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주(단국대 서양화가 교수)의 제26회 개인전 ‘이유 있는 미술시간’전과 ‘이유 있는 미술시간’ 출판기념회가 3월 14일부터 20일까지 양재동 한전아트센터 제2전시실에서 열린다.

이번 개인전은 작가가 르네상스 미술부터 피카소의 큐비즘까지의 서양미술사를 다룬 ‘이유 있는 미술시간’ 출간에 맞춰 기획한 전시이다.

한편 지난 13일 조기주 씨가 르네상스 미술부터 피카소의 큐비즘까지의 서양미술사를 다룬 ‘이유 있는 미술시간’을 펴냈다.

서양미술과 작품에 대한 자신의 경험과 느낌을 씨줄로 삼고 시대적 배경을 날줄로 삼아 각 시기의 대표적 작품에 대한 분석을 입체적으로 촘촘하게 직조해냈다.

딱딱한 역사서와는 다르게 각 미술사조의 아이콘에 해당하는 대표작들을 중심으로 분석하면서 주관성의 늪에 빠지지 않게 그림의 가치를 통시적(通時的) 관점에서 역사 ·철학적 배경을 통해 풀어낸다.

저자가 그런 걸작들과의 만남을 통해 받은 구원의 기쁨, 위로, 충격 등이 곳곳에 에피소드로 담겨 있어 에세이를 읽는 듯한 느낌을 준다.

책은 신고전주의 화가 다비드의 ‘레카미에 부인의 초상’과 이를 패로디한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의 ‘원근법, 마담 레카미에’를 비교, 분석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흰 드레스를 걸친 매력적인 여인이 긴 의자에 비스듬히 누워있는 다비드의 우아한 작품은 19세기 프랑스 고전주의 미술의 정수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20세기 초현실주의파 마그리트는 다비드의 그림을 재현하면서 똑같은 긴 의자에 누운 귀족여인을 ‘관(棺)’으로 대체해 버린다. 마그리트는 파이프를 선명하게 묘사해놓고 그 아래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란 문구를 적어 넣어 충격을 던진 화가이기도 하다.

저자는 이 두 작품 사이의 ‘엄청난 간극’을 이해하기 위해 두 작품 사이에 놓인 150년 역사의 흐름을 설명하고 철학적 배경을 분석한다. 신고전주의자인 다비드는 미적 대상을 이상적으로 그려내는 게 목적이었다면, 모더니스트인 마그리트는 아름다움을 재현하는 데는 아예 관심이 없었고 관람자들에게 놀라움과 충격을 주는 것이 목적이었다는 것이다.

르네상스, 바로크, 낭만주의, 인상주의, 큐비즘 미술을 두루 살펴보는 과정에서 미켈란젤로의 미완성 유작 '론다니니 피에타'와 '매너리즘'에 대한 작가의 독특한 해석도 엿볼 수 있다.

저자는 책을 갈무리하면서 다시 의자 이야기로 돌아가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과 백제시대의 ‘반가사유상’을 비교한다. 의자에 앉아 있는 두 조각품은 동양과 서양 예술의 진수이면서도 극명한 대조를 보인다. 로댕이 근육질 육체를 보여주는데 비해 반가사유상은 ‘정신적인 육체’를 드러낸다. 작품이 탄생한 지리적, 시대적, 철학적 배경의 차이가 이렇게 미적 관점의 차이로 드러나기 때문에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시대적 배경을 알아야 한다.

저자가 머리말과 맺음말에서 밝힌 것처럼 예술작품은 불확실성과 불안으로 흔들리는 사람들을 굳건하게 잡아주고 나아갈 길을 알려주는 역할도 한다.

이 책은 서양미술사에 대해 통찰을 제시하면서 그림과의 교감을 통해 힐링을 하고 정체성을 찾아가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미술시간은 이유가 있다. 노스보스, 386쪽, 2만5000원.

 

저작권자 © 시사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