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길선 현대중공업 회장
[이미영 기자]현대중공업 최고경영진이 회사 생존을 위해 노조의 전향적 자세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최길선 현대중공업 회장과 권오갑 사장은 22일 사내게시판을 통해 임직원들에게 "최근 10여년간 우리 회사는 너무 비대해졌고, 세상의 변화에 둔감했다"며 "수주잔량이 11년만에 최저 수준이다. 도크가 빈다는 상상하지 못한 일이 목전에 다가왔다"고 했다.

이들은 "세계 경기 침체와 저유가로 선주들이 발주 자체를 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납기를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품질이 좋지 않아 선주로부터 신뢰를 잃고 있다는 우리 내부의 문제도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얼마전 삼성중공업 노동조합이 선주사를 상대로 '공정을 최대한 지키도록 협조하겠다'며 직접 수주활동을 벌인다는 소식을 접했다"면서 "이는 노동조합의 진정성을 선주들에게 직접 보여주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대우조선 노조는 채권단에 쟁의 활동 자제와 임금동결 내용을 담은 동의서까지 제출했다"며 "노조가 기업회생 노력에 동참하기 위해 자신들의 기득권을 내려놓는 결단을 내린 것인데, 우리 노조는 회사에 대한 비난에만 앞장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이제는 노동조합도 오로지 회사 생존을 위한다는 생각으로 모든 것을 전향적으로 바꿔야 한다"며 "여러분도 회사를 반드시 재도약시킨다는 확신을 갖고 소중한 힘을 모아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현대중공업은 2014년 3조원이 넘는 사상 최악의 적자를 낸 데 이어 작년에도 1조5000억원의 손실을 봤다. 일감도 11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내려앉아 당장 내년을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23일 창사 44주년을 맞은 현대중공업은 '노조 리스크'로 즐겁지가 않다. 가뜩이나 실적 악화로 허덕이는 가운데 노조가 정치세력화 되면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가 운영하는 호텔, 예술관, 문화회관 등을 할인 혜택받을 수 있는 '평생 명예사원증'을 퇴직자에게도 지급해 달라"

이렇듯 노조는 아랑곳하지 않고 정치 활동에 나서는가 하면 사사건건 사측과 충돌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있는 울산시 동구 예비후보로 나섰던 김종훈 전 동구청장, 이갑용 전 현대중공업 노조위원장 후보 간 단일화는 현대중공업 조합원들의 투표로 결정됐을 만큼 노조의 정치 활동은 노골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회사측이 일감이 없어 어떻게든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 전환배치(근로자의 업무 위치를 바꾸는 것)를 실시했지만 노조는 반발하고 있다.

무리한 요구도 잇따른다. 노조는 최근 정년 퇴직자에게 회사가 운영하는 호텔, 예술관, 문화회관 등을 이용할 때 무기한 할인 혜택을 주는 '평생 명예사원증'을 지급해 달라고도 요구하면서 빈축을 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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