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영 기자]환경부가 미국 당국과 달리 배출가스를 조작한 폭스바겐에 대해 폭스바겐 사태의 심각성을 간과하고 너무 손쉬운 해결책을 택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소비자들은 미온적인 태도를 폭스바겐에 환경부가 끌려다니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환경부는 과연 누구를 위한 기관인지 의심스럽다는 불만이 그래서 터져 나온다.

이와 관련 폭스바겐에 대해 너무 강하게 나갈 경우 유럽연합(EU) 시장에서 한국 자동차 회사들이 '보복'당할 가능성을 염려해 수위 조절을 한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적어도 정부가 미온적 처분을 택한 데 있어 국내법의 한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문제는 한국 정부의 대응은 매우 미온적이다.

우리 정부가 지금까지 폭스바겐에 대해 취한 제재 조치는 과징금 141억원 부과와 문제 차량 12만여 대에 대한 판매 정지 및 리콜 명령이 전부다.

정부가 부과한 과징금과 미국 정부 소송가액을 단순 비교하면 무려 7600배 이상 차이가 난다. 정부 차원의 민사소송이나 형사고발은 아예 거론조차 되지 않고 있다.

이렇듯 정부 제재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치면서 국내 소비자들은 피해 구제에서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폭스바겐코리아는 최근 환경부에 리콜 계획을 제출하면서 국내 고객에 대한 보상 계획은 언급하지도 않았다. 미국에서 폭스바겐은 지난해 11월 미국 정부 조사 결과 발표와 동시에 소비자 1인당 1000달러(약 121만원)씩의 현금 보상 계획을 발표했고, 이미 대부분 보상이 집행됐다.

이에 더해 이달 11일엔 뒤늦게 배기가스 조작 사실이 확인된 투아렉, 포르쉐 등 3.0ℓ 디젤엔진도 동일한 보상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폭스바겐코리아는 사태가 불거진 후 20일이 지나 사과문을 발표한 것 이외에 사태와 관련해 이렇다 할 언급이 없다. 오히려 60개월 무이자, 20%대 할인 등 파격적인 프로모션을 앞세워 국내 판매량을 크게 늘렸다.

지난해 11월 폭스바겐코리아는 전월 대비 377% 늘어난 4517대를 팔아 국내 진출 이후 최대 판매 기록을 세웠다. 배기가스 조작 사건이 터진 후 폭스바겐 판매량이 늘어난 곳은 세계에서 한국이 거의 유일하다.

외신 등에 따르면 폭스바겐, 아우디, 포르쉐 등 폭크스바겐그룹의 미국 내 디젤차 판매 대수는 지난해 8월 8688대에서 12월엔 76대로 급감해 거의 씨가 마르다시피 했다.

일각에서는 도덕적 스캔들을 일으킨 기업이 대대적 판촉에 나서는 것은 한국 정부와 소비자를 얕잡아본 결과로 보기도 한다.

환경을 오염시킨 범죄 행위에 대해 냉정한 심판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차는 더 팔아주고 피해 구제에선 뒤로 밀리는 '호구' 노릇을 자처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영국 소비자들에게 ‘신뢰 회복’을 약속한 폭스바겐이 영국 내 120만명 구매자에 대한 보상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1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지난해 9월 독일 자동차업체 폭스바겐이 자사 차량에 배출가스 불법 조작 소프트웨어를 장착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문이 일었다. 이 회사는 영국에서 120만여 대를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약 1100만대가 기계장치 조작 속임수를 통해 배출가스 시험을 통과했을 가능성을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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