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배 기자]“제주에 아무리 부동산 광풍이 불지만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몰릴 줄 몰랐습니다.”

지난달 29일 오전 10시30분 개관한 제주시 이도2동 소재 한화 ‘꿈에그린’ 아파트 모델하우스.

이곳에는 아침부터 입주 대기자들이 몰리면서 모델하우스 내부는 물론 모델하우스 건물 인근을 한 바퀴 둘러싸는 입주자 대기행렬이 이어졌다.

특히 이날 정오쯤에는 대기자 줄이 길어지면서 모델하우스와 인근 제주소방서가 연결된 길이 400여m인 블록 전체를 둘러싸는 대기자 행렬이 이어지는 등 이날 하루에만 2000여명이 몰린 것으로 사업 시행자측은 분석했다.

하지만 이러한 분양 열기와는 별개로 고공 행진하던 제주 부동산 가격이 올해 들어 주춤하기 시작했다는 조사가 나왔다.

일각에선 올해부터 본격적인 '숨고르기'에 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1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2014~15년 제주도 아파트가격은 16.08% 오르면서 2년 동안 전국에서 가장 크게 상승했다. 지난해 1년 동안도 12.36% 상승했다. 이는 전국 상승율(4.68%)의 약 3배에 달한다.

가파르게 오르던 제주 아파트 매매가는 올해부터 둔화하기 시작했다. 올 1~3월까지 오름폭이 줄더니 4월에는 보합했다. 지난달 28일에는 약 1년9개월만에 매매가가 소폭 하락하기도 했다.

그동안 유커 등 국내외 관광객이 증가하고 제2공항 등 각종 개발호재가 겹치면서 제주에는 부동산 수요가 꾸준히 이어졌다. 또한 '제주도 한달살기' 트렌드 등에 힘입어 해마다 매년 약 60만명 씩 인구가 유입해 주택 수요도 증가했다.

제주는 한라산과 해안 지역 등 상당수가 개발규제로 묶여 물량은 부족한 편이다. 수요대비 물량 부족으로 제주 부동산 가격은 최근 단기간에 급격히 올랐다.

가파른 가격 상승의 피로감에 올해부터 부동산 가격이 조정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높은 가격에 부담을 느낀 제주 주민들의 수요가 위축된 것이 주요한 요인으로 지적된다.

제주의 한 공인중개사는 "2~3년 전 3.3㎡당 1000만원 하던 아파트가 지금은 1500만원까지 올랐다"며 "'육지사람들'이 가격을 올려놓은 탓에 정작 제주 사람들은 집살 엄두를 못낼 정도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외부 사람들은 체감하지 못하겠지만, 제주 주민들은 몇년 사이 가격 상승을 더 피부로 느끼는 것 같다"고 전했다.

하지만 잠시 '주춤'하는 수준일 뿐 중·장기적으로는 다시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제주 제2공항과 신화역사공원, 예례휴양단지 등 각종 개발사업과 해군기지 완공 등 개발호재가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미 세계적인 관광지로 자리잡은 만큼 관광객의 발길은 계속 이어지면서 관광개발 투자수요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관광산업의 특성상 경기나 천재지변 등 돌발변수의 영향을 받겠지만 이또한 일시적인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경수 부동산개발협회 사무국장은 "제주 부동산가격이 비싸기는 하지만 그만한 개발호재와 수요가 있어 형성된 만큼 이를 거품으로 단정짓긴 어렵다"며 "부동산 가격은 한 번 오르면 쉽게 떨어지지는 않는 특성이 있다. 이미 가격이 많이 오른 상태인 만큼 상승세는 둔화하겠지만 쉽게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 덧붙였다.

하지만 갑작스런 외부 충격에 가격이 하락할 수도 있다.

중국 투자수요가 가격의 상당부분을 끌어올린 만큼 중국 경기 침체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중국이 해외투자를 규제하는 등의 중국 내 변수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국내 경기가 위축되면 제주 관광객의 다수를 차지하는 국내 관광수요도 줄어들 수 있다.

조명래 단국대 도시지역계획학과 교수는 "가격이 너무 오르면 이전보다 수익률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가격이 오를 수록 이전보다 투자수요가 줄어들 수 있어 마냥 낙관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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