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혜훈 새누리당 서초갑 당선인

[김민호 기자]“노(No) 할 줄 아는 여당이 돼야죠.”

4ㆍ13 총선에서 3선 고지에 오른 새누리당 이혜훈 당선자가 말하는 ‘새누리당 혁신 제1요건’이다.

그는 총선 참패의 늪에서 허덕이는 새누리당에서 ‘혁신의 기수’로 주목 받는 당선자다. 당내 3선 그룹은 이번 총선을 거치며 18명에서 21명으로 좀더 두툼해졌다. 그 중에서도 이 전 의원을 비롯한 쇄신파가 적지 않다.

이어 이혜훈 당선인은 "지금까지 대통령 스타일은, '내가 옳으니 나를 따르라는 식'이었다"며 "국민의 목소리를 듣고, 의견을 존중하고, 국민을 따르는 식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당선인은 이날 서초구 잠원동 자신의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갖고 "그동안에는 '대통령이 이걸 원하니 이렇게 해주세요' 이런 식으로 진박 후보, 호위무사들이 마케팅 했다. 그러다보니 국민은 '국민이 대통령을 위해 존재하나'라는 느낌을 받았다. 국민들은 그런 느낌을 더 이상 원치 않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또 "대통령을 위하는 사람이라기보다는, 대통령을 팔아 내 한자리 얻겠다는 친박계가 너무 많았다"며 친박계를 강력 비판했다.

다음은 이 당선인과의 일문일답.

-이번 공천 파동에 대해 할 말이 많을 것 같다.

"우리가 당헌당규를, 당원과 국민의 의견을 수렴해서 의원총회, 전국위, 최고위 등을 거쳐 공천룰을 확정했다. 보수정당의 제1 가치는 법치 아니냐. 룰을 존중해야 하는데, 정당한 권한 없는 공관위원들이 왜 180도로 정당한 절차 없이 공천룰을 바꿨다. 이런 것이야말로 공당에서는 있으면 안되는 일인데 이런 일이 자행됐다. 누구도 제지 못했고, 부끄러운 현실이다. 이런 일이 다신 되풀이돼선 안 된다.

이것이 국민이 새누리당을 심판한 이유 중 하나다. 예를 들어 수능을 볼때 원래 있는 과목이 갑자기 없어지고, 없던 과목이 갑자기 생기고, 또 배점 등이 다 정해놓고도 수능 며칠 앞두고 바꾼 식이다. 이러면 민란이 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민란이 난 것이기도 하다. 다른 후보들도 다들 본선보다 경선이 어려웠다고 하더라. 본선은 룰이 분명하고 불확실성이 없기라도 하지, 경선에서는 정말, 이런 깜깜이룰이 어디 있나.

정당하지 않았다. 모든 지역을 경선 한다고 해놓고, 1년 가까이 경선을 위해 지역에서 준비를 했는데 갑자기 뒤집어서 새로운, 누구도 동의하기 어려운, 자의적 잣대로 재단했다. 또 누구를 탈락시켜 놓고 왜 탈락한지 설명도 없고. 국민들이 화가 나실만 했다."

-지역에서 이런 분위기가 감지됐었나.

"일찌감치 됐었다. 특히 강남 지역의 경우 4년 전부터 공천에 대한 불만이 쌓였다. 왜 강남에는 다선 중진 안 되는거냐, 전략공천으로만 하냐, 일을 익힐 만하면 왜 바꾸냐, 우린 경력사원은 없고 인턴사원만 하라는거냐, 인턴 교육하다 날 샌다. 그럼 영남은 당 지지율 높은데 영남에는 6,7선있다. 그런데 왜 강남은 3선도 안되냐. 이번에는 강남이 뭔가 보여준다는 얘기를 오랫동안 해 왔다. 사람들 분노한 것이다."

-무소속 복당 문제로도 시끌시끌하다. 특히 유승민 의원에 대해.

"새누리당이 그 지역에 대한 공천을 안 했으니까, 무소속이 당선돼서 복당 신청을 하면 자동복당이 기정사실화된 것 아니냐. 그걸 지금 다시 뒤집으면... 이런 복당 논란 자체도 국민들 앞에 심판 받을까봐 두렵다. 복당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이상한 논리를 댄다. 당의 이념이나 정체성과 안 맞다고 하는데, 유 의원은 그동안 공인으로서 모든 언행과 본인 소신, 출판물 등이 수십년 간 언론 보도나 국회 속기록을 통해 다 남아 있다.

그중 어떤 부분이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고 자유시장경제를 신봉하는 우리 당 정체성에 어긋나는지 근거를 대야 한다. 그렇게 당을 흔드는 발언을 하면서, 근거를 대면서 해야 하는 것 아니냐."

-유 의원이 복당하면 새누리당 개혁에 목소리를 낸다고 했는데, 함께 어떤 그림을 그렸나.

"저는 누구라고 제한할 필요 없이, 당이 국민에게 사랑받는 보수 ,공정한 보수, 지탄이 아니라 존경 받는 보수가 되려는 모든 개혁을 위해서는 같이 연대하고 협력할 것이다.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되고가 아니라, 같은 생각 가지면 협력할거다. 정책으로 협력할 거다.

-이번 총선에서 유 의원만 당선되고 류성걸, 권은희, 조해진 등 다른 측근 의원들이 낙선한 데 대해 '유승민의 한계'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원래 이번 새누리당의 공천 컨셉은 유 의원만 남기고 다 죽인다 아니었나. 그 컨셉대로 된 것이다. 공천권을 손에 쥔 사람이 그렇게 의도하고 공천했는데 이게 어떻게 '유승민의 한계'냐. 과거 이재오 의원만 살리고 가까운 사람들 다 죽였던 거랑 똑같이 재현된 것 아니냐. 그때 성공했고, 이번에도 성공했다. 정당정치 중심인 우리나라에서 무소속이 선거에서 살아남는 건 사실상 거의 불가능하다."

-이번 총선에서 여권 대선주자들이 많이 낙마했다. 당선된 김무성 대표도 상처를 많이 입었다. 대신 유승민 의원이 유력 대선주자로 떠오르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이번 총선은 유 의원이 차기 주자로 자리매김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 유 의원은 사실상 현재로서 가장 강력한 카드로 살아남았다. 유 의원의 가능성은 이미 최근 여론조사를 통해 나타났다. 정치는 생물이라, 앞으로 1년 반 남았기 때문에 누구든 예단하기 어렵다. 많은 다양성과 예측 못한 일들이 일어날 수 있다.

여권 내에서 김 대표도 상처를 받긴 했지만 어쨌든 살아있는 카드다. 황교안 국무총리나 김황식 전 총리가 거론되고 있다는 것은 들었지만, 지지율이 몇 %나 나오나. 유의미한 숫자가 나오지 않으면 현재로서는 대선주자 카드로 보긴 어렵다."

-원내대표, 당대표 출마 가능성은?

"저는 아직 뭘 하겠다, 어느 선거에 나가겠다고 고민할 겨를이 없었다. 총선 이제 일주일 지났다. 난 예선을 6개월 치른 것이나 마찬가지라 지역에 인사를 좀 더 다녀야 한다. 5월3일 원내대표 경선 한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서초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보고 결정하겠다."

-지금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가져야 할 자격이나 역할이 뭐라고 생각하나.

"원내대표는 국회의원들의 대장이다.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다. 국회의원은 당원과 국회의원이라는 2가지 신분이 있다. 국회의원으로서 국민을 대표해 행정부를 견제해야 한다. 당원 기능을 국회의원 기능 앞에 세우는 것은 균형을 잃은 것이다. 국민이 왜 우리에게 월급을 주겠나. 국민 대표 아니냐. 행정부를 견제, 감시 하라고 월급 주는건데 이 기능이 더 우선이다.

청와대 돌격대가 되면 안 된다. 원내대표는 균형된 당청관계를 정립하는 중요한 자리다. 주종 관계는 안 된다. 제대로 된 당청관계를 만들 키맨이 새 원내대표다. 이런 인식과 자세가 분명히 있는 사람이 원내대표가 돼야 한다."

-당대표 역할은 어떤가.

"당대표 역할은 이번 공천파동을 통해 얼마나 중요한지 극명하게 부각됐다. 당대표가 중심을 잡고 당원의 뜻을 그대로 반영해내는 주도적 역할을 해야지, 끌려다니면 안 된다. 주도적 역할을 하려면, (청와대) 돌격대가 되면 안 된다. 원내대표는 의원들이 뽑는 거니까, 공천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듯 특정 정파가 깊숙이 개입한, 균형 잡히지 않은 의원들이니까, 원내대표는 선출 결과가 치우치게 나올수도 있다. 하지만 당대표는 국민 의견이 반영돼야 한다. 당대표 출마 의사를 누가 내보이든, 국민들의 현명한 선택을 믿는다."

-비대위원장직을 두고 외부 인사가 맡아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외부 인사의 단점은, 많은 경우 당내 사정을 잘 모르고 국회 운영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 그러다 보니 주로 바지사장이 많다. 바지사장을 하면서, 뒤에서 막후는 따로 있다. 실질적 권한은 막후가 누리고, 책임은 바지사장이 진다. 즉 책임 정치가 안 된다는 단점이 있다. 당내 인사가 되는게 좋은데, 친박 비박 갈등의 골이 깊다. 다들 다음 자리를 바라보고 사심 있으니까, 그러면 안 된다. 사심이 없다는 것이 검증되고 입증된 사람이 해야 한다.

국회의장도 하고, 당내 사정도 알고, 이런 분들 있지 않냐. 정계 은퇴해서 사심 없는것이 입증된 강창희 전 국회의장이라던가, 김수한 전 의장이라던가, 이런 훌륭한 분들이 있는데 왜 정치를 잘 모르는 외부인사를 데려와야 하나."

-박근혜 정부 경제 정책에 대해 한마디 해달라.

"다들 너무 살기 어렵다고 한다. 초이노믹스를 딱 두 마디로 하면, '돈풀기'와 '부동산 띄우기'였는데, 난 처음 이 정책을 할 때부터 얘기했다. 부작용은 확실하게 뚜렷하고 효과는 미미할 거라고. 지금 그대로 됐다. 경제는 살아나지 않고, 기대 효과는 미미하고. 부작용으로 가계부채는 굉장히 급증했고 내용도 악성이다. 전세는 완전 폭증했다. 전세를 월세로 전환해서 월세가 늘어나고 가격도 올랐다. 중산층, 서민 입장에서는 주거비가 큰 항목인데, 이렇게 오르면 월급은 안 올랐으니까 쓸 수 있는 돈이 없다. 주머니가 비었다. 내수나 경제가 위축되고 가라앉을 수 밖에 없다. 굉장히 경제를 힘들고 어렵게 했다. 빨리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어떻게 선회해야 할까.

"체질을 바꿔야 한다. 구조개혁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 IMF 이전에는 낙수효과에 따른 선순환이 있었다. 전체 경제가 8.2% 성장하면 대기업도 8.2%, 중소기업도 8.2%, 근로자 임금도 8.2% 골고루 성장했다. 하지만 지금은 전체 4.5%가 성장하면 재벌기업은 16.8%, 중소기업와 근로자 임금은 2.3%다. 격차가 8배나 난다. 부익부 빈익빈이다.

초이노믹스는 자꾸 대기업을 지원하고 대기업 중심 정책을 하면 수출로 돈을 벌고 우리 경제로 낙수효과를 통해 모든 사람이 잘 사는 허황된 생각을 하고 있어. 이젠 작동하지 않는 옛날 방식이다. 이걸로 경제 운용을 하면 대기업은 더 잘 나가고 중소기업은 더 어렵게 된다. 체질개선, 구조개혁이 필요하다."

-20대 국회에서 추진할 중점 법안은.

"내가 가장 먼저 낼 법안은 '경제법치'다. 지금 재벌들은 사실상 '탈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중소기업, 하청업체가 이득을 취하지 못하게 하고 가져간다. 사실 공정거래법 등 기존 법들이 다 있다. 이걸 재벌이 지키지 않는다. 대놓고 법을 어겨도 처벌은 안 한다. 법정까지 가지도 않고, 유죄를 겨우 받아도 구속 안 되고 집행유예나 받고, 간혹 구속되도 금방 정치적 사면을 받는다. 법을 어겨도 처벌을 안 받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누가 법을 지키나. 법을 어기면 법대로 처벌 받게 한다는 내용이다. 재벌들도 그래야 법을 지키며 사업한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개정안을 준비 중이다.

-이번 총선 결과는, 사실상 박근혜 대통령식 통치 스타일을 부정한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어떤 식으로 바뀌어야 할까.

"지금까지 대통령 스타일은, 내가 옳으니 나를 따르라는 식이었다. 국민의 목소리 듣고, 의견을 존중하고, 국민을 따르는 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이 마음을 풀고 지지할 것이다. 그동안에는 '대통령이 이걸 원하니 이렇게 해주세요' 이런 식으로 진박 후보, 호위무사들이 마케팅 했다. 그러다보니 국민은 '국민이 대통령을 위해 존재하나'라는 느낌 받았다. 국민들은 그런 느낌을 더 이상 원치 않는다.

대통령이 국민을 위해 뭘 해야 하는지 묻고 존중하는 방식으로 바꾸면 국민들은 대통령을 더 지지할 것이다."

-친박계는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그동안 친박계는 대통령을 위하기 보다는, 대통령을 팔아 내자리 얻겠다 이랬다. 자신을 희생해서 대통령을 위하겠다, 이런 모습 보여야 국민들의 화가 누그러질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도 보면, 장관 수석 등 다 나와서 대통령을 팔지 않았나. 대통령을 위하는 사람이라기보다는, 대통령을 팔아 내 한자리 얻겠다는 친박이 너무 많았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국민들께서 새누리당에 사랑의 회초리를 드셨다. 우리가 이때 완전히 달라지는 모습, 반성하고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타이밍을 놓치면 사랑은 없고 회초리만 있을까봐 걱정이다. 반성에도 골든 타임이 있다. 때가 지나면 반성해도 소용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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