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 침범에 갓길타고 역주행은 기본

 
[김승혜 기자]대기업 회장의 잇따른 갑질논란에 이어 현대가 3세인 정일선 비앤지스틸 사장의 운전기사 갑질 매뉴얼이 추가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사장님이 빨리 가자'고 하면 즉시 모든 신호와 차선과 교통 법규는 무시한 채 달려요. 매뉴얼에도 이런 내용이 나와 있어요. 카메라요? 찍히면 다 회사에서 내주는데요. 재벌한테 과태료가 무슨 문제겠어요"

정 사장이 수행기사에게 이처럼 불법운전과 상습적으로 폭행과 폭언을 일삼았다는 것.

정 사장의 수행기사로 일했다는 익명의 제보자들은 8일 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수행기사 메뉴얼을 지키지 못하면 (정 사장이) 폭언·폭행은 물론 경위서를 쓰게 하고 벌점을 매겨 감봉까지 했다"고 말했다.

140여장 분량의 수행기사 메뉴얼에는 모닝콜과 초인종을 누르는 시기·방법, 신문 두는 위치 , 초벌세탁 방법 등 까다로운 지시사항들이 상세히 적혀있다.

제보자 A씨에 따르면 정 사장은 수행기사가 자신의 속옷, 양말 등을 챙길 때 군대에서 접듯 세번 각을 잡고 밴드 쪽으로 말아 올릴 것과 가방 내 특정 주머니에 이를 담을 것을 요구했다.

만약 다른 주머니에 속옷을 넣으면 "누가 니 맘대로 하래? X신 같은 X끼야, 니 머리가 좋은 줄 아냐? 머리가 안되면 물어봐"라는 욕설과 함께 폭행이 시작됐다.

제보자 B씨는 "챙길 게 워낙 많다보니 운동갈 떄 머리띠나 양말 등을 하나씩 빠뜨릴 때가 있는데 그러면 난리가 난다"고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는 정 사장이 "병신 X끼 이런 것도 안챙기냐, 그럼 운동 어떻게 해? X신아"라면서 정강이를 발로 찾고 주먹으로 머리를 내리쳤다고 증언했다.

정 사장의 요구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제보자 C씨는 "정 사장 본인이 늦게 나와 놓고서는 '시간 걸리는 거 뻔히 아는데 너 왜 나한테 빨리 출발해야 한다고 말 안 했어. 5분 늦을 때마다 한 대씩'이라며 윽박질렀다"고 주장했다.

현대비앤지스틸 기사면접을 봤던 또 다른 수행기사는 면접 당시 사전에 "'혹시라도 주먹이 날아가도 이해해라'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정 사장은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넷째 아들인 고(故)정몽우 현대알루미늄 회장의 맏아들이다.

현대비앤지스틸은 스테인리스 냉연강판을 주로 생산하는 업체다.

한편 현대 비앤지스틸 측은 "교통 위반을 해도 된다는 것보단 대표이사의 긴급한 이동이 필요한 경우 안전이 확보된 상태에서 갓길 주행, 과속 등의 교통 위반 행위를 감수하더라도 신속한 이동을 우선시하라는 내용이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불가피한 경우 교통 위반에 따른 책임을 지우지 않겠다는 의미로 작성했지만 사려 깊지 못한 행동이었다"며 "즉시 바로잡겠다"고 밝혔다.

또 "바쁜 업무로 출장이 많다 보니 주말 특근이 많았던 사실은 인정한다"면서도 "시간외 수당은 산정이 애매한 부분이 있어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지만 기사가 수당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면 최대한 운전자 입장에서 다시 산정해 수당을 추가로 지급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전 수행기사들은 "추가 수당을 주면 안 되겠냐고 애원했지만 매번 '안 된다'는 대답만 돌아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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