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년 만에 롯데제과 등기이사서 물러나

 
[이미영 기자]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한일 롯데 원리더에 마침표를 찍으면서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도 49년 만에 그룹 모태인 롯데제과 등기이사에서 물러났다.

후임에는 황각규 롯데그룹 정책본부 운영실장이 선임된다.

이번 결정으로 신 회장은 한국 롯데그룹 내 지배력을 강화하게 됐다. 한국 롯데그룹의 모태이기도 한 롯데제과는 그룹 지배구조에 있어 식음료 계열사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7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롯데제과는 이달 열릴 예정인 정기 주주총회에서 신격호 총괄회장의 등기이사 사임과 황각규 사장의 등기이사 선임 안건을 상정한다”고 공시했다.

롯데제과는 "신격호 총괄회장은 고령으로 인해 정상적인 경영활동이 어렵다고 판단돼 임기 만료에 따른 재선임 하지 않키로 했다"며 "신규 선임된 황각규 사장은 롯데제과가 글로벌 식품사로 도약하기 위한 조력자 역할을 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967년 설립된 롯데제과는 한국 롯데그룹의 모태 회사다. 신 총괄회장은 롯데제과 설립이후 지금까지 등기이사직을 유지했다. 현재 사내이사에는 신 총괄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김용수 롯데제과 사장, 신항범 전무가 이름을 올리고 있다.

신 총괄회장을 대신해 황각규 롯데그룹 정책본부 운영실 실장이 새로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릴 예정이다.

특히 신 총괄회장의 롯데제과 이사직 해임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신 총괄회장은 '한강의 기적'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낸 이병철, 구인회, 최종호 등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한 1세대 기업인으로, 4대 그룹 창업 1세대 총수 중에서 유일한 생존자이기도 하다.

맨 손으로 시작해 한국과 일본에서 거대한 롯데왕국을 세웠다. 동생인 신철호 전 롯데 사장과 신춘호 농심그룹 회장과의 관계에 금이 가는 등 형제간 갈등은 있었지만 신 총괄회장은 흔들림없이 그룹을 키웠다.

하지만 롯데그룹의 1인자였던 신 총괄회장도 두 아들간 다툼은 어쩌지 못했다. 지난해 1월초 일본 롯데홀딩스에서 경질된 신동주 전 부회장은 지난 27일 아버지를 앞세워 동생(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허를 찔렀고, 다음날 신동빈 회장은 논란의 불씨을 차단하려고 아예 신 총괄회장을 대표이사직에서 해임했다.

이어 지난해 7월28일 일본 롯데홀딩스는 긴급 이사회를 열고, 신 총괄회장을 대표이사 회장직에서 해임시킨 바 있다. 이후 신 총괄회장은 일본 롯데홀딩스 명예회장으로, 회장직에는 신동빈 회장이 선임됐다. 다만 등기이사에는 포함돼 있다.

사흘 뒤인 31일에는 일본 ㈜롯데, 롯데상사, 롯데물산, 롯데아이스, 롯데부동산 등 5개 계열사를 비롯해 한국 롯데그룹의 지주회사격인 호텔롯데의 지분 72.65%를 보유한 일본 계열사 12개 L투자회사 대표에서도 물러났다.

특히 그동안 12개 L투자회사 중 9곳의 대표이사는 신 총괄회장이, 나머지 3곳은 츠쿠다 다카유키 일본 롯데홀딩스 사장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었다. 현재까지 신 총괄회장이 대표로 남아 있는 계열사는 롯데홀딩스를 비롯해 광윤사, 야구단인 지바 롯데마린스 등이다.

롯데 계열사와 L투자회사 등 신 총괄회장의 대표이사 후임으로는 신동빈 회장이 선임됐다.

국내에서도 신 총괄회장의 영향력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4월 그룹 계열사 중 하나인 대홍기획 등기이사직에서 해임돼 현재 신 총괄회장이 등기이사로 오른 계열사는 롯데제과를 비롯해 호텔롯데, 부산롯데호텔, 롯데쇼핑, 롯데자이언츠 등 4곳이다.

이중에서 호텔롯데와 롯데쇼핑은 이달 주총이 예정돼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신격호 총괄회장은 만 94세의 고령으로 쇠약해져 있는 상태로, 신 총괄회장의 건강이 예전만 못하다는 게 일반적"이라며 "이미 경영 일선에서 지휘봉을 잡은 신 회장은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의 '근면·성실'과 뚝심 있는 경영에 자신만의 스타일로 롯데의 DNA를 바꿔놨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롯데제과는 “신격호 총괄회장은 고령으로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물러나게 됐다”며 “대신 그 자리에 글로벌 감각이 뛰어난 황각규 운영실장을 영입해 글로벌 사업 역량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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