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층 주거∙문화복합단지로 탈바꿈

 
[김홍배 기자]용산참사 현장이 2020년 고층 주상복합과 대규모 공원, 공공시설 등이 어우러진 서울의 명소로 거듭난다.

그동안 용산역 일대 재개발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09년 철거민이 희생된 용산 참사, 2013년 총 사업비 31조 원에 이르는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무산 등 홍역을 앓았다.

하지만 용산 4구역 개발과 지하도시 건설, 용산 미군기지 이전 등으로 다시금 활기를 띌 것으로 보인다.

미국 뉴욕 배터리 파크(Battery Park)나 독일 베를린 포츠다머플라츠(Potsdamer Platz)처럼 큰 공원과 건물이 조화를 이루는 주거·상업·문화복합지구로 만드는 내용이 그것이다. 사업성과 함께 공공성까지 확보한 것이 이번 구상의 핵심이다.

서울시는 지난 6일 도시계획위원회를 열고 용산구 한강로3가 63-70번지 일대의 획용산4구역 정비계획 변경(안)을 통과 시켰다고 7일 밝혔다.

변경(안)에 따르면 사업부지 5만3066㎡(연면적 37만1298.09㎡)에 주상복합 아파트 4개 동(31층~43층), 업무시설 1개 동(34층), 공공시설(5층), 용산파크웨이(1만7615㎡)가 들어선다.

우선 용산역 앞 노점상이 들어찼던 터에 1만2000㎡(3630평) 규모의 대형 공원이 들어선다.

이 공원의 지하에는 '리틀링크'라는 이름의 상점들과 주차장, 지하광장 등이 조성돼 일종의 '지하 도시'도 건설된다. 지하 도시가 용산역과 주상복합건물, 호텔 등을 하나로 연결하는 덕분에 주민과 여행객 등의 보행이 더 편해진다.

지상부에는 녹지와 노상 카페 등이 있는 대규모 공원 또는 광장을 만들고, 지하는 3층 깊이로 파 지하 광장과 상가, 주차장 등으로 만들 예정이다.

구 관계자는 "리틀링크가 조성되면 용산역에서부터 국제빌딩 4구역의 시민공원을 지나 용산공원까지 녹지대가 한 번에 연결돼 도보 여행의 명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리틀링크 조성지 주변으로는 용산역과 아이파크몰, HDC신라면세점 등이 몰려 있다. 또 미용 관련 복합 상가가 들어설 아모레퍼시픽 신사옥과 주상복합건물 등이 2017년 완공을 목표로 건설 중이다. HDC신라면세점과 연계해 외국인들의 주요 관광코스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2006년 재개발 지구 지정 이후 10년 동안 방치돼온 서울 용산 4구역에는 최고 43층 높이의 주상복합·업무시설 8개 동과 광화문광장 크기의 시민공원(1만7615㎡)이 들어선다.

용산 4구역은 2009년 1월 불법 건물 점거 농성을 벌이던 철거민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화재로 6명이 목숨을 잃은 '용산 참사'가 일어난 곳이다.

시민공원은 폭 65m, 길이 271m로 '용산파크웨이'로 불리게 된다. 독일 베를린의 포츠다머 플라츠(Potsdamer platz), 뉴욕 배터리 파크(Battery park)처럼 고층 건물이 즐비한 구역 한가운데에 시민공원을 만드는 방식으로 재개발된다.

주상복합 건물 1층 전체 면적의 21%가 넘는 공간을 공공 보행 통로로 설치해 단지 내부를 전면 개방하는 모델을 제시한다. 국내에서는 처음 시도되는 것으로, 문화공원과 연계해 24시간 개방한다.

출입구 같은 시설을 일체 설치하지 않고 공공 보행 통로 주변으로는 상가와 이벤트 공간을 마련한다. 공원을 포함해 약 2만 평이 넘는 휴게·놀이·상업 복합공간이 조성된다.

기부채납은 도로나 공원 같은 기반시설에서 벗어나 활용가치가 높은 공공시설물로 받는다. 지하 1층~지상 5층, 연면적 1만㎡ 규모 건물에 용산 일대에 부족한 아동·청소년 예술교육센터 같은 문화·복지 시설이 건립될 계획이다.

국제빌딩주변 5구역에는 지하 7층, 지상 34층 규모의 의료관광호텔이 들어선다. 용산 전자상가 관광터미널 부지에는 국내 최대 규모의 1730실 서부T&D 용산호텔 3개동이 건립 중이다. 내년 6월부터 영업을 시작한다.

서울시는 용산역을 출발해 용산역 광장(4만㎡), 미디어 광장(8740㎡), 용산파크웨이, 용산프롬나드(1만4104㎡)를 거쳐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이어지는 1.4㎞ 길이의 보행 공간도 만든다.

미디어 광장은 용산역 광장 바로 앞에 있는 폭 85m, 길이 90m 구역으로 올 하반기에 착공한다. 용산프롬나드는 용산 4구역에서 국립중앙박물관을 잇는 657m짜리 보행로로 지난 2010년에 완공됐다.

용산파크웨이(가칭)'은 미디어광장, 용산프롬나드 등 주변공원과 획지와 연계해 이 일대를 대표하는 대규모 테마공원으로 만든다. 광화문광장과 서울광장을 합친 것보다 약 1.3배 큰 규모다.

공원 내부는 1000개의 의자가 놓이고 공연과 프리마켓이 상시 열리는 '프로그램 필드', 야외 카페테리아, 책의 거리 등에서 도심 속 휴식을 즐기는 '커뮤니티 스트리트', 숲속에 온 듯한 상쾌함을 느낄 수 있는 '커뮤니티 가든' 등으로 구성된다.

서울시는 "2017년 미8군이 평택으로 철수하고 그 부지가 용산공원으로 바뀌면 용산파크웨이에서 용산공원으로 가는 보행로도 조성할 것"이라고 했다.

용산파크웨이 옆으로는 지상 31~43층짜리 주상복합 아파트 5개 동(A~E동)이 들어선다. 1122가구가 들어가는 대단지이다. 이 중 681가구가 일반에게 분양될 예정이다.

용산역 맞은편에는 지상 40층 2개 동의 래미안용산이 이미 절반 이상 공사가 진행돼 내년 5월 완공을 앞두고 있다. 바로 옆으로는 주상복합 용산푸르지오써밋이 공사 중이다.

용산4구역 사업이 정상화됨에 따라 ▲사망자를 위한 추모수목 식재 ▲상가우선분양권 5개 ▲현장 내 임시식당 운영 등 용산참사 합의사항도 이행될 전망이다.

특히 추모수목은 유가족의 아픔을 달래고 용산4구역이 갈등이 아닌 화합의 장소로 거듭나는 상징적인 공간이 될 수 있도록 규모나 위치 같은 세부적인 사항에 대해 조합과 유가족이 함께 논의해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시는 용산참사의 아픈 기억을 기록으로 남겨 후대에 역사적인 교훈으로 남기기 위해 현재 '용산참사 기억과 성찰 위원회'를 구성하고 기록보고서를 작성 중이다. 시는 작업이 완료되면 위원회 검증을 거쳐 영구 전시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이번 개발이 진행되면서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 사업이 재개될지도 관심사다. 코레일은 지난 1월 용산역세권 개발 기본구상 및 사업타당성 조사 용역을 발주했다.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 사업은 코레일이 보유한 용산 철도정비창과 서부이촌동 일대 56만㎡를 개발하는 사업비 31조원 규모의 초대형 프로젝트였다.

‘단군 이래 최대 규모'로 불리며 관심을 모았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와 맞물려 여러 차례 계획이 변경됐다. 1대 주주인 코레일과 출자사 간의 갈등, 자금난 등이 불거지면서 2013년 4월 무산됐다.

최근엔 용산구 서부이촌동 노후 주거지역이 재건축을 위한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허준영 전 코레일 사장도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 비리 사건에 연루된 의혹을 받으면서 검찰에 출두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신분당선과 면세점, 대형호텔, 용산미군기지 공원화 사업 등의 개발이 진행되면서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에 대한 여론이 다시금 생길 가능성도 있다"면서 "국립민속박물관이 용산으로 옮겨온다면 문화의료관광벨트가 완성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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