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창희 前 충주시장
'시집 강매' 논란으로 더불어민주당에서 당원자격정지 6개월의 징계를 받은 노영민(청주 흥덕을) 의원이 오늘(2.1) 4·13총선에 불출마 선언을 했다.

노 의원은 지난해 말 국회의원회관 사무실에 카드결제 단말기를 두고 자신의 두 번째 시집 '하늘 아래 딱 한 송이'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산하기관에 판매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을 빚었다.

카드결제 단말기는 서점이나 출판사의 영업장에 설치하게 돼 있다. 영업장이 아닌 의원회관사무실에 카드단말기를 설치하고 책을 파는 건 불법이다.
이 것이 발단이 됐다.

정치인들의 출판기념회는 편법적인 정치자금 모금의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 후원회를 통한 정치자금모금은 선관위에 신고하고 관련규정의 범위 내에서만 사용할 수가 있다. 반면에 출판기념회 수익금은 선관위에 신고할 필요가 없다.

출판기념회 참석자들은 준비한 봉투를 모금함에 넣고 책을 가져간다.
책 한권에 수십만원에 사가는 것이 관행처럼 돼 왔다. 정치인들은 후원회 한번만하면 수억원의 정치자금을 챙기기도 했다. 물론 세금도 내지 않고 말이다.

평소 개혁의지가 강한 노 의원은 정정당당하게 책을 팔고 싶었을 것이다.
카드단말기를 설치하고 정가대로 판매하고 세금도 납부하고 말이다.
하지만 세상인심은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르치면 하늘을 쳐다보는 것이 아니라 손가락의 반지부터 먼저 쳐다본다.

노 의원이 편법적인 출판기념회를 지양하고 투명하고 정당하게 책을 팔아 보려는 개혁의지보다는 산하기관에 강매한 거 아니냐는 ‘갑질논란’만이 클로즈업 됐다.
물론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산하기관에서는 위원장이 출간한 시집을 사주는 것이 예의처럼 여겨졌을 것이다. 노영민의원이 위원장도 아니고 국회의원도 아니면 책을 살 리도 없었을 것이다. 이것도 갑질이라면 갑질이다.

노영민 의원이 만약 출판기념회를 통해 관행대로 봉투를 받고 책을 줬으면 아무 문제도 없고 돈도 훨씬 많이 걷혔을 것이다. 괜히 의원실 직원들과 산하기관 사람들 불편하게만 만들고 본인도 불명예스럽게 퇴진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노영민의원은 억울한 생각이 들 것이다.

한마디로 노영민의원은 시인답게 순진하다는 생각이 든다.

정치인들의 출판기념회가 편법적이라 문제가 있다면 이의 개혁을 주창했어야 옳았다. 어설프게 자신만이라도 양심적으로 책을 팔겠다는 것이 실책이었다.

보통사람들이 국회의원을 보는 시각이 좋지가 않다.
국회의원들의 조그만 잘못이라도 드러나면 순수한 취지를 이해하기보다는 혹독한 질타를 하게 된다. 보통사람이면 양해할 일도 심판이 준엄하다.

노영민 의원의 불출마 선언은 잘한 것이다. 당에서도 양해하지 않는 것을 지역주민들에게 이해하라고 하는 것은 무리다. 차제에 어설픈 개혁의지는 오히려 화가 되어 돌아온다는 것도 느꼈을 것이다.

이를 계기로 정치인들의 편법적인 정치자금 모금행사인 출판기념회도 재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조그만 잘못은 크게 질타하고 큰 잘못은 내버려 둬서야 되겠는가.

두 달 후 4월13일엔 국회의원 총선거가 치러진다.

차제에 유권자들도 당보고 ‘묻지마 투표’를 해선 곤란하다. 후보의 인물 됨됨이를 꼼꼼히 따져보고 투표를 해야 한다.
‘묻지마 투표’하고 정치인들만 욕하는 것도 이제 지겹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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