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주영 기자]인공지능(AI) ‘알파고’가 10일 이세돌 9단을 누르고 2연승 달렸다. 이에 앞서 한 정보통신(IT) 전문 변호사가 한 달 전 이세돌 9단의 필패를 예측한 것이 뒤늦게 주목을 받고 있다.

그는 “이 대국은 애초부터 불공정 게임”이라고 주장했다.

인터넷에 연결돼 컴퓨터 자원을 무한대로 사용하는 알파고는 무제한의 ‘훈수꾼’을 두고 바둑을 두고 있기 때문에 게임 조건이 애당초 인간에게 불리하다는 논리다.

전석진 법무법인 한얼 변호사는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이 있기 한 달 전인 지난 2월 9일 자신의 SNS에 “구글이 추진한 이번 대국은 '희대의 사기극'”이라고 주장하는 글을 올리며 '이세돌 필패론'을 제기했다.

정말 이길수 없는 것인가

전문가들은 1국까지는 이 9단의 패만 공개됐고, 알파고 알고리즘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것을 패배 원인으로 분석했다. 2국부터는 이 9단이 알파고의 특징을 분석해 100% 기량을 다 발휘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알파고는 상상 이상으로 강했다.

초반 알파고는 인간 바둑에서는 생각하기 어려운 착점을 했다. 흑 13, 흑 15로 알파고만 둘 수 있는 자유로운 착점의 발상이다. 이후 흑 37로 우변을 어깨 짚어 가는 수 또한 바둑계를 놀라게 만들었다.

정상급 프로기사 못지 않은 실력이다. 지난해 유럽 챔피언 판후이 2단과의 대결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최대 약점으로 꼽힌 '포석'마저 두텁게 가져가면서 이 9단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이 9단이 어떤 전략으로 알파고에 맞서야 승리를 거머쥘 수 있을까.

일단, 알파고에게 한 판이라도 이기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할 상황이다. 그 뒤에 다음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최선의 길이다.

2차례 대국을 통해 알파고의 강점과 약점은 이미 드러났다. 알파고는 가장 안정적으로 이기는 방법만 추구한다. 이 9단의 변칙수에도 안정적으로 대응하고, 이 9단이 강수를 두며 난전을 유도해도 철저하게 이기는 길만 찾는다. 흔들림이 전혀 없다. 사람이라면 전에 뒀던 수를 생각하면서 후회하기도 하는데, 알파고에는 이러한 감정 자체가 없다. 막대한 양의 데이터에서 각각의 경우의 수를 놓고 이길 확률이 가장 높은 수를 냉철하게 찾을 뿐이다.

알파고는 형세 판단능력도 탁월하다. 계산이 가능해지는 중반으로 갈수록 더욱 강해졌고, 한 치 빈틈 없이 완벽한 끝내기 솜씨를 뽐냈다.

하지만 완벽한 2연승을 거둔 알파고의 기반은 다름아닌 '인간'이다. 바둑 고수들의 16만개 기보와 3000만개 착점 자료를 확보해 스스로 학습했다. 지난 5개월간 매일 3만 번씩 대국을 하며 실력을 키워왔다. 이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알파고와의 대국을 복기, 수법과 알고리즘을 파악해야 한다. 알파고처럼 이 9단은 수없이 연구를 통해 부분적인 면에서 다소 손해를 보더라도 안정적으로 승부하는 길을 찾아야만 한다. 2국이 끝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알파고의 약점은 무엇이냐는 취재진의 거듭된 질문에 이 9단은 "약점을 못 찾아서 두 번 다 진 것 같다"고 답했다.

이 9단의 말처럼 지금까지 드러난 알파고의 약점은 거의 없다. 인간이 봤을 땐 간혹 '실수'라고 생각된 수를 뒀는데, 알고 보면 그 수는 분명히 일리가 있는 수였다. 이는 천성적으로 속기에 능한 이세돌 9단이 장고에 장고를 거듭하게 한 요인이기도 했다. 결국 시간 부족으로 수를 제대로 읽지 못해 흔들렸고, 돌을 던지고 패배를 인정했다.

그렇다면 알파고의 장점을 배우는 것이 승리의 비결이 될는지도 모른다. 알파고는 능수능란하며 침착하다. 계산이 불가능한 초반에 무조건 승부를 걸지 않는다. 적절히 타협할 때도 있고, 한 번 밀려도 무리하지 않으며 상대가 실착해도 강력하게 응징하지 않는다. 우세하게 이기는 것이 아니라 그냥 이기는 것을 목표로 오로지 이기는 길만 찾아간다.

바둑은 집이 많은 쪽이 이기는 게임으로, 계산력이 강한 쪽이 승리할 수밖에 없다. 슈퍼컴퓨터 1200대의 계산능력을 지닌 알파고를 인간이 쉽게 이기기는 어렵다. 하지만 알파고는 인간이 만들었고, 도전에는 불가능이 없다.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마음으로 평정심을 갖고 둔다면 충분히 승산은 있다. 포기하기엔 아직 이르다.

이세돌과 알파고의 '세기의 매치'는 12일 3국, 14일 4국, 15일 5국으로 이어진다. 이 9단은 남은 세 차례 대국에서 모두 이겨야 최종 승리할 수 있다. 알파고는 우승까지 1승만 남겨둔 상태다. 승부가 가려지더라도 대국은 5국까지 진행된다.

5판의 대결을 모두 치르는 조건으로 이 9단은 15만 달러(약 1억6500만원)를 받는다. 승리 수당은 2만 달러(2200만원)이며, 우승자에게는 100만 달러(약 11억원)의 상금이 주어진다. 알파고가 승리하는 경우 상금은 유니세프와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교육 및 바둑 관련 자선단체에 기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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