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고기가 인간의 전쟁과 혁명을 좌우할 수 있을까.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인 마크 쿨란스키는 논픽션 분야 명저로 손꼽히는 '대구'에서 "그렇다"라고 단언한다.
물고기가 인간의 전쟁과 혁명을 좌우할 수 있을까.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인 마크 쿨란스키는 논픽션 분야 명저로 손꼽히는 '대구'에서 "그렇다"라고 단언한다.

'대구'는 어부 집안 출신으로 대구잡이 저인망 어선에 승선했던 쿨란스키가 시카고트리뷴의 카리브해 특파원 시절 취재한 것을 집대성한 책이다. 대구의 모든 것, 즉 역사상 대구의 역할과 생태, 요리법까지 7년간 밀착 취재하고 고증했다.

쿨란스키는 '세계의 역사와 지도가 대구 어장을 따라 변화해왔다'는 획기적 프레임으로 새로운 세계사를 펼쳐 보인다.

'대구'의 가장 큰 의의는 물고기에 별다른 관심이 없는 대중에게 인간과 대구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임을 일깨웠다는 점이다. 대구, 이 물고기로 인해 전쟁과 혁명이 일어났으며 많은 국가와 지역의 경제가 좌지우지됐다. 대구는 여러 나라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고유 음식의 주재료이기도 했다. 이러한 일련의 사실들을 따라가다 보면 인류만이 역사의 주인공이라고 여기는 것이 얼마나 큰 오만인지 되새기게 된다.

'대구' 초판이 간행된 지 20년이 다 돼가는 지금, 대구는 어떻게 됐을까. 대구뿐 아니라 우리가 흔히 먹는 물고기들 가운데 약 60%가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캐나다 정부는 1992년 발효한 그랜드뱅크스에서의 대구 조업금지 조치를 2026년까지로 연장한다고 발표했고, 미국은 1994년에 조지스 뱅크의 일부 해역에 조업 금지조치를 내렸다가 현재 일부에서만 엄격하게 어획량 할당제로 조업을 허용하고 있다. 과거 수산업 강국들은 어장을 보호해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과 실직한 어부들에게 지급해야 하는 사회보장보조금 사이에서 괴로워하고 있다.

이는 '바다 건너' 외국의 일만이 아니다. 우리나라도 남획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제 자취를 감추고 있는 대구를 통해 인간과 자연의 '주고받음'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해야 한다. 이 책이 미시사 열풍을 일으킨 17년 전과 달리 한 어종을 통해 세상을 본다는 시도는 더 이상 획기적이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2048년에는 어류 자원이 제로에 가까워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지금, 인간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물고기와 생태환경의 역사를 뒤돌아보게 한다는 점에서 2014년 '대구'는 여전히 가치가 있다. 박중서 옮김, 363쪽, 1만6000원, 알에이치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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