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일보 편집국장
더불어민주당이 10일 정청래·윤후덕 의원 등 현역 5명을 공천에서 탈락시켰다. 정청래(재선·서울 마포을) 의원은 지난해 주승용 최고위원에게 '공갈 막말'을 해 당에서 징계를 받았고, 윤 의원은 로스쿨을 졸업한 딸의 취업 청탁 의혹이 문제가 됐다.

두 의원은 친노(親盧)·주류에 속한다. 이 밖에 최규성(전북 김제·부안), 부좌현(경기 안산 단원을), 강동원(전북 남원·임실·순창) 의원도 배제됐다. 지난달 1차 탈락자 10명과 그 이후 공천 배제된 강기정 의원을 포함하면 더민주 현역 탈락자는 16명으로 늘었다.

김종인 대표는 그간 친노(親盧) 패권을 청산하고 운동권 정당 체질을 바꾸겠다고 공언해 왔다. 이를 위해 현역 재선·중진 의원 30~50%에 대한 평가를 통해 컷오프(공천 탈락) 시키겠다고 했다. 예고했던 대로 막말·갑질 논란을 일으킨 강경파·친노 의원을 일부 탈락시킨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그러나 이날 이뤄진 '김종인표 물갈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김 대표가 수차례 '운동권식 정치' 청산을 공언한 것에 비하면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심지어 국민의당에서는 “전체적으로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 흔적이 역력하다”며 “친노 패권주의 청산 공천이라고 평가하기는 턱없이 부족하며 오히려 친노 패권주의가 확대 재생산된 공천”이라고 비판했다.

'막말' '갑질' 등 도덕성 문제로 논란이 된 현역들은 공천에서 탈락했지만 친노나 운동권·486 의원 대부분이 구제됐기 때문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남은 심사에서 운동권 세력을 얼마나 청산할지 여부에 따라 '김종인 공천'의 성패가 갈릴 것"이라고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표적 486·운동권 리더인 이인영(서울 구로갑)·우상호(서울 서대문갑) 의원은 이날 공천을 받았다. 박남춘(인천 남동갑)·최민희(경기 남양주병) 의원 등 문재인 전 대표와 가까운 주류 의원들도 공천이 확정됐다. 국민의당에서 공개적으로 공천 탈락 대상으로 지목한 이목희·전해철 의원 등은 9일에 이어 이날도 공천 결과가 공개되지 않았지만, 일부는 탈락 대상에서 구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어쨌건 이번 컷오프에서 친노 성향으로 분류되는 의원들과 대표적인 486 운동권 출신들이 대부분 공천을 받았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막말 발언 등으로 논란이 됐던 이종걸 원내대표를 비롯한 여러 중진도 마찬가지다.

전날 경선 지역 10곳 발표 때도 막말 논란을 빚었던 김경협 의원, 당내 회의에서 '봄날은 간다' 노래를 불러 구설에 오른 유승희 의원 등도 구제됐다. 여론의 표적이 된 정 의원 등 몇 명을 바꿔 물갈이 모양새만 갖추고 뒤로는 친노·운동권 핵심을 모두 살려준 결과다.

친노·운동권 출신이면 모두 정치를 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가 아니다. 그들 중 일부는 합리적 대안을 찾는 정치인으로 활동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적지 않은 사람이 세상을 선악 이분법으로 보고 자신을 선으로 여기는 어이없는 위선에 빠져 있다. 역대 최악이라는 이번 19대 국회는 주로 이들에 의해 갈 길이 가로막혀 왔다.

아직 공천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현역 의원 중에도 친노 패권의 핵심으로 지목되거나 막말·갑질 논란을 빚은 이가 적지 않다.

김종인 대표는 이날 '물갈이 폭이 생각보다 적다'는 기자들 질문에 "아직 끝나지도 않았는데 뭐 벌써 그런 이야기를 하느냐"고 했지만 지금 같은 추세라면 맛보기 식으로 몇 명 쳐내는 외에 당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공천 개혁은 물 건너갈 가능성이 크다.

김 대표는 '운동권 정당 청산'을 국민 앞에 약속했다. 중대한 정치 공약이다. 반발과 고통을 무릅쓰고 실천하지 않으면 김 대표의 거침없는 언행에 주목했던 국민의 시선은 달라질 것이다. 그리고 총선이 끝난 뒤 더민주당은 '도로 운동권당(黨)'으로 또다시 얼굴을 내밀 것이다.

안철수 공동대표가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고기갈이가 아니라 물갈이”라며 “오염된 물이 그대로 있다면 신선한 고기들을 갈아서 무슨 소용이 있겠냐”고 한 말도그리 틀림 말은 안닌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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