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영 기자]슈퍼리치 분야에서는 여성은 여전히 ‘소수’다. 사회적 지위가 향상되고 사회활동이 늘면서 전보다 많은 ‘여성 부자’들이 탄생하고 있지만, 남자들에 비하면 그 숫자는 극소수다.

얼마 전 포브스가 발표한 ‘세계 부호 순위’에서 여성은 1645명 중 172명으로 10%를 간신히 넘겼지만, 이들 역시 대부분은 ‘누군가의 딸이거나 누군가의 아내’였다. 영국의 ‘가디언’에 따르면 스스로의 힘으로 재산을 모은 여성들은 전체의 1.9%인 32명에 불과했다. 진정한 여성 슈퍼리치는 한세대 정도 더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국내도 상황은 비슷하다. 20대 초반에서 7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여성들이 여성부자 순위의 상위를 차지했지만 모두 ‘누군가의 가족’이었다. 그중 절반 정도는 회사경영에 참여하고 있었다.

그러나 사회적 활동은 그리 눈에 띄지는 않는다

최근 이런 슈퍼리치이자 식품업계 창업주 '사모님'이 고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어 주목된다.

유업계 라이벌인 매일유업과 남양유업 창업주의 부인이자 회장의 어머니가 경영 고문에 나서며 고군분투하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김인순(81) 매일유업 명예회장과 지송죽(87) 남양유업 고문이 올해도 초고령 등기이사에 이름을 올릴 예정이다.

이들은 창업주에 이은 2세 경영의 조력자로 나서면서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대외 활동은 직접 하지 않으면서도 ‘창업주의 부인’, ‘회장의 어머니’로서 해당기업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일유업은 오는 25일 주주총회에서 고 김복용 매일유업 창업주의 미망인이자 김정완 회장의 어머니인 김 명예회장을 등기이사 후보에 올렸다. 등기이사 재직기간이 10년으로 여전히 왕성을 활동을 하고 있다.

또 1929년생인 지 고문은 홍두영 남양유업 창업주의 미망인이자 홍원식 회장의 어머니이다. 지난 1986년부터 비상근 사내이사를 맡고 있다. 무려 30년간 남양유업 경영을 지켜보고 있는 셈이다.

사조산업의 이일향 이사도 15년간 이사회 멤버로 활동하고 있다. 1930년생인 이 이사의 나이는 올해로 86세. 주진우 사조그룹 회장의 어머니다. 그는 그동안 비상근 감사로 사조산업의 경영에 간접적으로 관여해왔지만 2002년 비상근 사내이사로 선임되면서 본격적인 이사회 멤버가 됐다.

CJ그룹의 경우 이재현 회장의 어머니인 손복남 고문이 이들처럼 등기이사로 활약하지는 않지만, 그룹 내 주요 업무에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후문이다.

손 고문은 이병철 전 삼성그룹 창업주의 장남 고 이맹희 명예회장의 부인이다. 시어머니 박두을 여사를 끝까지 모신 효부로 알려졌다. CJ그룹이 형제간 분쟁 없이 CJ그룹은 이 회장, CJ엔터테인먼트는 이미경 부회장, 재산커뮤니케이션즈는 차남 이재환씨가 각각 경영했던 것도 손 고문의 교통정리 덕이라고 알려져 있다.

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이들 창업주 사모님들은 경영 고문 역할을 꾸준히 수행하고 있다"며 "기업의 사회재단, 봉사 등에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들이 고령에도 불구하고 장기간 이사회의 활동을 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이들이 모두 비상근 등기임원이라는 점 때문이다. 출근의 의무가 없기 때문에 회사 내에서도 이들을 직접 대면하는 사람은 극소수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특히 지분구조를 볼 때 오너의 지분이 50%를 넘는 기업은 주총에서 어떤 안건이 올라오더라도 과반의 의결권을 가진 오너일가의 뜻대로 통과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베일에 가려진 ‘슈퍼리치’ 안주인들

한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 리움 관장은 총 1조4500억원이 넘는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모두 삼성전자 지분이다. 삼성전자의 기업가치가 지난 10년간 수배 커지면서, 홍 관장의 부도 함께 증가했다. 홍 관장은 회사경영에는 참여하지 않지만 다른 ‘사모님’들과는 달리 활발한 대외활동을 벌이고 있다. 문화ㆍ예술, 자선 사업을 통해 삼성의 소프트파워를 강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부인인 김영식 여사도 보유주식의 가치가 4140억원이 넘었다. 지주회사인 (주)LG의 지분이 대부분이다. 김 여사가 일체 대외활동을 하지 않아 얼굴이 알려져 있지 않음을 감안하면 더욱 지분가치가 눈에 띈다.

젊은 사모님 가운데는 김정주 넥슨 회장의 부인인 유정현 씨의 주식가치가 3700억원으로 단연 으뜸이었다. 유 씨는 넥슨의 지주회사 격인 NXC의 2대 주주다. 넥슨의 실제 기업활동의 상당수가 일본에서 벌어지고 있음을 감안하면 유 씨의 실제 재산은 이보다 더 많을 수 있다.

이들 모두 겉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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