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영 기자]"여자의 머리카락은 빛을 내어 남자들을 흥분시킨다. 그게 여자가 베일로 머리를 가려야 하는 이유다. 만약 베일을 쓰지 않는 게 더 문명화된 것이라면, 동물들이 우리보다 더 문명화됐다고 말해야 할 것이다."

이슬람 원리주의 국가 이란 출신의 작가 마르잔 사트라피는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페르세폴리스'에서 종교혁명을 완수한 호메이니 정권은 1979년 이란 여성들이 히잡을 입어야 한다고 공포하며, 이같이 밝혔다고 전했다.

중동 전문 매체 알 모니터는 '이란의 화장품 붐'이란 제목의 최근 기사에서 주부 마타브씨처럼 빵집에 가는 짧은 시간을 위해 아이라이너를 그리고 립스틱을 바르는 이란 여성이 많다고 소개했다. 박근혜 대통령 이란 국빈 방문을 계기로 이란 화장품 시장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시장 조사 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14년 이란의 화장품 시장 규모는 10억달러(약 1조1400억원)로 전 세계 7위였다. 한국(9위)보다 높은 순위다. 여성들이 히잡으로 온몸을 가리는 이란에서 예상을 단박에 깨는 수치다. 왜 이란에선 화장품이 불티나게 팔릴까.

전문가들은 "아름다움에 대한 열망이야 전 세계 어디나 똑같다"고 답한다. 특히 이란 여성들은 몸을 가리면서 되레 노출되는 눈과 입술 등 얼굴 치장에 더욱 공을 들이는 경향이 있다는 게 식품의약품안전처 설명이다.

앞서 언급한 '페르세폴리스' 발간 이후 37년이 지난 지금도 이란 여성들은 히잡을 입는다. 이란 여성들은 9세가 되는 날부터 히잡을 입어야 하며, 이란 경찰들은 여성들의 옷차림을 엄격하게 통제한다. 히잡은 존중받아야 할 이슬람의 종교와 문화로 받아들여지기도, 여성에 대한 통제와 억압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이란 여성들이 자신의 매력을 드러내지 말라고 배워왔다는 것이다. 공항의 남녀 출입문이 따로 있고, 수영장도 남녀 이용시간대가 다르다. 이 나라에서는 여성들이 '부적절한 장소', 즉 공공장소에서 남성과 어울려 축구경기를 보는 것이 금지되기도 했다.

억압될수록 더 간절해지기 때문일까. 이란에서 화장품이 폭발적으로 팔려나가고 있다. 국내업계에서도 박근혜 대통령의 이란 순방을 계기로 K뷰티를 이란에 전파하겠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코트라의 최근 보고서(이란 화장품시장 동향 및 진출 방안)에 따르면 이란 화장품 소비시장 규모는 무려 세계 7위다. 세계 9위인 우리나라보다 더 큰 시장이다.

이란의 20~40대 여성 인구는 전체 인구의 약 20%로 추정되며, 이들은 중동 여성 화장품 시장 27억 달러 중 12억 달러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란 여성들은 주로 립스틱, 아이섀도 등 색조화장에 공을 들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옷차림으로 매력을 드러내기 힘들기 때문에, 눈 등에 짙은 메이크업을 하는 추세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란 화장품 시장은 미성숙 단계로, 소비자들의 제품구별 인지능력은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업계는 이 때문에 이란 시장의 잠재력이 더 크다고 보고 있다.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 손성민 연구원은 "이란은 인구 자체가 많고, 인구의 60%가 30대 이하"라며 "얼굴을 가리는 수준이 이슬람 국가마다 다소 다른데, 이란은 상대적으로 얼굴을 많이 드러내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젊은층들을 중심으로 진한 화장 등 기존의 문화에 반하는 굉장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손 연구원은 "이란 진출을 위해서는 국내 기업들이 이슬람문화권을 충분히 이해하고, 기존의 한류를 활용할 필요성이 있다"며 "할랄인증 등을 충분히 확인하고, 프리미엄시장이 큰 만큼 고급화전략을 추진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시사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