 성명을 내고 "향후 진행될 국정 교과서 제작과 관련된 연구 개발과 집필, 수정, 검토를 비롯한 그 어떠한 과정에도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들은 "검·인정에서 국정으로 바뀐다는 것은 교과서 체제가 근본적으로 바뀐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1년이란 짧은 기간에 이를 제작하는 것은 스스로 ‘졸속 부실 교과서’를 만드는 것과 다름없다"고 정부의 국정화 정책을 비판했다.

또 타 대학들로도 급속히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사 교과서 개편의 관건인 능력있고 균형있는 집필진을 확보하겠다는 정부의 계획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희대 사학과 교수 전원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역사 교과서의 국정화 회귀에 반대한다"면서 "국정 역사 교과서 집필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9명의 교수들은 "역사 교과서의 국정화는 시대의 퇴행이며, 한국 현대사에서 감시와 통제의 시기로 간주되는 소위 유신시대로 돌아가려는 시도"라고 지적했다.

또 서울여자대학교 교수 62명도 이날 성명을 내고 "'역사'와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는 역사교육의 근간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이는 역사학계와 역사교육계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앞서 연세대 사학과 교수 전원도 한국사 국정 교과서 집필 거부를 선언했다.

연대 사학과 교수 13명은 13일 "사학과 교수 전원은 국정 교과서가 만들어지는 과정에 어떤 형태로든 일체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40년 전 유신 정권이 단행했던 교과서 국정화의 묵은 기억이 2015년 한국에서 재현되는 모습을 보며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정부·여당의 국정화 단행은 학문과 교육이라는 안목이 아니라 정치적 계산만을 앞세운 조처인 만큼 사회와 교육에 미치는 부작용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교수들의 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움직임은 다른 대학들로도 확산될 전망이다.

서강대는 사학과를 포함한 여러 전공의 교수들이 조만간 국정화 반대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박단 서강대 사학과 교수는 14일 "학내 여러 전공의 교수들이 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하는 성명서를 준비 중"이라면서 "다만 국사 국정 교과서 집필 거부에 대한 내용은 현재까지 포함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까지 입장을 발표하지 않은 대학의 역사학과 교수들도 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반대 입장을 정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종록 성신여자대학교 교수는 "사학과 교수 전원이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입장"이라며 "성명서 발표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편찬팀 합류 제의가 온다면 이를 거부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하는 대학생들의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

서울대학교 동아리인 '평화나비'와 단체 '청년하다'는 '2015년 10월12일, 대한민국의 역사교육은 죽었습니다'라는 이름의 성명을 내고 역사교과서의 국정화를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특히 이들은 조선시대 '사초(고려·조선시대 실록 편찬의 자료)'를 예로 들며 국정화가 국가권력에 의한 획일화된 역사를 가르치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조선시대에는 임금조차도 실록의 사초를 열람할 수 없었다"며 "역사교과서의 국정화는 왕이 사초를 고쳐쓰는 것과 다름 없다"고 강조했다.

고려대학교 총학생회도 이날 교내 민주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다양성이 공존해야 마땅한 이 시대의 역사적 흐름에 역행하지 말라"며 국정화 결정 철회를 요구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대부분의 선진국가에서 검인정 체제와 자유발행제로 역사교과서를 발행하고 있는 지금 정부의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결정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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