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포통장 암거래 기승..중국계 사이트에 광고 홍수

"나이·직장에 관계없이 은행거래에 문제가 없다면 누구라도 가능합니다. 미성년자도 괜찮으니까 급하게 돈 필요한 분들은 주저말고 연락주세요. 현금을 지급하며, 통장 1개당 월 60~80만원, 주 15만원을 드립니다. 1명 명의로 된 통장을 2개까지 매입합니다."

"한 번 맺은 인연은 소중히 여깁니다. A급 통장만 보유 중입니다. 금방 정지되는 쓰레기통장은 취급하지도 팔지도 않습니다. 가장 안전하고 깨끗한 통장만을 공급합니다. 1인 1계좌 시스템으로 절대 지급정지가 걸리지 않는 통장만을 확보하고 있으며, AS는 기본 2개월입니다"

▲ 신용불량자 등 금융권 대출이 불가능한 사람에게 대출을 해줄 것처럼 속여 건네받은 개인정보로 대포통장과 폰을 개설, 수십억 원을 챙긴 일당이 경찰에 붙잡힌 가운데 25일 충남지방경찰청에서 광수대 관계자가 압수한 물품을 공개하고 있다.
서울 구로구에 사는 50대 주부 박아무개씨는 최근 인터넷에서 통장 매매 광고를 보고 30만원에 자신의 통장을 팔았다.

하지만 약속한 돈이 들어 오지 않아 은행에 분실신고를 냈다. 그 후 해당 업자로부터 "분실신고를 풀어달라. 통장에 500만원이 들어있는데 200만원은 갖고 300만원이라도 보내달라"는 전화를 받고 고민중이다.

대포통장 암거래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검색 사이트를 통해 '통장 삽니다' 등을 검색하기만 해도 관련 광고가 홍수처럼 쏟아진다.

최근 검색 엔진을 통해 접근한 한 중국계 사이트에는 하루에도 수십건씩 통장 매매 게시 광고가 올라온다.

이들 업자들은 00상사', '00유통' 등의 이름으로 게시판에 수십건씩의 글을 올리며 일반인들을 유혹하고 있었다.

이들은 "유통되는 통장이 '월급통장용', '환전용' 등으로 사용된다"며 "통장 1개당 월60~80만원을 주겠다"고 유혹한다. 물론 대부분의 통장은 사기범에게 넘어가 피싱 등에 악용된다.

이들 업자들은 "통장을 퀵으로 배송하며, 필요할 경우 인출까지 해준다"고 선전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매년 약 5만명의 명의로 개설된 대포통장이 범죄에 악용되고 있다.

2011년 12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2년간 피싱사기에 4만9000개의 대포통장이 이용됐다. 대출빙자 사기에도 2012년 3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5만5000개의 통장이 사용됐다.

노숙자, 대학생 등 소액의 급전이 필요한 일반인들이 범죄의 유혹에 주로 노출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사기를 당해 통장이나 명의를 넘기는 경우도 있다"며 "하지만 통장을 만들어주면 30~80만원을 주겠다는 말에 넘어가 자발적으로 대포통장을 만들어 범죄자에게 넘기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현행 전자금융거래법에 따르면 통장을 양도 또는 대여했다가 적발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하지만 사실상 대포통장 명의자에 대한 형사처벌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서 정부가 이런 사기를 방조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사기사건이 적발됐을 때 대포통장 명의자에 대한 처벌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사실상 범죄를 방조하는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