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기 개발 프로그램 자금 조달 가능성

▲ 파나마 수도 파나마시티에 있는 모색 폰세카 입주 건물 외관 .
[이미영 기자]사상 최대 규모 '조세도피' 문건 폭로 파장이 세계 각국으로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북한에 살고 있는 영국 출신 은행가 나이절 코위가 파나마 로펌 모색 폰세카와 손잡고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에 페이퍼 컴퍼니 DCB 파이낸스를 세운 것으로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이 회사를 통해 북한 정권이 유엔 등 국제사회의 제재를 피해 해외에 무기를 팔고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에 들어가는 자금을 조달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파나마 페이퍼스'에 따르면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에 있는 DCB 파이낸스의 공동대표는 평양 대동신용은행의 은행장인 코위와 북한인 김철삼이란 인물이다.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국통제국(OFAC)는 이미 지난 2013년 핵개발 및 탄도 미사일 등 대량 파괴무기(WMD) 확산에 관여한 북한 금융기관으로 대동신용은행과 DCB 파이낸스, 그리고 이 회사의 중국 다롄 지점 김철삼 대표를 제재 대상에 포함시킨 바 있다.

당시 미 재무부는 대동신용은행이 북한의 주요 무기 거래 주체로 유엔 및 미국 제재 대상으로 지정된 조선광업개발무역회사(KOMID)와 단천상업은행에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DCB파이낸스는 2006년부터 북한이 미국 제재를 피해 금융거래를 하는 수단으로 활용돼왔다고 밝혔다.또 아울러 김철삼은 다롄 지점 대표로서 북한 관련 계좌를 통해 수백만달러를 거래 또는 관리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덧붙였다.

4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나이절 코위는 김정일 정권 때인 1995년 북한으로 넘어가 북한 최초의 외국계 은행인 대동신용은행의 은행장이 됐고, 20년 넘게 북한에 생활하고 있다. 에딘버러대에서 수학한 그는 한국어와 중국어를 능통하게 구사한다.

북한에 가기 전 코위는 홍콩에 있는 HSBC에서 일했으며, 평양에서 외신들과 수 차례 인터뷰를 한 적도 있다. 그는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왜 뉴욕이나 홍콩에서 일하지 않고 독재국가에서 일하냐는 질문에 "훨씬 더 재미있기 때문"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가디언은 대동신용은행이 평양에서 호텔을 운영한다고 돼있지만, 정작 호텔이 초라한 여관 수준이고 직원도 3명뿐이라고 지적했다. 코위는 지난 2006년 은행의 지분 70%를 사들인 콘소시엄을 이끌었다가 이후 자신의 지분을 중국 콘소시엄에 팔았다.

코위가 파나마 로펌 모색 폰세카를 통해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DCB 파이낸스란 회사를 세운 것은 국제사회의 제재 대상이 되기 이전인 지난 2006년이었다. 주소지는 평양의 국제문화회관으로 돼있고, 대동신용은행의 중국 다롄지점 김철삼 대표와 회사를 공동설립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그 해에 북한은 7개의 탄두미사일을 발사했고, 10월에는 지하 핵실험을 단행해 유엔 제재를 당했다.

코위는 모색 폰세카를 통해 DCB파이낸스 이외에 피닉스 커머셜 벤처스란 회사를 세우기도 했다. 이 회사는 북한 문화부와 조인트 벤처 형식으로 세워졌고, 서류상에는 CD와 DVD를 만들어 파는 것으로 돼있다.

가디언에 따르면 모색 폰세카는 DCB 파이낸스의 공동대표인 코위가 은행장으로 있는 대동신용은행의 주소지가 북한 평양으로 돼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 회사라는 것을 몰랐던 것으로 보인다.

2010년에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의 금융조사국으로부터 DCB 파이낸스의 정체에 대한 문의를 받고 나서야 대동신용은행이 북한 회사라는 것을 알았고, 그 해 법률 대리인을 그만둔 것으로 나타나있다. 이듬해 고위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은행지분을 중국 콘소시엄에 매각하기도 했다.

한편 BBC는 모색 폰세카가 미국 재무부의 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 이란, 짐바브웨 등의 개인 및 기관 33 곳을 위해 역외 조세도피처에 유령회사를 세워준 것으로 나타났다고 4일 보도했다. 또 이런 회사들을 모색 폰세카가 직접 자신의 이름으로 운영까지 해줘 국제사회의 제재위반을 추적하기가 어려웠던 것으로 지적했다.

북한의 DCB 파이낸스 경우처럼 제재 대상이 되기 이전에 세운 회사들도 있었지만, 제재 리스트에 오른 이후에도 모색 폰세카가 해당 회사를 계속 운영한 경우도 있었다고 BBC는 지적했다.

 

저작권자 © 시사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