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호 기자]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한편의 드라마 같은 승리였다.

전현희 당선인은 지난 13일 오후 당선이 확실해진 후 강남구 수서동 선거 사무실에서 “하늘나라에 있는 남편도 기뻐해줄 것”이라며 “강남을 지역구민들의 성원에 감사드린다. 엄마의 마음으로 사교육비 절감 공약 등 꼭 지키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더민주 전현희(52) 당선인은 야당 후보자로는 24년 만에 처음으로 강남을에 깃발을 꽂은 것. 전 당선인은 최명길(송파을)·남인순(송파병) 당선인과 함께 이른바 '강남 벨트'의 교두보 마련에 큰 공을 세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20일 국회에서 시사플러스와 만나, "몇 달 동안 죽음의 레이스를 보냈다. 우리 캠프사람들은 저더러 '무릎'으로 승리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무릎을 꿇다시피하며 저자세로 지역을 돌아다닌 게 승인이란 이야기다.

18대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전 당선인은 19대 총선 당시 강남을에 출사표를 던졌다가 정동영 전 의원에게 밀려 경선에서 고배를 마셨다.

이후 인접 지역구에 공천을 제안 받았지만 고사하고 4년을 기다려 이번에 당선됐다. 전 당선인은 "강남은 아무도 도전하지 않는 곳이기 때문에 저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했다"고 말했다.

다음은 전 당선인과의 일문일답.

- 야당 불모지인 강남을에서의 당선됐을 때의 소회가 남달랐을 것 같다.

"당선됐을 때 막상 기쁘다기 보다는 웃지를 못하겠더라. 굉장히 무거운 짊을 유권자들이 줬구나 생각했다."

- 감기가 든 것 같은데.

"총선이 끝난 뒤 몸살 감기가 매우 심하게 들었다. 거의 몇 달 동안 죽음의 레이스를 보내 그런 것 같다. 다니다보면 저한테 명함을 10장 받았다는 사람이 매우 많다. 하루에 저를 세 번째 만난다는 사람이 많을 만큼 열심히 다녔다. 그냥 만나는 게 아니라 정말 정성들여 만났다. 무릎 꿇고 유권자를 만났다. 우리 캠프사람들이 저더러 '무릎'으로 승리했다고 말할 정도다. (강남 유권자들이)그런 진정성이나 마음을 읽어준 것 같다."

- 선거 전 여론조사는 많이 뒤진 걸로 나왔는데.

"초조하지는 않았다. 꾸준히 정성을 다해서 진심을 보여드리면 사람들의 마음이 움직인다는 것을 믿었다. 그래서 실제로 선거기간 내내 거리에서 만나는 분들이 응원을 많이 해줬다. '이번에 꼭 찍어주겠다', '열심히 했는데 보람이 있을 것이다' 이런 말을 많이 들었다. 거리에서 보여주는 민심을 믿었다. 여론조사에 대해서는 생각보다 적게 나와서 실망은 했지만 그래도 민심을 믿고 열심히 뚜벅뚜벅 걸은 게 승리를 가져오지 않았나 싶다."

- 19대 총선 때 강남을에 출마했다가 경선고배를 마셨고, 인접 송파갑 출마를 권유받았는데 고사했다. 4년을 기다려 다시 강남을에 출사표를 던져서 당선됐는데 특별히 강남을을 고수한 계기가 있나.

"강남이라는 곳은 야권 불모지였고 사람들이 별로 가지 않으려는 곳이다. 가장 어려운 곳이기 때문에 모두들 꺼려한다. 하지만 아무도 안 나서는 곳을 내버려두면 그대로 있게된다. 그래서 제가 해내야겠다는 일종의 소명의식이 있었다. 만약 이번에 당선되지 않았더라도 저는 강남을에 다시 도전을 했을 것이다.

- 먼저 강남에 도전하겠다고 했을 때 당의 반응은 어땠나.

"제 노력이 가상해 보였는지 저를 수도권 전략공천 1호로 해줬다. 그 때 김종인 대표가 '이 지역에서 이기면 서울 전역에서 승리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그정도의 큰 의미가 있는 지역이니 가서 열심히 해라'는 얘기를 들려줬다."

- 더민주가 앞으로 확장성을 갖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들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생각하나.

"이번에 24년 만에 처음으로 강남벨트가 뚫렸다. 이기기도 어렵지만 지키는 것은 더 어렵다고 생각한다. 정말 어렵사리 마련한 강남교두보인만큼 책임감을 갖고 발로 뛰고 주민을 섬겨서 이 교두보를 지켜야겠다."

- 김부겸 당선인의 경우 선거운동 때 당을 최대한 배제한 채 인물을 강조했다. 같은 험지에 출마했던 입장으로 본인의 경우는 어땠나.

"저는 굳이 당을 숨기려하지 않았다. 그래서 초기에는 힘들었다. 동네 지역주민 행사 를 찾았을 때 '여기 왜 왔나' 이런 냉랭한 분위기였다. 인사하다가 쫓겨나는 일도 많았다. 그런 것이 몇 달 간 계속됐다. 행사마다 홀대를 당해 서러움에 눈물을 많이 흘렸다. 그럴수록 제가 부족해서 사람들의 마음을 못 열었거니라는 그런 생각을 했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 더 정성을 다하면 마음이 넘어오겠지 그런 생각을 했다."

- 이번 총선을 통해 30년 이상 지속돼 온 지역구도 변화 움직임이 감지됐다는 평가가 있다. 총선 평가를 해본다면.

"이번 유권자들이 굉장히 현명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국민이 옳다고들 얘기하는데, 이번 선거처럼 실감해 본 적이 없다. 강남에서도 그런 느낌을 많이 받았다. 강남은 여전히 '묻지마 여당세'가 있지만 최소한 마음이 열려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어떤 후보든지 능력있는 좋은 후보에게는 당을 묻지 않고 뽑아줄 수 있는 국민들의 현명한 선택이 시작됐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지역주의가 상당히 허물어졌다. 대한민국 정치발전을 위해서 국민들이 먼저 바꿔줬다. 이제 정치인들이 거기에 따라가서 수준을 맞춰야 된다는 생각이 든다."

- 총선은 끝났지만 당내에서 전당대회나 원내대표 선거, 무소속 복당 여부 등을 놓고 계파간 갈등이 조금씩 불거져 나오는 양상이다. 당내 계파 갈등상에 대한 견해는.

"한국정치의 고질적 병폐 중에 없어져야 할 첫 번째가 지역주의라고 생각한다. 그 다음에 계파문제, 이념갈등이라 생각한다. 이런 것만 없어지면 우리 정치가 한 단계 더 도약할 것이라 생각한다. 당선인 대회를 하면서 많은 분들이 유사한 얘기를 했다. 내부에서 분열 말고, 겸손하고 자중자애 하자는 말이 많았다. 당내의 계파문제 등 여러 문제가 많았는데 20대 국회에서는, 또 내년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바라는 대안야당, 정책야당을 하려면 조금 더 성숙해 져야 된다고 생각한다."

- 박지원 의원의 원내대표 시절 원내대변인을 지내면서 한때 박지원계로 불리기도 했고, 손학규 전 상임고문과의 친분으로 최근에는 손학규계로 분류되기도 한다. 박 의원은 꾸준히 야권통합을 주장, 손 전 고문은 안팎에서 정계복귀를 원하는 목소리가 높다. 두 사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평소 지론으로 야권통합을 이야기했다. 야당이 사실상 호남과 비호남으로 갈려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우리가 정권교체를 위한다면 호남이 없어서는 안되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우리가 정권교체를 위해서 양당이 어떤 형태로든 함께가는 것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야권 통합이 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그 부분에 있어서 저도 역할을 하고 싶다. 또 손 전 고문은 정계 은퇴를 했지만 대한민국과 당을 위해 할 역할이 있다고 생각한다."

- 문재인 전 대표가 호남에서 정계은퇴를 불사하겠다고 한 약속 때문에 고민이 많은 것 같다.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문 전 대표도 훌륭한 분이고 명실상부한 대선주자 1위다. 정계은퇴를 불사하겠다고 총선 때 그런 이야기를 했지만 저는 그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역할이 있고, 할 일이 많고, 우리당의 정권교체를 위해서 중요한 역학을 해야하는 분이기 때문에 은퇴선언은 번복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가 이렇게 얘기한다고 해서 친노는 아니다."

-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김종인 비대위 대표의 당대표 합의추대에 대한 생각은 어떠한가.

"그 부분은 조금 더 당내에서 우리 의원들이나 국민들의 판단을 따라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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