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일보 편집국장
[심일보 기자]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동북아 지역에서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립 구도가 심화되면서 새해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더욱 커졌다.

더불어 동북아 질서구도에도 후폭풍이 일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정부가 북핵 사태에 대한 대응으로 개성공단 가동 중단과 사드 배치 논의 공식화 등을 결정하면서 우리가 입는 경제적 손실도 불가피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미국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의 한반도 배치가 가속화됨에 따라 배치 후보지와 시기, 효과에 대한 관심도 증폭되고 있다.

군 관계자는 10일 “한·미 양국 간 협의가 마무리된 뒤 이르면 본토에 배치된 사드를 1주일 이내에 한반도에 전환배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내 배치도 가능하다는 의미다.

이렇듯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도발을 계기로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한·미·일의 군사 협력이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가 한미일 협력을 비판적으로 보고 있어 동북아에 신(新)냉전 시대가 찾아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사드 배치 논의 공식화…한중 경제 관계에 영향은

동북아 지역에서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립 구도가 형성된 것은 우리 경제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이후 미국 측과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 논의를 공식화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즉각 우리 대사를 초치해 강력하게 항의했다.

특히 우리로서는 최대 수출 대상국인 중국과의 관계 악화가 경제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사드 배치와 같은 외교적 문제와 한중 경제 관계는 별개라는 입장이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외교 문제는 내가 언급할 처지가 못되고 경제 문제는 그 것과는 별개로 경제 논리라는 것이 있다"며 "한중간 경제 관계가 따로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유 부총리는 "우리와 서로 (외교적으로) 어려운 관계에 있는 나라들과도 경제는 경제 논리대로 돌아가는 것이 있다"며 "과거 한일 간의 사이가 껄끄러울 때도 한일간의 경제 관계가 큰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중국과의 외교 문제가 경제 관계와 완전히 분리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과거에도 중국은 외교 문제로 교역 상대국에 경제 보복 조치를 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지난 2010년 노르웨이가 반체제 인사인 류샤오보(劉曉波)에게 노벨평화상을 수여하자 노르웨이산 연어 수입을 중단하는 무역 보복을 했다. 또 2012년 일본과 센카쿠(중국명 야오위다오) 분쟁을 겪자 일본에 대한 희토류 수출을 중단한 적도 있다.

중국이 우리나라에 무역 보복을 한 전례도 있다.

우리 정부가 농가 보호를 명분으로 중국산 냉동 및 초산 마늘에 적용하는 관세율을 10배 이상 올리자 중국은 보복조치로 우리의 주력 수출품인 휴대폰과 폴리에틸렌 수입을 전면 금지했다. 국제법마저 무시한 무역 보복이었지만 우리 정부는 1개월 만에 백기 투항할 수 밖에 없었다.

최근 대중 수출은 중국의 성장 둔화 등으로 증가세가 꺾인 상황이다. 대중 수출은 2014년(-0.4%) 5년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한 뒤 지난해(-5.6%)에는 감소폭이 더욱 확대됐다.

정부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올해부터 중국과 협의를 통해 비과세 장벽 완화 등을 추진한다는 방침이지만 양국간 외교 관계에 따라 이런 협력이 원활하지 않을 수도 있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중국과 국교를 맺은지 20년이 지났고 경제는 정치 문제와 별개로 진행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큰 영향은 없겠지만 중국이 비과세 장벽 강화 등을 통해 시위를 할 가능성은 있다"고 우려했다.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

정부는 이날 개성공단을 가동을 전면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응한 조치다. 연간 1억 달러(1198억원)에 달하는 외화 자금줄을 끊어 북한을 제재하겠다는 의도다.

기획재정부는 개성공단 중단의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 "경제 규모에 비해 미미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개성공단 연간 생산액은 약 5억 달러(5988억원)로 우리나라 연간 GDP의 0.04% 수준에 불과하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정부의 분석과 달리 개성공단 가동 중단은 우리 경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개성공단에는 124개 기업이 입주한 상태다.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의 생산 손실은 연간 5억 달러(5988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또 영업활동 중단에 따라 계약 파기, 거래선 단절 등 무형의 손실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남북경협보험 가입 기업은 손실액의 90% 범위에서 최대 70억원까지 보상을 받을 수 있지만 영업 중단에 따른 손실을 보전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는 게 기업 측 주장이다.

지금까지 정부와 민간기업이 개성공단에 투자한 금액의 손실은 더욱 클 전망이다. 지금까지 개성공단에 대한 투자 자금은 공공 4577억원, 민간 5613억원으로 1조190억원에 달한다. 북한은 피해 배상을 빌미로 개성공단 내 우리 자산을 동결·몰수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개성공단 가동 중단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반면 북한에 대한 제재 수단으로는 실효성을 발휘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북한이 입는 피해는 예상보다 크지 않은 데 비해 우리 측 손실은 상당히 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대경제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개성공단은 지난 2004년부터 10년간 남한에 32억6000만 달러(3조9038억원)의 내수 진작 효과를, 북한에는 3억8000만 달러(4551억원)의 외화 수입을 가져다 준 것으로 분석됐다. 개성공단 가동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북한의 10배에 달한 셈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실장은 "북한은 개성공단 근로자를 중국에 파견하면 더 높은 임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개성공단 폐쇄로 북한이 입을 피해는 한국정부가 기대하는 것만큼 크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 실장은 "반면 개성공단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은 방글라데시나 캄보디아를 제외하고는 개성공단보다 낮은 임금의 근로자를 찾기 어렵고 개성공단 만큼의 기업 운영 환경을 외국에서 찾기 어렵기 때문에 큰 타격을 입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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