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일보 편집국장
20일 발표된 더불어민주당의 4·13총선 당 비례대표 후보 명단을 보면 상당히 실망 그 자체다. 무엇보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2번에 배치됐다는 점이 그렇다. 2번은 남성 몫의 최상위 순번이다. 제왕적 공천권을 행사해 온 김 대표가 스스로를 공천한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결정이다.

'친노 패권주의' 청산을 화두로 좌장격인 이해찬 의원을 컷오프시키는 등 그 나름의 개혁 공천으로 중도층 지지를 이끌어 낸 지금까지의 노력이 이번 '셀프 공천'으로 물거품이 됐다.

더욱이 김 대표는 자신이 그동안 한 말을 손바닥 뒤집듯 번복해 대중적 신뢰성도 타격을 입을 공산이 크다. 김 대표는 불과 몇 일전인 2월 28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총선에서 107석을 얻지 못하면 당을 떠나겠다고 하는 등 결연한 의지를 보여 왔다.

비례대표 출마 여부에 대해 "내가 비례에 큰 욕심이 있느냐. 난 그런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도 말하지 않았는가.

그런 그가 어제 국회에서 열린 중앙위원회 입장 전 '비례대표 2번 배정이 문제가 있다는 얘기가 있다'는 기자들의 물음에 "무슨 문제가 있느냐"고 일축했다.

더 나가 일부 중앙위원들은 "비례후보를 3개 그룹으로 나눈 것은 중앙위 투표로 비례대표 순번을 정하도록 한 당헌에 위배된다"고 주장한 것에 "비례명단 바꾸면 사퇴"하겠다고 했다.

당 비례대표 후보 명단에 이름을 올린 후보들 상당수가 도덕성과 정체성 등에서 흠결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음에도 말이다.

한 수도권 재선 의원의 “이번 논란으로 10석 이상 날아갔을 것”이라는 우려를 차치하더라도 야권 분열로 총선 패배가 우려되는 시점에서 김 대표의 ‘셀프공천’은 자충수를 둔 모양새다.

백척간두에 선 심정으로 선거를 진두지휘해야 할 제1 야당 대표가 자리를 욕심내는 건 전투에서 지휘관이 병사들의 뒤에 서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말이다.

급기야 비례대표 명단을 놓고 논란이 커지자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는 비공개 회의를 열고 명단을 수정하기로 했으나 김종인 비대위 대표는 이에 대해 반대하며 회의에 불참했다.

반면 새누리당을 탈당해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한 진영 의원은 이날 김종인 비대위 대표의 비례대표 2번 포진과 관련, "비례대표 결정은 그 분(김종인)을 위해서 합당한 일"이라고 거들고 나섰다.

‘자중지란 自中之亂)’

지금의 더민주를 두고 한 말인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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