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일보 편집국장
4·13총선 새누리당 공천은 이미 시작부터 낙제점을 예고했다. ‘상향식 공천’이라는 정치혁신 기치를 내걸었지만 공천 결과는 4년 전에 비해 질적으로 후퇴했다는 혹평 일색이고 원칙 없는 ‘전략공천’은 ‘밀실·보복 공천’ 논란으로 역풍을 몰고 왔다.

여기에 상향식 공천에 정치생명을 걸겠다는 김무성 대표는 당내에서 “김 대표의 정치생명은 대체 몇 개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올 만큼 무기력했다.

실제로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가 어제(22일) 오후까지 공천을 위한 경선 여론조사를 실시한 지역구는 전체 253곳 중 141곳(55.7%)에 그쳤다. 단수추천지역은 96곳이고, 우선추천지역은 12곳이다. 경선을 치른 지역이 경선 없이 후보를 정한 지역구보다 33곳 더 많았다.

이런 가운데 김 대표의 정치적 기반인 부산 지역에서는 현역 의원 15명이 경선(9명), 단수 추천(6명)으로 모두 생존해 ‘모종의 딜이 있은 것 아니냐‘는 의혹만 일었다. 경선에서 탈락한 한 후보는 “결국 상향식 공천은 신기루에 불과했다”며 “김 대표는 상향식 공천이라는 원칙도 명분도 다 지키지 못한 채 자신의 실리만 챙겼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특히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공천을 놓고 사실상 친박(친박근혜)계와 당 대표 사퇴를 불사한 최후 항전(抗戰)을 할 듯했지만 결국 “이번에도 물러섰다”는 비판까지 받았다.

그러나 이러한 준비 없는 ‘상향식 공천’에 앞서 이한구 공관위가 제시한 우선추천 공천 원칙도 지켜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당헌·당규는 단수추천은 공천 신청자가 1명이거나 복수 신청자 중 1명의 경쟁력이 월등한 경우로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몇몇 지역은 사전 여론조사에서 1위 후보가 아닌 하위 후보가 추천된 곳이 적지 않았다. 여성우선추천 지역도 마찬가지다. 여성 후보 신청이 한 명도 없었던 대구 수성을이 ‘여성우선추천 지역’으로 지정돼 주호영 의원이 공천배제(컷오프)된 게 대표적 사례다.

또 공천 기준도 문제다.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은 컷오프 기준으로 ‘품위에 적합하지 않은 사람’ ‘당 정체성에 적합하지 않은 사람’ ‘편한 지역의 다선 의원’ 등 세 가지 유형을 제시했다.

하지만 ‘누구에게’ ‘어떻게’ 적용했는지 판단하기 힘든 결과가 이어지면서 당직자들 사이에서조차 새누리당의 공천 기준은 ‘이한구 맘대로’라는 말이 나았다. 특히 ‘밀실공천’ 논란의 ‘화룡점정’은 이은재 전 의원을 서울 강남병에 여성우선추천을 통해 공천 확정한 것이다.

이 전 의원은 2012년부터 한국행정연구원장으로 재직하면서 법인카드를 유용한 사실이 국회 국정감사에서 드러났고, 비례대표 의원이었던 2009년 ‘용산 참사’를 ‘용산 도심 테러’로 지칭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당 핵심 관계자조차 “도덕성 논란에 이미 비례대표까지 지냈던 인사를 텃밭인 강남에 우선 추천하는 것을 유권자들이 이해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할 정도다.

이렇듯 원칙과 기준도 없는 공천 적용에 유승민 의원의 공천 결론을 미루면서 ‘공당(公黨)이기를 포기했다’는 국민적 비난까지 연출했다.

연일 공관위와 최고위원회가 “아무도 건드리기 싫어하는 폭탄”이라며 유 의원 거취 결정을 떠넘기는 진풍경도 연출됐다. ‘3·15학살’로 불리는 유승민계와 비박(비박근혜)계 대거 공천배제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친박계 후보들이 경선에서 줄줄이 탈락하는 역풍을 몰고 왔다.

특정 계파 구제 목적의 ‘돌려막기 공천’이라는 해괴한 행태도 잇따랐다. 최고위는 지난 21일 서울 서초갑 경선에서 이혜훈 전 의원에게 패한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을 다른 지역구에 공천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 제안은 조 전 수석의 고사로 해프닝으로 끝났다. ‘돌려막기’ 꼼수라는 지적이다

여당의 이번 공천은 절반 가까운 지역구에서 사실상의 전략공천이 이뤄지면서 ‘이한구의, 이한구에 의한, 박근혜를 위한’ 공천이었다는 지적을 감수해야 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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