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금융사 분노..은행권 강력 반발,소송도 불사

직원과 협력사가 손을 잡고 3000억원대의 금융대출 사기 사건을 벌였던 KT ENS가 어음을 갚지 못해 법정 관리를 신청했다. 

동시에 KT가 자금 지원을 하지 않고 흑자 자회사인 KT ENS에 대한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을 두고 최근 일어난 대출 사기사건에 대해 법적 책임을 피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돼 논란의 불씨가 커질 전망이다.

▲ KT ENS는 해외 프로젝트 파이낸싱(PF)과 관련한 기업 어음(CP) 491억원의 보증 요청에 응하기 어려워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KT ENS는 해외 프로젝트 파이낸싱(PF)과 관련한 기업 어음(CP) 491억원의 보증 요청에 응하기 어려워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고 12일 밝혔다.

이날 만기 도래한 루마니아 태양광사업자 PF의 CP 491억원은 1차 책임자인 특수목적법인(SPC)이 상환을 할 수 없게 될 경우, KT ENS가 지급보증을 하게 돼있다.

이에 CP 판매 주관사는 KT ENS에 상환을 요구했고, KT ENS는 대응할 자금의 여유가 없어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하게 됐다고 회사는 밝혔다.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 후, 보전처분이 내려지면 채무와 채권이 유예된다. 이후, 한달 내 법원에서 회생절차가 승인되면 법정관리인의 주도로 기업 개선작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지난 달 20일 KT ENS는 정상적으로 운영되던 453억원의 CP 상환요청을 받았다. 당시 3000억원대 금융대출 사기사건이 발생한 이후였음에도, KT ENS는 자체 자금으로 상환하는 등 정상화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한 달 여 기간 동안 새로 도래한 CP상환은 불능상태였다.

KT ENS는 KT의 지원을 받기 위해 노력했으나 주관사가 루마니아 태양광 사업에 대한 담보 확보를 하지 않는 등 일부 사업장에서 미흡한 부분이 발견돼 지원을 받을 수 없게 됐다. 이로 인해 KT ENS는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통해 현 상황을 개선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

KT ENS 강석 대표이사는 "갑작스런 금융권의 투자경색 분위기를 설득하지 못하고 기업회생절차를 선택, 협력사와 투자자들에게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며 "이번 기업회생절차를 통해 최대한 자구 노력을 기울여 협력사 및 투자자의 피해가 최소화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KT ENS는 루마니아 태양광발전소 등의 해외사업을 확대 추진하고 있었으며 2012년 매출 5006억원, 영업이익 72억원, 당기순이익 46억원을 올렸다. 지난해 9월 기준 396명(임원제외)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이와관련 금융권이 거세게 반발하고 나셨다.

12일 하나은행·NH농협은행·KB국민은행 등 KT ENS에 돈을 빌려준 금융사들은 KT가 흑자 자회사인 KT ENS에 자금 지원을 하지 않고 법정관리를 신청하자 '꼬리 자르기'라며 비난하고 나섰다. KT ENS는 KT가 지분 100%를 보유한 KT의 자회사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상도의에 어긋나는 당황스러운 일"이라며 "(해당 건과 관련해) 모회사인 KT에 과연 책임 소재가 전혀 없는지 꼼꼼히 따져볼 것"이라고 발끈했다.

이날 KT ENS는 해외 프로젝트 파이낸싱(PF)과 관련한 기업어음(CP) 491억원을 막지 못해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그러나 금융권에서는 "대출금 상환을 피하기 위한 꼼수"라며 거세게 비판하고 있다. 법원이 법정관리 신청을 받아들이면 모든 채권이 동결되기 때문에 금융회사들은 대출금액을 돌려받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하나은행이 1624억원으로 가장 많은 돈을 KT ENS에 빌려줬고 국민은행과 농협은행은 각각 296억원, 10개 저축은행이 800억원을 대출해 줬다.

금융사들은 현재 법정 공방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일단 법원의 판단을 지켜봐야겠지만 소송이 필요하다면 해야되지 않겠느냐"는 입장을 보였다.

하나은행 관계자도 "법원에 채권신고를 하겠지만 만약 KT가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소송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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