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의 78수는 '神의 한수'

 
[조성주 기자]‘인류 대표’ 이세돌 9단이 ‘3전 4기’ 끝에 마침내 인공지능(AI) 컴퓨터 알파고를 넘었다. 이 9단이 지난 세 차례의 대국을 통해 슈퍼컴퓨터 1202대가 연결된 알파고의 약점을 찾아낸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9단은 13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5번기 제4국에서 180수 만에 알파고에 불계승을 거뒀다.

이날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 딥마인드 대표의 하사비스 대표도 패배를 인정했다. 하사비스 대표는 경기 직후 "알파고가 이세돌의 78수 이후로 어려움에 부닥쳤다"고 밝혔다.

이세돌이 이 ‘神의 한수’가 알파고를 무너뜨린 것이다.

이후 알파고는 중앙 접전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수를 남발하면서 이 9단이 승기를 잡아 180수 만에 불계승을 거뒀다.

앞서 3차례 불계패를 선언하며 쓴맛을 삼켰던 이세돌 9단의 이날 1승은 인간이 기계를 이긴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이날 ‘선실리 후타계’ 전법을 들고 나온 이 9단은 두 귀를 점령하고 좌변과 우변에도 집을 마련하는 실리작전을 펼쳤고 알파고는 상변에서 중앙까지 거대한 집을 만들었다. 승부처는 중앙이었다. 이 9단은 중앙 삭감을 하면서 알파고의 집안에서 수를 내려고 했다. 이 순간 알파고는 우변에서 이해할 수 없는 수를 남발해 손해를 봤다.

앞서 알파고는 이날 대국 초반 사흘 전 열린 제2국과 똑같이 포석을 펼쳤다. 2국과 마찬가지로 4국에서 흑을 잡은 알파고는 첫수에 우상귀 화점, 3수째는 좌상귀 소목을 뒀다. 이 9단도 하변에 똑같이 진용을 펼치자 알파고는 우하귀에 한 칸 걸침 정석을 뒀다. 11수까지 똑같은 ’흉내바둑‘을 하던 알파고는 이세돌이 백 12수로 한 칸 벌림이 아닌 중앙 입구 자로 대응하자 수순을 바꿔 하변을 차지했다.

특히 이세돌 9단은 알파고와의 4국을 맞아 철저하게 '알파고 스타일'을 구사했다. 3차례 패배를 설욕하기 위해 단단히 벼른 듯했다. 평소 사람을 상대로 두던 대국 방식이 아닌 알파고가 구사하던 스타일을 완벽히 분석해 맞받아 친 것이다.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 딥마인드 대표의 하사비스 대표도 패배를 인정했다. 하사비스 대표는 경기 직후 "알파고가 79수 이후로 어려움에 부닥쳤다"며 "이세돌 9단이 경이로운 대국 스타일을 보였다,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중국 언론들은 이세돌 9단의 알파고와의 네 번째 대국 승리 소식을 속보로 전하면서 이 9단이 신의 한수로 알파고를 물리쳤다고 극찬했다.

환구망(環球網)은 이세돌 9단이 이날 오후 2시 42분(현지 시간) 구리 9단이 “신의 한 수”라고 부른 묘수를 두어 전세를 역전시켰다며, 이 수는 네 번의 대국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수였다고 보도했다.

환구망은 이번 대국의 승리는 이 9단 자신은 물론 인류를 위해 체면을 지킨 승리라고 평가했다.

인터넷 매체 서우후(搜狐)도 명예를 위해 대국에 나선 이세돌이 묘수로 알파고를 흔들었다며 아름다운 승리를 쟁취함으로써 인류 바둑기사의 존엄을 지켰다고 보도했다.

서우후는 격렬한 중반 전투가 진행되던 중 이 9단이 78번째 중앙의 ‘끼움수’를 작렬시키며 알파고의 방어선에 일격을 가했고, 이후 알파고는 다소 혼란스런 행보를 보였고 연속해서 초보자 수준의 이해하기 어려운 행마를 보이며 수습하기 어려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고 대국을 자세히 전했다.

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온라인판 기사에서 “알파고가 5번기 대국의 승리를 확정했지만 이 9단의 첫 승리는 인공지능이 아직은 완벽하지 않으며 바둑에 있어서 인간을 극복하기까진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줬다”고 전했다.

AP통신은 “이세돌의 승리는 알파고의 바둑 프로그램이 완벽하지 않으며 개선의 여지가 있다는 점을 상기시키게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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