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영 기자]인천공항이 제2여객터미널 건설 과정에서 '공사비 후려치기' 등으로 시공사에 불이익을 준 사실이 적발돼 32억원의 과징금을 물게 됐다.

여객터미널 공사비를 부당하게 깎고, 설계 책임을 시공사에 떠넘기는 이른바 '갑질'을 한 것.

특히 인천공항은 공항에 입점한 음식점·카페의 경영에 부당하게 간섭하거나 일방적으로 매장을 옮겨 불이익을 주기도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3일 "인천공항이 제2여객터미널 건설과 관련해 부당하게 공사비를 깎고 자기의 설계책임을 시공사에게 떠넘긴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32억원의 과징금 부과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인천공항은 지난 2013년 11월 제2여객터미널 건설공사를 발주하는 과정에서 약 23억원의 공사비를 부당하게 감액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시공사인 한진중공업은 인천공항의 원안설계보다 공사비를 절감할 수 있는 기술을 제안했다. 하지만 인천공항은 이를 채택하지 않고 원래의 설계대로 시공하도록 하면서 공사비 23억원을 깎았다.

또 인천공항은 자신의 설계에 대한 책임도 시공사에 떠넘겼다. 시공 과정에서 설계오류, 누락 등의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시공사가 설계 변경을 청구할 수 없도록 했다.

시공사가 기술제안을 하지 않은 설계 부분에서 오류나 누락이 발생해도 책임은 시공사가 지게 되는 셈이다.

이밖에도 인천공항은 공항 내에 입점한 식음료 사업자의 경영 행위에 부당하게 간섭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공항은 같은 품목의 식음료 가격이 사업자별로 다르다는 이유를 들어 가격을 통일하도록 강제하기도 했다.

인천공항이 공항 내 음식료 값 관리를 위해 가격신고·승인제를 운영하고 있어 사업자들이 신고·승인가격대로 판매를 하고 있었는데도 부당한 간섭을 한 것이라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워커힐이 식음료 사업과 관계없는 다른 상품의 요금을 올리자 워커힐이 운영하는 한식당의 가격을 인하하도록 요구하기도 했다.

2011년 3월에는 공항 내에서 영업하던 아모제 매장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옮기는 일도 있었다.

인천공항의 공사비 부당 감액이 문제가 된 제2여객터미널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과 연계된 사업으로, 2017년 8월 준공 예정이다.

제2여객터미널 골조·외장공사는 공사 추정금액만 5천700억원인 대형 사업이었지만 처음부터 시공사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으며 잡음을 냈다.

건설사들이 수익성을 맞추기 어렵다면서 입찰에 참여하지 않아 두 차례 유찰 끝에 한진중공업 컨소시엄과 수의계약이 체결됐다.

이후 지난해 11월에는 제2여객터미널 공사장에서 대형 크레인이 넘어져 3명의 사상자가 나오기도 했다.

공정위는 "인천공항이 식음료 사업자의 경영에 부당하게 간섭하거나, 일방적으로 매장을 이전시켜 불이익을 준 행위에 대해서는 향후 재발하지 않도록 경고조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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