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영 기자]검찰의 가습기 살균제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가습기 살균제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은 가습기 살균제 제조사 옥시레킷벤키저(옥시)의 민원 담당 직원들에게서 "2001년부터 가습기 살균제를 쓴 사람들이 호흡 곤란 등 부작용이 있는 것 같다며 지속적으로 민원을 넣었고 이를 상부에 보고했지만 별다른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옥시가 문제 상품인 '옥시싹싹 뉴가습기 당번'을 출시한 게 2001년이고, 임산부 4명이 잇따라 원인을 알 수 없는 폐 손상으로 숨지면서 가습기 살균제 문제가 불거진 게 2011년이다. 21일 검찰 조사를 받은 직원 2명은 2001년부터 2011년 사이에 옥시 민원 담당으로 일했다.

이들은 이 기간 구토와 어지럼증, 호흡 곤란 등을 호소하면서 원인이 가습기 살균제 같다는 소비자 의견이 수십 건 들어왔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이런 민원에 대해 옥시 측은 '가습기 살균제에 인체 유해 성분이 없기 때문에 증상의 원인이 가습기 살균제는 아니다'는 답으로 일관했다고 한다.

검찰은 민원 담당 직원들의 진술을, 옥시 경영진이 가습기 살균제가 인체에 유해할 수 있다는 점을 이미 알고서도 문제 해결에 나서지 않거나 의도적으로 외면했다는 정황 증거로 보고 있다.

앞서 검찰은 옥시가 홈페이지에 올라온 가습기 살균제 관련 부작용 호소·항의 글을 삭제한 사실도 확인한 상태이다.

검찰 관계자는 "옥시가 진작 사태를 파악하고 수습에 나섰다면 피해자를 크게 줄일 수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며 "민원 담당 직원들의 보고가 경영진 어느 선까지 올라갔고, 누가 보고를 묵살했는지 추가 조사할 예정"이라고 했다.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영국계 다국적기업 옥시레킷벤키저(옥시) 마케팅 담당 직원 3명을 추가 소환한다.

또한 검찰은 제품을 안전하다고 광고한 옥시 마케팅 담당자 3명을 25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검찰은 22일 오전 10시부터 옥시 마케팅 담당 전·현직 직원 3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조사했다.

검찰은 이들을 상대로 옥시가 자사 가습기 살균제 제품 '옥시싹싹 New 가습기당번'을 '인체에 무해하다'고 광고해 온 경위 등을 파악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옥시가 제품의 안정성을 광고한 기간이 길다. 해당 기간 마케팅 업무를 담당했던 직원들에게 소환 통보한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이 과장광고와 관련해 업체 관계자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조사하는 건 2012년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발장이 접수된 이후 4년 만에 이번이 처음이다.

한편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다국적기업 옥시레킷벤키저(옥시)에 대해 환경단체가 "살균제 인체 유해성을 알고도 판매했다"고 지적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22일 오전 11시30분 서울 종로구 혜화동 서울대 의대 교육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옥시에 살인죄를 적용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옥시는 SK케미칼로부터 가습기 살균제 원료물질인 PHMG(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의 흡입독성 정보가 담긴 MSDS(물질안전보건자료)를 받았지만 제품 안전성에 대한 추가 검토 없이 살균제를 판매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럽에선 살생제품을 출시하기 전에 안전성을 입증해 역내 회원국의 사전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도 영국기업인 옥시는 한국에선 가습기 살균제에 대해 사전허가를 받지 않아도 되는 점을 이용해 안전성 검사를 하지 않았다"며 "영업이익을 위해 유럽과 다른 잣대를 적용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가습기 살균제로 사람이 죽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는데도 이를 방조한 살인 고의성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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