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영 기자]"'창의력 있게 일을 해봐라'고 요구해도 그런 환경을 접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른다. 젊은 친구들을 위해 창의성을 발휘할 공간과 기회를 주고 싶었다"

김현석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사장은 센트럴 파크 오픈에 대해 "입사한 지 5년 이하 친구들의 새로운 생각들을 끌어내고 싶어 고민한 결과"라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4일 삼성전자가 사원들을 위해 단장한 공간 '센트럴 파크'를 찾았다.

3D 프린터 등 첨단 도구들이 즐비한 방 곳곳에 작업 중인 작품들이 어지럽게 놓여있었다. 시험삼아 제작해 본 듯한 헬멧 외에도 절반쯤 작업한 것으로 보이는 톱니바퀴, 장식품 등이 눈에 띈다. 다른 공간에는 세밀한 작업을 할 수 있도록 레이저커터가 자리잡고 있었다.

5800여제곱미터(㎡), 약 1755평에 이르는 드넓은 휘트니스 센터 유리문 바로 앞쪽으로 알록달록한 색상의 실내 암벽타기 코스가 바로 보인다.

러닝머신을 비롯한 각종 헬스 장비들이 둥글게 자리잡고, 트레이너들이 직원들을 기다리고 있다. “시간에 관계없이 삼성전자 직원이라면 누구나 월 3만원에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 한 직원의 말이다. 그야말로 ‘스타트업 삼성’ 문화를 확산하기 위한 본격적인 공간이었다.

“센트럴 파크는 대지면적 약 1만1593평에 달하며 지상1층의 중앙공원과 지하1층 편의시설 및 C-Lab으로 구성됐다”는 것이 관계자의 말이다.

지하1층에 들어섰을 때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축소된 사회'라고 해도 과장이 아닐 만큼 다양한 편의시설들이다.

모바일샵과 카페는 물론 은행 등이 모인 금융 업무 공간에서는 해외법인으로 특송을 보내는 것도 가능하다. 직원들은 은행 업무를 마치고 수다를 떨며 카페에서 커피를 테이크아웃해 사무실로 돌아간다. 이 모든 일이 바깥 길거리가 아니라 회사 내에서 이뤄진다.

새롭게 단장한 휘트니스 센터는 운동장 반 바퀴에 가까운 넓은 공간과 각종 운동 기기들을 자랑한다. 한쪽에 부스가 설치돼 스쿼시 등을 즐길 수도 있다. 사내 동호회를 위한 공간들도 마련됐다. 삼성전자 내에서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연극 동호회를 위한 무대와 홀, 문화예술 동호회들이 쓸 수 있는 합동연습실까지 준비됐다.

"사원들끼리 교류하고 소통할 공간이 많아져 좋다. 우리끼리 센트럴 파크로 인해 애사심이 올랐다는 농담까지 한다" 수원삼성디지털시티에서 만난 삼성전자 사원 김모(26)씨는 갓 지어진 '센트럴 파크'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못했다.

직원들 사기 향상을 위한 센트럴 파크의 공간들 중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곳은 단연 'C-Lab'이다. 토론과 협업을 지향하는 집단지성 공간 C랩은 삼성전자를 '스타트업 기업'처럼 바꿔 열린 소통문화를 지향하겠다고 한 올해의 목표에 가장 부합하는 공간이다.

아이디어와 열정만 있으면 누구나 바로 이용 가능한 C랩 공간에서는 이미 사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활발한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다함께 노트북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진지함이 묻어났다.

이날 만난 삼성전자 관계자는 “직원들의 창의력을 키워주기 위해 회사가 투자하고 있는 것”이라며 “앞으로 C랩을 통한 아이디어 구체화와 개발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C랩 내부에 3D프린터와 인두 작업대 등을 가져다 놓고 직원들이 아이디어를 구현하거나 시제품을 제작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또 “C랩을 통해 산출한 아이디어를 전시하고 공유하는 공간도 7월에 꾸밀 계획”이라고 말했다.

수원 사업장에 근무하는 삼성전자의 한 직원은 “그동안 동호회를 들지 않았었는데 적합한 공간이 생겨 좋다”면서 “앞으로 동호회 활동이 더 활발하게 이뤄질 것 같다”고 말했다.

센트럴파크 내에는 은행과 카페, 모바일 샵, 택배 등을 이용할 수 있는 편의시설이 대거 마련됐다. 김현석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사장은 “입사한 지 5년차 이하의 젊은 직원들이 창의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하는 데 신경을 쓰고 있다”면서 “실제로 C랩 과제 아이디어가 제품에 반영되는 등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 삼성전자 김현석 사장
이날 삼성전자 김현석 사장은 "소통과 창의성 개발을 위해 C랩을 만들고 고민해온 성과가 최근에 나타나기 시작했다"며 "화제를 모으는 삼성전자의 TV 플러스 기능은 C랩 과제로 제출됐던 아이디어가 1년 반 개발기간을 거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 사장은 "세리프 TV도 프랑스 유명 가구 디자이너로 홍보하지만 실제로 이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건 과장급"이라며 "과장이 프로젝트 오너가 되어 수석과 전무를 휘하에 두고 일했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창의성을 개발하기 위한 하드웨어를 마련했고 이제 젊은 친구들에게 얼마나 많은 기회, 즉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느냐의 문제가 남았다"며 소통하는 직장 문화를 다져나가겠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시사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