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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巨匠’ 변월용을 만나다
김승혜 기자  |  shki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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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3.03  10: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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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는 3일부터 5월8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변월룡전'이 열린다.사진은 변월룡 작가의 생전 모습.<사진제공=국립현대미술관>
[김승혜 기자]탄생 100주년을 맞은 올해, 변월룡을 조명하는 국내 첫 회고전이 3일부터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열린다.

국립현대미술관은 "변월룡의 삶과 예술은 일제 강점, 분단, 전쟁, 이념 대립 등 한국 근현대사뿐만 아니라 공산주의 혁명, 세계대전, 전체주의, 냉전, 개혁과 개방을 겪은 러시아 근현대사를 관통한다"고 소개한다.

이번 전시에 가장 주목을 끄는 국내에서 이름이 낯선 고려인 화가 변월룡(1916~1990)은 러시아 연해주에서 태어나 상트페테르부르크(옛 레닌그라드)에서 미술교육을 받고 이곳에서 일생을 보냈다.

그가 졸업하고 교수를 지낸 '일리야 레핀 레닌그라드 회화, 조각, 건축 아카데미'는 1764년에 설립된 러시아 최고의 미술교육기관으로 꼽힌다.

1953~54년 당시 소련 문화성의 명령으로 북한에 파견됐고 이때 교류한 북한 미술가들이 그에게 보낸 편지 50여점은 유족에 의해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돼 있다.

1994년 러시아 유학 중이던 미술비평가 문영대(56)씨는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러시아미술관 구석에 걸려 있는 그림 한 점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한복 곱게 차려입은 여인과 아이. 이방인이 담은 한국 풍경에선 느낄 수 없는 우리네 정서가 흘렀다. '뻰 봐를렌'. 이름으론 알 수 없었지만 한국 피가 흐르는 작가임을 직감했다. 고려인 화가 변월룡(1916~1990)의 존재가 한국에 알려지게 된 순간이었다.

연해주에서 태어나 상트페테르부르크 레핀 미술대학 교수로 러시아 미술계의 중심부에서 활동했던 화가, 한국 미술사에선 흔적조차 없지만 북한 미술의 초석을 마련한 변월룡 회고전이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3일부터 5월 8일까지 열린다. 올해로 탄생 100년을 맞는 작가들을 재조명하는 '백년의 신화: 한국근대미술 거장전' 첫 번째 시리즈다. 이중섭(1916~1956), 유영국(1916~2002)이 그다음을 잇는다. 나머지 두 화가가 익히 알려진 거장이라면, 변월룡은 잊힌 화가다. 일부에선 한국 피가 흐른다는 이유로 그를 '한국근대미술 거장'으로 묶어 국립미술관에서 조명해야 하느냐는 비판이 제기될 정도로 알려진 게 별로 없다.

그러나 변월룡은 근현대 한반도의 미술 지형을 넓히고, 50년대 북한 문화계까지 아우르는 예외적 인물이다. 1953년 소·조(蘇朝) 문화 교류의 일환으로 소련이 북한에 파견한 고려인 화가가 변월룡이었다. 평양미술대학 학장 겸 고문으로 추대돼 러시아 리얼리즘 미술을 전수하는 중책을 맡았다.

   
▲ 1954년 부채춤 추는 최승희를 그린 그림. 최승희가 직접 준 흑백 사진도 있다.=국립현대미술관 제공
15개월 남짓 평양에 머무르는 동안 그는 제2의 고국 러시아에서 배운 사회주의 초상화 기법을 북한 미술가들에게 알려주고, 동양화과를 개설하는 등 미술교육 커리큘럼을 마련했다. 문학수, 김주경, 정관철 등 북한 미술계를 이끌던 화가들이 그에게 깊은 영향을 받았고, 무용가 최승희, 화가 근원 김용준과 배운성, 소설가 홍명희 등 월북 문화 인사들과 교류하며 그들을 화폭에 담았다. 그러나 그는 북한 당국으로부터 버림받았다. 1954년 급성 이질로 사경을 헤맬 무렵 북한 당국이 귀화 요청을 했지만 러시아인 부인이 만류하면서 거절한 게 괘씸죄로 걸렸다. 북한 미술계가 주체 미술로 급선회하며 그와의 연결고리를 끊어내려는 의도도 있었다.

이번 전시 성사에 결정적 역할을 한 문영대씨는 "10년 전 광복 60주년을 기념해 변월룡 전시를 준비했지만 당시엔 남북한 관계가 좋았던 때라 북측에서 불편하게 여기는 작가라는 이유로 성사되지 않았다"며 "북에서는 외면하고, 남에서는 모르는 거장을 알리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전시장에 걸린 작품 200여점과 자료 70여점 중엔 북의 화가들이 그에게 보낸 편지와 부채춤 추는 최승희 그림 등이 포함됐다. 휴전협정 전후로 격랑에 휩싸인 한반도 정세를 보여주는 그림도 있다. 1953년 판문점에서의 포로 송환, 재건 중인 50년대 초반 평양 풍경 등 사료적 가치를 지닌 작품도 꽤 된다. '닥터 지바고'의 작가 보리스 파스테르나크 등 러시아인들을 그린 초상화에선 한국을 소재로 한 그림과는 사뭇 다른 이국적 필치와 색감이 뚜렷하다.

전시 개막 참석차 방한한 아들 세르게이(64·화가)씨와 딸 올가(58·화가)씨는 "아버지에게 모국어는 한국어였고, 고려인들과 김치를 담가 드시며 고국을 잊지 않으셨다"며 "천상에서 아버지가 보신다면 너무나 감격하실 것 같다"고 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역사의 사각지대에 있던 변월룡의 디아스포라적 삶과 예술은 한국 근대미술의 다층적 측면을 드러낸다"며 "이번 전시는 냉전종식 후 한반도에 여전히 존재하는 철의 장막 때문에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았던 변월룡이라는 작가를 소개하는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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