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숙 기자]국내 보험사들이 운용자산 수익률 끌어올리기에 고심하고 있다.

장기 저성장,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글로벌 주식 시장의 불확실성까지 확대되고 있어 투자처 물색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돈이 안 되는 예금 및 원금손실 위험이 큰 주식 투자는 줄이고, 대출 부문 비중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말 기준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의 대출채권(부동산담보·신용·보험약관 대출 등) 잔액은 152조6617억원으로 4년 전인 2012년 11월의 104조666억원보다 48조5951억원(46.6%) 급증했다.

생보사들의 대출채권은 약 78조원에서 105조원, 손보사들의 대출은 26조원에서 48조원으로 각각 늘었다.

대출채권 중 부동산담보 대출의 증가세가 가장 눈에 띈다.

생·손보사의 부동산담보 대출은 2012년 30조6658억원에서 지난해 49조5776억원으로 무려 61.67%(18조9118억원)이나 증가했다.

생보사 부동산대보대출액은 약 19조원에서 28조원으로, 손보사는 12조원에서 21조원으로 늘었다.

이밖에 생·손보사의 신용대출과 보험약관대출도 각각 7조6139억원(39.43%), 5조7324억원(12.92%) 증가했다.

반면 현금 및 예치금과 주식 투자액은 감소했다.

같은 기간 생·손보사의 현금 및 예치금은 23조9245억원에서 21조499억원으로 2조8746억원(-12.02%) 줄었다.

주식 투자액도 2012년 30조7700억원이었던 것이 지난해 30조709억원으로 6991억원(-2.27%) 감소했다.

주식의 경우 최근 시장 영향의 영향을 받아 투자 비중이 급격이 줄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2100대까지 치솟았던 지난해 4월 생보사들의 주식 투자액은 26조원에 육박했다.

하지만 중국 경기 둔화, 미국 기준금리 인상 등 글로벌 악재로 6월부터 주가가 폭락하자 같은해 11월 주식 투자액도 23조원으로 3조원 가까이 줄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1%대에 머물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예금은 자금운용 수단으로서 매력이 없다"며 "지난해 초반까지만 해도 주식 시장이 활황이라 수익률이 괜찮았는데 6월 'G2 악재'가 발생한 뒤 불확실성이 커져 현재로서는 함부로 투자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나마 가장 안정적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곳은 대출시장 뿐"이라며 "부동산담보 대출을 위주로 꾸준히 수요가 있기 때문에 현재와 같이 글로벌 경제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는 대출 비중을 늘리려는 기조가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은행은 대출 줄이고 있는데…"풍선효과 우려" VS "기우일 뿐"

금융당국이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기준을 강화하는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은행권에 도입한 가운데 자칫 보험권으로 대출 수요가 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미 보험사들이 부동산담보 비중을 늘리고 있는 상황에서 은행권에 대한 선제적 제재가 '풍선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금융당국은 1200조원을 돌파한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2월 은행권에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도입했다.

수도권에서 먼저 시행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의 핵심은 '상환능력 범위 내에서 빌리고, 처음부터 나눠 갚는다'는 것이다.

신규 주담대시 비거치식·분할상환이 원칙이 된다. 심사를 받을 때는 원천징수영수증 등 소득증빙자료를 내야 하고 금리 변동 가능성을 반영한 가산금리(stress rate)도 적용된다. 전반적으로 대출 받기가 까다로워진 셈이다.

금융당국은 관련 준비가 덜 된 보험권에는 여신삼사 가이드라인 도입을 미뤘다.

손병두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지난해 11월께부터 보험권 자체적으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도입을 준비 중"이라며 "올해 하반기 정도면 시행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보험권이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도입하기 전까지 생기는 공백기 동안 분할상환 대출이 부담스러운 고객들이 대거 보험사로 몰릴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최근 저금리 등으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보험사들이 가계 부동산담보 대출을 급격히 늘리고 있어 이러한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가계 부동산담보 대출의 약 99%는 주담대로 이뤄져 있다.

2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9월말 기준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의 가계 부동산담보대출 잔액 합계는 35조4054억원으로 3년 전인 2013년 9월의 26조2720억원 보다 9조1334억원(34.76%) 늘었다.

생보사들의 부동산담보 대출 잔액은 약 16조원에서 21조원, 손보사들의 잔액은 10조원에서 14조원으로 각각 증가했다.

회사별로 보면 생보사 중에서는 삼성생명(5조1918억원·79.05%), 농협생명(3792억원·94.52%), 흥국생명(1932억원·20.52%) 등의 부동산담보 대출 증가액이 많았다.

손보사 중에서는 삼성화재(1조3488억원·33.77%), 한화손해보험(7428억원·215.37%), 현대해상(6942억원(32.35%) 등이 부동산담보 대출 비중을 크게 늘렸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부터 비은행권 주담대가 빠르게 늘고 있다"며 "은행은 지난 2월부터 주담대 심사를 강화했는데 이럴 경우 당연히 보험쪽으로 대출 수요가 대거 넘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11년 '가계부채 연착륙 종합대책'이 나왔을 때도 은행권을 먼저 조이자 비은행권으로 대출이 옮겨가는 풍선효과가 나타났다"며 "앞선 사례를 고려했을 때 이번에는 보험권에도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적용을 더 빨리 적용하는 게 좋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은행권의 주담대 증가세가 다소 완화되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에 대출 심사가 엄격하지 않은 보험권으로 고객들이 넘어갈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며 "실제 은행에서 원하는 만큼의 금액을 대출받지 못하거나 분할상환이 부담스러운 고객들이 상당수 보험 쪽 대출을 알아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아직 2월 이후의 보험권 대출 집계가 나오지 않은 상황이고 영업 현장에서도 큰 변화가 없기 때문에 풍선효과에 대한 지나친 우려는 기우일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은행권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적용으로 보험 쪽에 대출이 몰리지 않겠냐는 얘기가 많은데 실제 보험사들의 2월 주담대 신규대출 규모를 확인해본 결과 오히려 1월보다 잔액이 준 것으로 확인됐다"며 "2월에 설연휴 등이 있어서 영업일이 줄어들긴 했지만 일평균 실적으로 봐도 액수는 감소됐다"고 밝혔다.

그는 "금융당국의 규제 때문인지 은행이나 보험 등 업권간 차이를 떠나서 대출시장 자체가 상당히 위축 돼 있는 모습이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현재 보험업계와 함께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도입을 위한 실무 작업을 진행 중이다"며 "최대한 빨리 준비를 마칠 계획이고 현재로서는 7월1일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도 행정지도를 통해 각 보험사들의 전체 주담대 중 40%는 분할상환으로 대출을 해주도록 하고 있다"며 "가이드라인 공백기에도 과도한 대출이 이뤄지지 않도록 통제를 하고 있기 때문에 지나치게 풍선효과를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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