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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므로 행복하다는 착각 '행복에 관한 마술적 연구'
김승혜 기자  |  shki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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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12.17  18:4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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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빛나는 통찰력으로 내 자신이 해피니스트였음을 발견하게 되었다고 칩시다. 거기서 더 이상 열혈 해피니스트로 발전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떻게 하면 내 자신과 내 청춘이 거짓 연극으로 인해 허망하게 망가지는 꼴을 막아 낼 수 있을까요? 어떻게 하면 증상(평범한 삶)이 아닌, 원인(행복의 추구)을 제대로 치료할 수 있을까요? 그러려면 먼저 그 원인이란 것이 대체 무엇을 가능하게 하는지부터 이해해야 합니다. 그러고 나서 그 원인이란 것이 실은 별 신통치 않은 결과만 가져오는데도, 나는 왜 자꾸만 그리도 그것에 집착을 하는 것인지 알아내야 합니다."(118쪽)

"행복한 사람은 비록 환한 행복의 빛이 얼굴에 넘쳐 흐를지라도, 굳이 스스로 나서서 행복한 기분을 과시하려 하거나, 혹은 자신의 내밀한 기분을 남들에게 확인 받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자족적인 행복은 그 자체로 일종의 영상이자 내레이션의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따로 '증인을 필요로 하지 않는' 것이지요) 게다가 아주 행복한 사람은 자신이 행운아라는 사실을 미처 깨닫지도 못할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누군가 자신의 행복을 시기하기라도 하면 상상도 못했다는 듯 흠칫 놀라곤 하지요."(73~74쪽)

프랑스 철학자 뱅상 세스페데스(42)의 '행복에 관한 마술적 연구'가 번역 출간됐다. 복잡한 철학적 개념들을 자신의 언어로 재치있게 풀어냈다.

저자는 기존의 행복론 혹은 행복에 대한 대중의 착각이나 기대를 가차 없이 비판한다. 행복한 척하거나, 행복감을 드러내려고 안달하거나, 타인에게 행복을 강요하거나, 무한한 쾌락을 좇는 모든 종류의 노력들(저자는 이 모든 경향을 '해피니즘'이라는 신조어로 요약한다)이 비판 대상이 된다.

사랑하기 때문에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라 행복해야 사랑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행복은 도달해야 할 목표가 아니라 출발점이다. 행복이란 추구해야 할 대상이 아니며, 행복이란 완전무결한 당근의 모습을 띤 밝은 미래가 아니다.

'자아(moi)'와 '나(je)'의 구분은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근본 개념 구조다. 저자는 현대인들이 나를 몰아낸 공간을 자아로 꽉 채웠기 때문에 행복해지지 못한다고 말한다.

자아(프로이트의 ego와 비슷한 개념)는 끊임없이 타인과 자신의 감시에 시달리고, 고립된 방식으로 허구적인 행복을 추구한다. 자아로 꽉 찬 현대인들은 모험 없는 모험을 떠나고, 철학 없는 요가를 즐기면서 가상적인 행복을 진짜 행복으로 여기며 살아간다. 그러기에 갖은 애를 써도 결핍감이 채워지지 않는 것이다.

저자는 여기서 일종의 언어유희를 시도한다. 프랑스어의 1인칭 주어 나, 즉 'je'에 알파벳 'u'를 결합하여 비슷한 발음의 단어 'je(u)'를 만들어 낸다. 프랑스어 'jeu'는 우리말의 '놀이'에 해당되는 단어다. 이 '나(혹은 놀이)(Je(u))'는 아이들이 환하게 웃을 때 발산되는 매력처럼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활짝 피어난다. 저자는 자아와 현실의 삶의 구속에서 살짝 벗어난 취기의 상태, 즉 자신이 '샴페인 기분'이라고 명명한 이 상태야말로 진정한 행복이라고 말한다.

"행복의 상태는 술의 힘을 빌리지 않고도 샴페인을 마신 듯한 도취된 기분이라고 할 수 있다. 더욱이 행복은 샴페인이 지닌 세 가지 특성을 모두 드러낸다. 보글보글 올라오는 기포, 폭발, 흥겨운 도취감이 바로 그것이다. 특히 앞의 두 특성은 서로 간에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진정으로 행복한 사람은 생기로 '톡톡 튀어 오르며' 매혹적으로 변한다. 다시 말해 순식간에 주변에 매력 파동을 발산하며 주변인들 역시 생기로 톡톡 튀어 오르게 만든다. 샴페인 잔에서 보글보글 올라오는 수많은 기포처럼, 수많은 욕망이 새로운 풍경을 시도하고 '나(놀이)(Je(u))'를 춤추게 만든다. 또 샴페인을 흔들 듯 어떤 사건이 그들을 흔들 때면, 보글보글 거품을 일으키며 분출하고 '폭발'한다. 그들은 어린 시절의 호기심과 폭우처럼 쏟아져 내리던 생명력을, 유연함과 열린 마음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 그 무엇도, 그 누구도 그들을 대리석처럼 딱딱하게 만들지는 못한다. 그들은 만지고 또 만져진다(매력의 법칙). 그들은 굳은 몸을 유연하게 풀고 생명에 눈을 뜬다(떨림의 법칙). 마지막으로 행복의 상태는 행복의 전파자들에게 독하고 지속적인 도취감을 선사한다. 그것은 전파가 가능한 도취감으로, 바로 코앞에 임박한 축제, 어릿광대들의 사육제 혹은 백일몽의 기분을 선사한다."(240~241쪽)

"사실 우리가 순진하게 생각하듯이, 감정이란 시간이 흐르면 무뎌지는 게 결코 아니다. 그저 '억제'될 뿐이다. 사실 그것은 자아가 하는 가장 큰 역할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렇게 억제된 감정은 시시때때로 자아가 술이나 마약, 사랑 등에 취하거나 혹은 꿈결을 헤매는 동안, 부지불식간에 수면 위로 고개를 빠끔히 내밀고 마법처럼 우리의 내면을 뒤흔들어 놓는다. 왜냐하면 자아는 개인과 세계의 에너지 교류를 맏는 그 고된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233쪽)

저자는 내용뿐 아니라 형식의 측면에서도 다양한 시도를 한다. 어떤 단락에서는 TV 시트콤에서나 볼 수 있는 속어들을 남발하다가도 다른 단락에서는 상당히 심각한 철학적 고찰이 이어지기도 한다. 너무 행복한 척을 하다 보면 끝내 아무도 행복해질 수 없다고 강조한다. 허보미 옮김, 408쪽, 1만4000원, 함께읽는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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