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대통령 선거가 끝나면서 소멸된 것으로 보였던 ‘정치 테마주’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금융당국은 내년 대선까지 정치테마주에 대한 감시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지난 13일로 총선 국면이 마무리됐지만 증시에서는 정치 테마주들이 이슈에 따라 여전히 급등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정치 테마주 88개 종목의 시가총액은 15일 기준으로 6조454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대선 후인 지난해 12월20일 6조223억원보다 7.2% 늘어난 액수다. 대선 테마 소멸로 대다수 테마주가 급락하기도 했지만 투기세력 개입으로 다시 시세를 분출하는 ‘폭탄 돌리기’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향후 정치행보를 재개할 것으로 보이는 무소속 안철수 전 대선후보 테마주의 급등세가 두드러진다. 안철수 테마주 37개 종목의 주가는 이 기간 평균 32.4% 급등했고 시가총액은 1조7153억원에서 2조1936억원으로 27.9% 늘었다.

안 전 후보가 귀국과 함께 정치행보를 재개할 것이란 소식이 전해진 15일 테마주 7개 종목이 일제히 상한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렇듯 예상치 못한 총선 결과에 여야 정계개편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관련 테마주들도 희비가 엇갈렸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차기 대권주자로 급부상하면서 20일 문재인 테마주로 꼽히는 유성티엔에스와 바른손이 각각 29.97%, 30.00%까지 치솟으며 상한가로 마감했다. 위노바는 10.88%, 에이엔피는 7.90% 올랐다.

광주·전남지역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 공동대표가 차기 대통령 지지율 1위를 차지했다는 소식에 '안철수 테마주'들도 강세였다. 다믈멀티미디어가 15.80%, 한국정보공학이 6.69%, 남화토건이 5.65%, 써니전자가 4.97%, 솔고바이오가 4.29% 상승했다.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가능성이 부각된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관련 테마주들도 최근 상승했다가 차익실현에 반락했다. 지난 19일 경봉, 정원엔시스 등이 상한가로 폭등했었으나 20일에는 3%대 하락 마감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관련주들도 롤러코스터를 탔다. 총선이 끝난 뒤 지난 14일에는 여권의 대권주자들이 대거 낙선한 데 따른 반사효과로 급등했으나, 이후 18일 반 총장이 외교부 소속 시절 1985년에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향을 외교부 상부에 보고했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급락했다.

아울러 당 대표 자리에서 물러난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와 총선에서 낙선한 오세훈 새누리당 후보 관련주들은 총선 다음날인 지난 14일 일제히 폭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들 정치 테마주들은 실질적인 기업 실적 수혜가 아닌 정치인과의 인맥이나 가족관계 등 막연한 기대감에 근거해 움직이기 때문에 투자에 주의가 당부된다.

금융당국은 정치 테마주에 대한 집중적인 모니터링을 내년 대선까지 이어가며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해서는 엄중히 조치할 것이라는 방침이다.

금융감독원 특별조사국 관계자는 "총선이 끝났다고 해서 정치 테마주 모니터링을 끝내는 것이 아니라 계속적으로 허위사실 유포나 이상매매 주문 등에 대해 감시를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인위적으로 주가를 조작하는 작전세력 개입 여부 등에 대해 집중 감시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작전세력의 매매유인성 통정매매(주식매매 당사자가 부당이득을 취득할 목적으로 종목·물량·가격 등을 사전에 담합해 거래하는 행위), 상한가 굳히기, 허수성주문, 고가매수 및 연속적인 단주 주문 등 이상매매 주문 행위 가능성도 예의 주시하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3개 기관은 총선 전인 지난달 28일부터 정치 테마주에 대한 공동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과거 사례를 보면 정치 테마주의 주가 상승은 결국 거품에 불과했고 불공정거래의 개연성도 컸다"며 "근거 없는 풍문에 따라 추종매매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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