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배 기자]지난 11월 미분양 주택이 5만가구에 육박하면서 주택시장에 암운이 짙게 드리우고 있다. 한 달 새 50% 이상 급증한 미분양으로 부동산 시장 급랭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실정이다.

일각에선 공급과잉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며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그동안 이따금 공급과잉 우려가 제기됐지만 정부가 지켜보기만 한 것도 주택시장 위험 징후인 미분양 급증으로 이어져 화를 키운 것 아니냐는 평가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11월말 현재 전국의 미분양 주택이 전월(3만2221가구)대비 54.3% 증가한 4만9724가구로 집계됐다"고 29일 밝혔다.

이는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사상 최대의 증가율이다. 미분양 주택이 단기간에 급증하고 있다는 얘기다.

미분양이 급증한 원인에 대해 국토부는 "분양 물량이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수도권의 미분양 물량은 2만6578가구로 전월(1만5576가구)보다 70.6%(1만1002가구)늘었다.

용인의 미분양물량이 무려 4200가구에 달했다. 김포(980가구), 파주(970가구), 남양주(910가구)도 미분양 증가를 주도했다.

지방은 2만3146호로 지난달(1만6645호)대비 36.1%(6501호)증가했다. 충주(1800가구)와 아산(900가구)에서 대거 미분양 사태를 빚었다.

11월 미분양 주택을 규모별로 보면 85㎡ 초과 중대형 미분양주택은 10월과 비교해 367호가구 늘어난 7615가구, 85㎡ 이하는 1만7136가구가 늘어난 4만42109가구로 집계됐다.

다만,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후 미분양은 11월말 현재 1만477 가구로 전월(1만792가구)보다 2.9%(315가구) 줄어들었다.

국토부는 "미분양 급증은 올해 들어 신규분양승인 물량이 늘어나는 데 따른 것"이라며 "한 달 만에 미분양 물량이 1만7000여 가구가 늘어난 것은 부담스러운 수치"라고 지적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10월말과 11월 분양승인 실적은 각각 8만4000가구와 7만3000가구로 2007년 통계 집계 이후 최고와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고 했다.

그는 "물량이 예년에 비해 2배 이상 늘어나면서 시장에서의 소화 능력도 한계에 온 것 같다"며 "금리 인상 등으로 주택 가격 상승 기대심리가 둔화된 요인도 작용한 것 같다"고 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미분양 증가세는 늦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김포와 파주 등 최근 공급이 많았지만 입지 경쟁력이 떨어지는 지역은 향후에도 약세를 피할 수 없다"며 "적어도 내년 1분기, 길게는 2분기까지 미분양 증가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고준석 신한은행 동부이촌동지점장도 "위례와 동탄2처럼 서울과 가까워도 입주 물량이 많은 데다 베드타운 성격으로 조성된 신도시는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실수요자라면 미분양 증가를 내 집 마련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특히 11월에도 미분양이 감소한 서울은 재건축 이주 등으로 멸실 주택이 많은 반면 공급이 부족해 향후 수년간 집값 폭락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지적이다.

주택업계 한 관계자는 "준공 후 미분양이 발생할 경우 건설사들이 다양한 할인 혜택을 제공할 수 있는 만큼 이런 기회를 노려 내 집을 마련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전국의 미분양 주택 현황은 국토부 국토교통통계누리(http://stat.molit.go.kr) 및 온나라 부동산포털(http://www.onnara.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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