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67·벨라루스)가 한국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인터넷서점 예스24에 따르면, 알렉시예비치의 저서 중 국내에 나와 있는 2권은 노벨문학상 수상 전 한 달 동안 거의 팔리지 않았다.

그러나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발표된 8일 오후 8시부터 11일 오전 9시 사이에 판매량이 20배 가량 늘었다. 특히 8일 국내 출간된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는 노벨문학상 발표 직후 135권이 판매되며 반향을 일으켰다.

알렉시예비치의 대표작 중 하나로 전쟁에 직접 참가한 여성 200여 명의 목소리를 엮은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의 독자 비율은 30, 40대가 68.9%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여성 비율이 60.7%로 남성 구매율(39.3%)보다 높았다.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벨라루스 작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는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여성들의 이야기를 모은 책이다.

알렉시예비치의 이름을 세계적으로 알린 작품으로 꼽힌다. 저널리스트 출신인 이 작가는 200여 명을 일일이 인터뷰해 ‘다른 전쟁의 역사’를 썼다. 회계원, 실험실 조수, 여행가이드, 교사로 살아가지만, 전쟁터에서 위생사관, 저격수, 기관총 사수, 고사포 지휘관, 공병으로 복무했던 여성들이다.  

논나 스미로바가 전쟁에 나갔을 때 키는 153cm, 발 사이즈는 210mm였다. “공훈을 세울 만반의 준비가 돼 있었지만” 그에게 지급된 신발은 260mm였다. 제대로 걷지 못하는 그에게 지휘관은 연장근무를 명했다가, 쑥 벗겨져 나간 신발을 보곤 방수망토로 210mm 신발을 만들어 주라고 제화공에게 명령한다. 클라브디야 테레호바는 전쟁터에서 머리 감고 말릴 시간이 없어 울면서 머리를 싹둑 잘라야 했던 때를 떠올린다.

낮에는 군화를 신다가도 저녁이면 거울 앞에 서서 숨겨놓았던 구두를 신어보던 때도 털어놓는다. 애틋한 마음을 갖게 하는 여성들의 평범한 모습이지만, 이들의 눈에 비친 전쟁은 추악하다. 갈기갈기 찢긴 병사들이 줄줄이 죽어있는 마을을 지나며 벌렁거리는 심장을 다독여야 하고, 절단한 다리를 옆에 놔달라고 소리 지르는 부상병을 위해 무거운 다리를 안아서 옮겨놓는다.

이 목소리들의 기록을 따라 읽다 보면 알렉시예비치가 자신의 작품을 왜 ‘소설-코러스’로 명명하는지 헤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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