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세돌 2차 대국 '초집중'
[조주영 기자] 이세돌 9단과 바둑 대결을 벌이는 인공지능 '알파고'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영국 IT기업 딥마인드가 만든 '알파고'는 실체가 없는 소프트웨어다. 알파고는 대용량 프로그램이어서 일반인이 쉽게 접하는 USB나 CD롬 파일로 변환될 수 없다.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는 총 1202개 중앙처리장치(GPU), 176개 그래픽처리장치(GPU)가 탑재된 시스템으로 구현된다. CPU 1개당 1초에 1000회 이상 시뮬레이션한다.

서버는 여러 대가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돼 분산 처리하는 클러스터 방식이다. 인텔, 엔비디아 등에 핵심 부품은 공급받지만 최종 구현을 위한 설계는 직접 한다. 이렇게 완성된 시스템은 대기업, 연구소에서 데이터 분석이나 특정 분야 시뮬레이션을 위해 구축한 소규모 슈퍼컴퓨터와 맞먹는다.

구글은 알파고 가동을 위해 현재 컴퓨터 2000여대 분량을 거치며 움직이고 있다. 일종의 초대형 슈퍼컴퓨터가 동원된 셈이다.

딥마인드가 네이처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초기 알파고는 48개 CPU를 탑재한 서버로 구현됐다. 방대한 양의 기보를 학습하고 다른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과 500번 이상 겨뤘다. 인간과 대결을 준비하면서 컴퓨팅 파워를 더 늘렸다. 초기 모델보다 40배가 넘는 1900개 CPU를 탑재한 고성능 시스템을 장착해 테스트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판 후이 2단과 대결에 모습을 드러낸 알파고는 1202개 노드로 운영됐다. 데미스 하사비스 딥마인드 CEO는 무리한 컴퓨팅 파워 확장보다는 알고리즘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초당 10만개에 달하는 수를 고려한다. 최고 바둑기사보다 최대 1000배 빠르다.

이세돌 9단을 상대로 바둑 한점을 둘 때 약 1분간의 시간 동안 컴퓨터 두뇌 역할을 하는 중앙처리장치(CPU) 2000대가 동시에 돌아간다. CPU는 손바닥만한 크기의 칩이다. 알파고는 CPU를 여러 개 묶은 연산 GPU도 170개가량 사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나라의 인공지능 연구 1세대인 김진형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소장(카이스트 명예교수)은 "알파고에 들어가는 CPU 2000개는 병렬처리 방식으로 작동한다"며 "알파고는 우리에게 익숙한 실물 컴퓨터가 아닌 클라우드 컴퓨팅으로 움직이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클라우드는 인터넷으로 연결된 다른 컴퓨터들과 업무를 처리하는 기술로 속도가 빠르고 제어에 효율적이다. 물리적 공간도 많이 차지하지 않아 많은 기업이 선호하는 방식이다.

다만 알파고 수준의 대용량 프로그램을 작동시키려면 매우 큰 데이터 처리 시설이 필요하다. 구글은 알파고를 움직이는 데이터 센터의 규모와 위치를 밝히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영국과 미국에 산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정지훈 경희사이버대학교 교수는 "알파고는 슈퍼컴퓨터에 프로그램으로 입력돼 가동되는 중"이라며 "현재 알파고 알고리즘이 공개된 상태로, 알파고를 어떻게 만들었는지 알 수 있는 설계지도(오픈 소스)까지 알려지면 내려받아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알파고 프로그램을 작동하려면 매우 규모가 큰 슈퍼컴퓨터가 필요하므로 일반 사용자는 다루기 불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알파고는 형체가 없어 바둑판은 계산해도 바둑돌을 직접 놓을 수는 없다. 알파고는 CPU 2000개를 작동시켜 얻은 착수 지점을 결과값으로 알려준다.

현재 이세돌9단과의 대국은 구글 딥마인드 직원인 아자황 아마추어 6단이 모니터로 결괏값을 확인하고 바둑판에 바둑돌을 대신 놓아주는 식으로 진행된다.

이 때문에 이세돌9단은 바둑판을 보며 바둑을 두고, 아자황은 모니터를 보며 응수하는 이색 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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