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자에 일감 몰아주고 예산도 부당지원

 
[이미영 기자]공기업들이 퇴직자단체와 특혜성 수의계약으로 일감 몰아주기를 하거나 근거 없이 운영비와 사무실 공간을 지원하는 등 여전히 방만경영을 일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지난해 9~10월 34개 공공기관과 3개 중앙부처를 대상으로 공공기관 경영개선 이행실태를 점검한 결과 이같은 내용을 비롯해 총 80건의 감사결과를 시행했다고 29일 밝혔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이들 공공기관들의 퇴직자 단체들에 대한 이른바 '눈가림용' 지원 수법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한국관광공사 등 7개 공기업은 퇴직자들로 구성된 단체에 5년간 총 14억여원을 예산으로 지원했으며 코레일 등 5개 공기업은 퇴직자단체나 퇴직자단체가 출자한 회사에 사무실 등을 무상으로 제공했다.

이들 공기업들의 비리 사례를 살펴보면 한국전력공사는 수의계약으로 퇴직자단체인 A사 등에 위탁하던 전력계량설비 정기시험용역을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명령에 따라 2015년 6월 경쟁입찰로 변경하면서 A사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조건을 규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쟁입찰 대상 위탁대상물량을 세분화해 발주하지 않고 전체의 85%(84억원)를 통합발주했는데, A사 외에는 이같은 대규모 용역을 수행한 업체가 없는 탓에 A사가 85% 이상의 물량을 낙찰받을 수밖에 없어 특혜 논란이 제기될 우려가 높다는 게 감사원의 지적이다.

또한 한국전력기술은 기술인력 미보유, 실적 전무 등으로 자격요건에 미달하는 퇴직자단체 자회사를 협력업체로 등록시키는 방법으로 2014년 총 97억원 규모의 용역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가스공사는 경쟁입찰 등 규정을 어기고 퇴직자단체가 출자한 업체와의 특혜성 수의계약으로 5년간 223건(59억원)의 파견근로자 용역계약을 체결했다가 적발됐다.

한국관광공사는 퇴직자단체에 신년교례회 등 명목으로 5년간 24회에 걸쳐 2억7700만원을 예산으로 지원하고 공사 명의로 보증금 2억8000만원에 임차한 사무실을 퇴직자단체에 무상 제공하기도 했다.

한국농어촌공사, 한국광물자원공사, 한국지역난방공사, 대한석탄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등도 각종 운영보조비, 협회비, 체육대회·송년행사 경비 등의 명목으로 퇴직자단체에 각각 2200만~1억7800만원을 부당 지원하거나, 공사 명의로 빌린 사무실을 무상 제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철도공사는 전국 6곳의 사무실을 퇴직자단체에 무상 제공(연간 예상임대료 3700만원)하는 등 철도공사와 LH공사, 농수산식품유통공사, 코트라, 한전기술 등 5개 기관은 퇴직자단체에 사무실 공간을 임대하지 않고 무상으로 제공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노조의 반대 등을 이유로 감사원 지적사항이나 기획재정부의 방만경영 정상화 이행계획을 따르지 않는 경우들도 적지 않았다.

가스공사는 2014년 7월 기재부가 평균임금 산정에서 선택형 복리비를 제외하도록 하자 선택형 복리비를 재원으로 별도의 직무급을 신설, 실질적으로 선택형 복리비를 평균임금에 여전히 포함시키기로 노조와 이면 합의를 했다.

가스공사의 경우 직원들이 사전신고 없이 총 420회의 외부강의를 나간 것에 대해 감사원에서 주의를 받고도 또다시 직원 19명이 사전신고를 하지 않은 채 외부강의를 하면서 출장비까지 받아갔다.

연말에 단 한 차례만 정년퇴직을 실시하고 있는 LH는 퇴직 시기를 직원 출생일 기준으로 6월30일과 12월31일 연 2회 운영하라는 감사원 통보를 받고도 노조의 반대를 이유로 개정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지난해에만 15억원의 인건비가 추가 지급됐다.

일부 공기업은 선택형 복지비를 기본급화해 평균임금을 부당하게 증액하거나 창립기념일을 유급휴일로 운영하는 등 정부의 방만경영 정상화 대책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

일례로 가스공사의 경우 2014년 7월 기획재정부가 평균임금에서 선택형 복리비를 제외하도록 하자 선택형 복리비를 평균임금 산정에서 제외하는 대신 이를 재원으로 직무급이라는 수당을 신설하는 것으로 노조와 이면합의했다.

가스공사는 기재부에는 이같은 이면합의 내용을 숨긴 채 지침을 준수한 것으로 개선실적보고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인천공항공사는 실제 야근을 하지 않은 직원에게도 야근식대를 지급해 과거 감사원의 주의를 받고도 노조의 반대를 이유로 여전히 2014년 11월부터 2015년 9월까지 총 5억4400만원의 야근식대를 야근 여부도 확인하지 않고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철도공사는 직원 및 직원가족 할인·무임 승차제도를 개선하라는 감사원 요구에도 불구하고 노조의 반대 입장을 들어 협의만 진행하고 있다. 감사 이후인 2014년 10월부터 2015년 6월까지 117억원만큼 추가 복지혜택이 부여돼 공사 운임 수입이 감소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LH공사는 국가공무원법을 준용해 정년퇴직시기를 연 2회(6월, 12월)로 운영하라는 감사원 지적을 받았지만 노조가 반대한다며 아직도 연말 1회만 정년퇴직을 실시해 2015년 한해에만 15억원의 인건비를 추가로 지급했다.

이밖에도 사전신고 없이 외부강의를 나가 과거 감사에서 적발됐던 가스공사 소속 연구원 5명은 이번에 또 다시 신고 없이 외부강의를 진행하는 등 가스공사 직원 19명이 외부강의 미신고로 적발됐다.

이 가운데 책임연구원 B씨는 외부강의를 나가면서 공사에 출장비까지 부당 신청해 13만원을 받는 등 가스공사 연구원 7명이 외부강의용 출장비 129만원을 부당 수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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