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혜 기자] "일반상대성이론이 과학사의 혁명적인 관점을 제시하고, 우주를 기술하는 새로운 이론이며, 뉴턴적 사고의 틀을 전복시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뉴턴적 사고의 전복이 '뉴턴 이론의 종식과 새로운 이론으로의 대체'라는 논리로 비약되는 것은 상당히 잘못 이해되고 있는 부분이다. 아인슈타인은 일반상대성이론을 수립하던 당시에 뉴턴의 이론을 포함하는 이론을 고려하고 있었고, 실제로 매우 약한 중력장에서는 여전히 뉴턴의 중력이론이 유효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반상대성이론의 성공은 기존의 이론의 틀을 새로운 이론으로 교체하는 의미가 아니라, 기존의 이론을 포함하고 그 한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이론으로의 확장이라는 데 더 큰 의의가 있다. 아인슈타인은 1955년에 세상을 떠났기에 이후 천문학과 물리학의 실험들이 증명해낸 일반상대성이론의 영광의 순간들을 충분히 누리지 못했다. 그러나 에딩턴에 의해 빛이 휘어질 수 있다는 사실이 입증된 것은 그 하나로도 일반상대성이론이 공고해질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 위대한 실험적 증거였다."(32~33쪽)

"협정세계시간으로 2016년 1월 6일 오전 1시 30분경 북한의 핵실험으로 추정되는 규모 5.1의 인공지진이 미국지질조사국(USGS)과 유럽 지중해 지진센터(EMSC)에 감지되었다. 이날은 필자가 리빙스턴 검출기의 데이터 품질 교대근무(Data Quality Shift)를 수행하고 있는 중이었다. 뉴스를 접한 필자는 바로 리빙스턴 검출기의 중력파 채널과 지진을 감지하는 지진계 채널을 확인했다. 북한에서 발생한 인공지진 진동이 리빙스턴에 도달하는 시간은 약 50여 분 뒤인 새벽 2시 20분이었다. 그러나 리빙스턴 검출기는 2시경부터 정비를 목적으로 다운 상태에 들어갔고, 이와 독립적으로 가동 중인 지진계에는 어떠한 이상신호도 검출되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핸퍼드 검출기 역시 정비 보수를 목적으로 다운 상태였기에 이 북핵 실험의 지진 진동은 어떠한 중력파 채널에서도 감지되지 못했다.(212쪽)

오정근(44)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선임연구원이 '중력파, 아인슈타인의 마지막 선물'을 냈다. 지난 55년간의 중력파 검출의 역사와 함께 오늘날 그 과학적 성공을 이루어낸 눈물겨운 과정을 생생하게 담아낸 중력파 검출 실험의 역사서다. 저자는 라이고 과학협력단에 참여하며 중력파 검출 실험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데 기여했다.

1927년 벨기에 브뤼셀에서 기괴한 토론의 향연이 벌어졌다. 이른바 '솔베이 회의'로 불리는 이 모임에서 당대의 물리학자들은 당시 구축되어가고 있었던 양자역학의 해석을 위해 끝없는 논쟁과 토론을 반복했다. 일반인들에게는 이 논쟁이 자신들의 생활에 전혀 도움을 주지 않는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논쟁이 결국은 양자역학의 기초를 확립하고 현대문명의 초석이 되었음을 피부로 느끼게 해준 사건 중 하나다. 이것은 비단 양자역학만이 아닌 현대 과학이 시대를 앞서서 당대 현실 생활과는 동떨어진 사실에 천착하고 있더라도 가까운 미래에 우리에게 공학과 기술문명이라는 이름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교훈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현대 과학, 특히 기초과학을 떠받치고 있는 큰 버팀목이 바로 이것이다.

현대 과학은 점차로 거대화되고 있고 대규모로 집단화되어가고 있다. 그에 따라 시설에 대한 투자 금액 역시 천문학적인 규모가 되고 있다. 이런 과학연구 형태의 특징은 이전에

인적인 실험실 수준에서 이루어지던 것과 다르게 특별한 모습으로 구현되고 있으나, 아직 우리에게는 낯설다. 불과 15쪽의 논문에 저자와 소속기관만 5쪽을 할애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 책은 그 낯선 현대 과학의 일면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과연 그렇게 큰 과학자들의 집단이 어떻게 실험과 토론을 통해 발견의 목적을 이루려고 노력하며, 어떤 과정으로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지를 생생하게 전달한다.

중력을 기술하는 뉴턴의 이론과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에 대한 소개와 간략한 고찰을 역사적 사건을 중심으로 기술했다. 중력파 검출 실험을 최초로 시작한 조지프 웨버의 선구자적인 노력과 이와 관련된 역사적 사건들과 함께, 웨버의 '바 검출기'로부터 중력파의 검출기가 어떻게 발전되어왔는지를 이야기했다. 또 물리학과 천문학적인 관점에서 중력파의 성공적인 검출이 가져다주게 될 혜택과 그 파급효과, 과학적 가능성에 대해 전망한다.

"웨버는 1969년 신시내티에서 열렸던 중서부 상대론학회에 참석했다. 이곳에 캘리포니아 공과대학교의 킵 손(1940~)이 참석해서 새로 만들어진 중성자별로부터 발생하는 중력파에 대한 자신의 연구를 발표했다. 웨버는 그 자리에서 자신이 실험적으로 중력파를 발견했다고 보고했고 이 자리에 있었던 모든 사람들은 충격을 받았다. 사실 킵 손은 웨버를 오랫동안 알고 지냈고 그가 개척하고 있는 신기술에 매우 관심이 많았다. 킵 손은 웨버가 오랜 기간 함께 일했던 휠러의 제자였다. 발표가 끝나자 웨버는 수많은 갈채를 받았다. 그리고 2주 후 그의 '피지컬 리뷰 레터' 논문이 출간되었다. 이후 웨버는 연일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고 뉴스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한 유명한 매체는 웨버의 이 발견이 지난 반세기 동안 물리학에서 가장 중요한 발견이 확실한지에 더 열을 올리며 관심을 가졌고, 웨버의 실험실은 모든 물리학자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었다."(72~73쪽)

"2010년 9월 20일에 폴란드의 크라쿠프(Krakow)에서 있었던 라이고-버고 연례총회에서 매우 흥분되는 사건에 대한 최초의 보고가 있었다. 여섯 번째 과학가동의 데이터 중 불과 크라쿠프 총회 4일 전에 있었던 2010년 9월 16일자 데이터에서 중력파의 후보로 여겨질 만한 신호가 포착되었다는 것이었다. 이 신호는 버스트 분석그룹에서 최초 보고가 있었고 이후 밀집 쌍성계 분석그룹에서 추가 확인이 되었다. 이 신호의 정체는 분명 블랙홀 쌍성 혹은 블랙홀-중성자별 쌍성이 1초 이내에 회전하다가 병합 과정을 거치면서 발생하는 중력파의 신호였고, 그 신호의 세기 역시 드물게 강력한 것이었다. 이 당시 중력파 간섭계는 2대의 라이고 간섭계 '핸퍼드, 리빙스턴'와 버고 간섭계, 그리고 지오 600이 '과학모드(science mode)'에서 가동 중이었다."(174~175쪽)

저자는 "사초(史草)를 작성하는 사관(史官)과 같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 책은 중력파 검출 발표 전후 몇 주간 동안 전 세계를 뜨겁게 달구었던 역사적 발견의 뒷이야기들을 시간에 따라 생생하게 담아낸 세계에서 하나밖에 없는 기록이다. 향후 100년간 회자될 위대한 발견의 기록을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 100주년의 해에 독자들과 나눌 수 있는 것은 현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큰 행운일 것이다." 300쪽, 1만6000원, 동아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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