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일보 편집국장ㅇ
여야(與野) 원내 지도부와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27일 오전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을 30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잠정 합의했다. 새해 예산안과 주요 법안들을 처리하기 위한 본회의도 내달 1~2일 열기로 했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 논란 이후 몇 달째 이어져 온 여야 대치 정국에서 실로 오랜만에 나온 합의 소식이었다.
 
그러나 여야 원내대표단이 이날 긴급 회동을 하고 오는 30일 한ㆍ중 FTA 여ㆍ야ㆍ정협의체와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이어 본회의까지 잇따라 열기로 합의했음에도 야당은 “일정에만 합의했을 뿐 ‘처리’에는 동의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바꿨다.

한·중 FTA 피해 대책과 누리과정(만 3~5세 무상 보육) 예산, 전·월세 상한제 관련법 등에 대한 정부·여당의 전향적 태도가 없으면 의사일정을 전면 재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
 
이종걸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지도부 긴급 기자간담회에서 “비준될 것이라는 것은 강한 추측에 불과하고, 아직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며 “여당은 (비준동의안 처리) 절차 이외 내용도 합의가 있었다고 주장하지만 내용이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30일까지 내용상 해결이 되지 않으면 국회가 스톱이냐’는 질문에는 “예”라고 대답하며 파행 가능성도 시사했다.
 
한마디로 야당이 원하는 것을 들어주지 않으면 FTA나 경제 활성화 관련 법안 처리를 언제든 막을 수 있다는 얘기다.

야당은 한·중 FTA 처리에 앞서 밭 직불금 액수를 상향 조정하고 무역이득공유제 방안을 마련하자고 했다. 무역이득공유제는 누구에게 돈을 받아 누구에게 줄지 모호한 사안이다.
 
한·중 FTA가 서명된 지 다섯 달이 지나도록 손놓고 있다가 마감 시한 직전에야 개념조차 정리되지 않은 무역이득공유제 같은 무리한 요구를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야당은 한발 더 나아가 FTA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누리과정 예산 증액까지 통과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누리 예산은 전반적 복지정책의 틀 속에서 논의해야지 FTA와 연계할 사안이 아니다. 그런데도 야당 지자체장들의 요구를 들어주려고 FTA를 볼모로 잡고 있는 것이다.

한·중 FTA가 연내 발효되려면 오는 30일에는 비준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한다.
 
올해 FTA가 발효돼야 우리 수출 기업들이 1차 관세 철폐 혜택에 이어 내년 1월 1일 2차 관세 철폐 혜택을 볼 수 있다. 처리가 미뤄지면 하루 40억원씩 수출 피해가 발생하게 된다.
 
그런데도 야당이 '후속 대책을 더 논의해야 한다'는 이유로 FTA 처리를 미루는 것은 자신들의 작은 이익을 위해 나라 경제의 큰 이익을 포기하라는 말이나 마찬가지다.
 
한마디로 나라야 어떻게 되는 내 속만 챙기면 된다는 심보다.

지금 한국 경제는 성장률이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수출과 기업 매출이 감소하는 등 위기 상황을 맞고 있다.
 
야당은 “지금의 한국경제는 그냥 위기가 아니다. 미증유의 경제위기다. 그런데 정치권은 정파적 이익에 포로가 돼 위기 대처의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다”는 교수, 전직 장관, 변호사, 의사 등 지식인 1000명의  이같은 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지금 야당에게 필요한 것은  FTA와 경제 활성화, 노동 개혁안 같은 경제 현안에 대해 큰 틀에서 협력하는 성숙함이다.
 
그래야 국민들로부터 수권(受權) 정당으로서의 면모와 신뢰를 얻을 수 있다.
 
만일 야당이 이번에도 조그만 정치적 이익에 매몰돼 한·중 FTA와 예산안, 경제 활성화법 처리를 외면한다면 내년 총선에서 경제를 내팽개친 정당으로 낙인 찍혀 국민 심판을 피하기 힘들 것이다.
 
지금의 상황이 외환위기 때보다 더 심각하다는 말을 외면하지 말았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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