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물, 빌딩
[김홍배 기자]“2년 전 은퇴한 50대 A씨. 퇴직금과 그간 모아둔 자산을 굴릴 방법을 찾다 경희대 앞 대학 상권을 낀 지상 3층짜리 상가빌딩을 26억원에 매입했다. 수익률을 높이려면 임차인 업종을 바꾸는 게 좋다는 조언에 세탁소 등 원래 있던 임차인을 명도소송 끝에 내보내고 한 대기업 커피 프랜차이즈에 통임대한 후 매달 꼬박꼬박 월세 1400만원을 손에 쥐고 있다. 명도소송에 든 비용과 시간을 감안해도 수익률이 연 6.7%에 달한다”

공급과잉 우려가 불거지며 주택 시장이 급속히 냉각되고 있는 가운데 50억원 이하 중소형 빌딩(일명 꼬마빌딩)이 매물이 나오는 즉시 거래될 정도로 인기다.

특히 강남과 대학 상권 등 유망 지역 '꼬마' 빌딩은 지난해 역대 최고 거래액을 찍을 만큼 없어서 못 살 지경이고 상가 매입 수요도 꾸준하다.

A씨의 경우처럼 특히 20억~30억원대 수익형 빌딩의 경우 'A'급은 아예 시장에서 사라지고 'B'급 매물도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29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수익형 부동산 시장은 저금리가 유지되면서 일반 주택시장과 탈동조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말 미국 금리 인상으로 관망세를 보이던 빌딩시장은 저금리 기조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며 다시 수요가 몰리고 있다. 강남, 이태원, 홍대 등 서울시내 중심상권에선 이미 20억~30억원대 수익형 꼬마빌딩은 이면도로에서도 찾기 힘든 귀한 상품이 됐다.

홍대 인근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대로변은 3.3㎡에 1억원을 호가하고 이면도로까지 3.3㎡에 5000만원을 넘어서 웬만한 건물은 대지가격만 30억원이 넘는다"면서 "재건축이나 신축을 해야 하는 B급 물건이 아니고선 꼬마빌딩은 매물이 잘 나오지도 않고 시장에 나오기가 무섭게 거래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강남의 한 빌딩 중개업체 관계자도 "20억~30억원대 수익형 건물을 찾는 대기 손님은 많지만 좋은 물건은 이미 가격이 많이 올랐다"고 말했다. 이처럼 중소형 빌딩 시장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몰리는 이유는 시중에 풀린 목돈이 적절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 예금금리가 1%대에 머물고, 증시도 상승 모멘텀을 상실하면서 자산가들의 관심이 수익형 부동산에 집중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빌딩 거래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개인 투자자들의 경우 중소형 빌딩에 대한 기대 수익률이 4% 정도로 떨어졌지만 대출금리나 다른 투자보다는 수익률이 높다는 평가다. 고준석 신한 PMW프리빌리지 서울센터장은 "자산가들의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여전히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으며 수익형 건물은 임대수익과 함께 시세차익도 노릴 수 있어 찾는 수요가 많다"고 말했다.

시장에서 적당한 매물이 줄어들면서 중소형 건물 매매는 지난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중소형 빌딩 매매전문 회사인 리얼티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1월 50억원 이하 빌딩 거래는 28건으로 2015년 1월 64건, 2014년 1월 41건에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명숙 우리은행 WM자문센터 부장은 "20억~30억원대 중소형 빌딩을 찾지 못한 투자자들이 상권과 인접한 2종 일반주거지역의 단독건물을 구매해 수익형 부동산으로 전환하는 쪽으로 관심을 넓히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꼬마빌딩 같은 수익형 부동산은 금리 인상에 민감하고 주변 상권 변화에 특히 취약하다는 지적이다.

공실이 발생하면 수익률이 크게 떨어지고 지나치게 융자를 많이 받아 건물을 매입했을 때는 현금 순환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문소임 리얼티코리아 수석연구원은 "지금은 무리한 융자를 통한 건물 매입은 피할 때"라면서 "본인의 자금력과 매입 목적을 뚜렷하게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미 100억원 이상 빌딩의 경우 시세차익을 실현하기 위한 매물이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다. 안 부장은 "덩치가 큰 건물은 경기 하락 때 공실이 늘어나는 것에 대한 부담과 환금성우려 때문에 팔아달라는 주문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에는 여유 자금이 1억원 안팎인 수요자들에게는 오피스텔 투자가 인기다. 아무리 떨어졌다고는 해도 임대수익률은 기준금리를 항상 넘어섰기 때문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2007년부터 올 1월까지 9년간 오피스텔의 연평균 수익률은 5% 이상을 유지했다.

다만 지난해 13년 만에 최대인 6만651실이 쏟아진 탓에 공급 과다 우려가 나오는 만큼 역세권이나 유동인구가 풍부한 대학가, 업무시설 밀집지, 대형 상업시설 인근 등으로 투자대상을 좁히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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