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배 기자]5월은 봄꽃과 어우러진 신록의 계절이다. 모든 자연 조건이 완벽하다. 집안이 편안하지 못하면 사회에서 성공할 수 없다는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의 달이기도 하다.

그러나 직장인들의 마음은 그리 편치 않다.

지난해 결혼한 윤자윤(31·여)씨는 가정의 달을 맞아 다니고 있는 은행의 도움을 받았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챙겨야 할 사람이 두 배로 늘었기 때문이다. '5월의 신부'가 되겠다며 청첩장을 보내오는 친구들마저 야속하게 느껴졌다.

윤씨는 "결혼 후 챙겨야 할 가족이 두 배로 늘어나면서 가정의 달이 무섭기까지 하다"며 "예전에는 부모님과 밥 한 끼 먹는 것으로 지나갔지만 이제는 양가 부모님 용돈에 남편 조카들 장난감까지 챙겨야 한다"고 토로했다.

가족과 주변 사람들의 소중함을 생각해보는 5월 '가정의 달'이다. 늘어난 빨간 날을 생각하면 기분이 좋다가도 각종 기념일만 생각하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손에 쥘 새도 없이 빠져나가는 돈 때문이다.

윤씨는 "은행에서 일하니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직장인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며 "5월에는 다른 달보다 대출 문의가 늘어나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학원 강사로 일하는 한현희(31·여)씨는 "내년 결혼을 앞두고 있어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다"면서 "올해는 부모님 용돈과 선물은 생략하고 간단히 식사만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날, 부부의날….'

직장인들에게 5월은 말 그대로 부담 백배다. 얇아진 지갑으로 각종 기념일과 결혼식 등 행사가 몰려 있는 5월을 보내야 하는 심정이 편치 않다.

실제로 직장인 10명 중 7명은 5월에 금전적인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온라인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직장인 99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70.3%가 '가정의 달 중 부담스러운 기념일이 있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선물과 용돈 등 경제적인 지출이 커서'라는 대답(60.8%)이 압도적이었다.

직장인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념일로는 어버이날(78.5%)이 꼽혔다. 직장인들의 어버이날 평균지출액은 20만9000원이었다. 그중 미혼자는 11만9000원을 계획했다. 반면 기혼자들은 미혼자보다 약 26만원 높은 37만7000원의 지출을 예상했다.

이 때문에 직장인들은 지출을 줄이기 위한 묘안을 찾고 있다. 올해는 황금연휴지만 고향에 내려가지 않거나 회사내 야근을 지원하는 직장인들도 있다. 가족 행사 대신 안부 전화로 지출을 줄이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기도 한다.

서울 금융권에 종사하는 이정현(33)씨는 "대체휴일까지 생기며 연휴가 길어졌지만 올해는 고향인 부산에 내려가지 않기로 했다"면서 "하루는 회사에 나가 잔업을 하고 나머지 날은 집에서 휴식을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업에 다니는 최두선(35)씨는 연휴를 맞아 태국으로 여행을 간다. 그는 "부모님께는 죄송하지만 올해는 안부 전화만 드렸다"며 "가정의 달에 들어갈 비용을 절약해 해외여행을 계획했다"고 했다.

어떤 직장인들은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을 한 번에 해결해 비용을 줄이는 방법을 택했다.

광고회사에 근무 중인 이은희(32·여)씨는 "올해 가족 기념일은 1박2일 가족여행을 가는 걸로 대체하기로 했다"며 "지난해 부모님과 조카 용돈과 선물에 쓴 돈보다 예산이 줄었다"고 웃었다.

딸 둘을 키우고 있는 전업주부 신윤영(33)씨는 "올해는 남편, 딸과 함께 시부모님 모시고 가까운 교외로 나가기로 했다"며 "남편이 어린이날, 어버이날, 부부의날까지 간소화하자고

낸 아이디어에 모두가 찬성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