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일보 편집국장
궁하필위(窮下必危) 궁한 쥐가 고양이를 문다

<순자荀子>의 〈애공哀公〉 편에 나오는 고사성어로 아랫사람을 궁하게 하면 반드시 자기가 먼저 위태롭게 된다. 당장 보기에 근사해 보여도 사흘을 못 간다. 아랫사람을 궁지에 몰아 원망을 쌓는 대신 그의 존경을 받아야 진정한 리더라는 뜻이다.

어제(18일) 오전 2시간 반 동안 비공개로 진행된 새누리당 최고위 회의에서 김무성 대표는 "독재시대에서나 하는 일"이라며 공천과정에서 보여준 이한구 위원장과 친박 최고위원들을 싸잡아 비판했다. '독재'란 말은 박근혜 대통령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단어 중 하나다

새누리당은 이날 오후 늦게 국회에서 심야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유승민 의원의 공천 여부와 공천관리위원회의 공천심사 결과에 대한 의결 문제 등을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김 대표의 이러한 ‘이유 있는 반항’은 누굴 향하고 있는지 삼척동자도 다 안다.

집권여당이 총선을 불과 26일 앞두고도 공천을 확정 짓지 못한 채 최고위와 공관위로 갈려 진흙탕 싸움을 과연 국민들은 누가 단초를 제공했다고 생각할까

사실 새누리당의 공천 혼란은 진작부터 예견돼 온 일이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미운털이 박힌 현역 의원들을 잘라내고 ‘진박’ 신인들을 공천하려는 朴心(박근혜)에서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 불공정성과 이한구 공천위원장의 안하무인은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을 정도다.

심지어 그 독립성조차 청와대나 친박 실세의 ‘보이지 않는 손’으로부터 나오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으니 친박계가 과연 공천의 독립성 운운할 자격이나 있는지 되묻고 싶다.

어쩌면 이번 ‘보복공천’은 박 대통령의 레임덕을 방지하고 퇴임 후를 대비한 포석과 무관치 않을지 모른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다른 목소리를 허락하지 않고, 특정 보스가 공천을 주무르는 퇴행적 사당(私黨)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에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지금의 국민들은 참담한 마음으로 공천 개혁은 실종되고 계파 간 그릇 싸움에 빠진 집권 세력의 '아수라장'을  바라보고 있다. 도대체 무슨 낯으로 표를 달라고 할 건가. 그러고도 야권 분열에 기대 과반 의석 운운한다면 국민 수준을 너무 우습게 보는 처사다.

김 대표가 공천 결과에 뒤늦게 제동을 거는 건 이런 여론의 기류와 맞닿아 있는지도 모른다.

이제 남은 건 박 대통령의 결심이다.

국민들은 대통령이 언급한 ‘배신의 정치’ 심판을 보고 싶은 것이 아니라 배신을 포용으로 바꾸는 ’포용의 정치‘를 원한다는 것을 절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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