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영 기자] #1. 건설일용직에 종사하는 A(45)씨는 두 자녀를 홀로 키우는 가장이다. 중학생 자녀 1명은 선천성 자폐진단을 받았는데 아내는 극심한 생활고를 견디지 못하고 10여년 전 집을 나갔다.

A씨는 감당하기 어려운 병원비와 생활비 때문에 은행 및 저축은행에 3000만원의 빚을 졌다. 하지만 형편은 나아지지 않았고 7년 전부터는 연체된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하는 처지가 됐다. 기초수급자로 월 70여만원의 수급액을 지원받고 있지만 채권금융회사의 압류가 두려워 세탁기도 구입하지 못하고 한겨울에도 수돗물을 이용해 빨래를 했다.

그러던 중 주위 친척을 통해 신용회복지원제도를 접하게 됐다. 신용회복위원회는 신청인의 상황 및 채무현황을 파악해 총채무 3000만원 중 약 1200만원의 연체이자는 모두 감면하고 원금 1800만원의 90%를 깎았다.

또 10년 동안 장기 분할 상환하는 조정안을 마련했다. 이를 통해 A씨는 월 1만5000원 정도의 채무 상환으로 3000만원의 빚 굴레에서 벗어나게 됐다.

#2. 30대 남성 A씨는 부모님 치료비에 보태기 위해 3000만원을 대출했다. 유통회사에 근무하는 그는 안정적인 수입이 있어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회사 창고에 불이 났고 졸지에 실업자가 됐다. 설상가상으로 재취업을 준비하던 중 금융회사로부터 신용대출의 만기가 지났으나 상환하라는 연체 통지문을 받았다. B씨는 주변 지인들에게 손을 벌렸으나 모두들 경기가 어렵다며 거절했고 결국 빈손으로 금융회사에 찾아갔다.

마음을 졸인 A씨는 은행에서 채무조정 지원제도를 알게 됐다. 신용회복위원회는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라며 재취업을 준비하는 동안 대출상환을 유예하고, 재취업 이후 분할상환 방식으로 빚을 갚으라고 조정했다.

이들처럼 빚을 갚기 어려운 서민은 금융회사와 협의를 통해 채무를 조정하는 신용회복지원제도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신용회복위원회의 채무조정은 현재의 소득에 비해 빚이 과도해 갚기 어려운 서민들을 대상으로 연체이자 감면, 원금일부 감면, 상환기간 연장 등의 채무변경을 통해 채무자의 경제적 회생을 지원한다.

법원이 주관하는 공적(公的) 채무조정으로 가기 전 이용하는 절차로 금융회사와 협의를 통한 사적조정제도이므로 신속한 결정이 가능하다.

특히 연체기간이 3개월 이상인 장기 채무자는 개인워크아웃을 눈여겨 볼만하다. 3개월 미만 단기 채무자를 대상으로 하는 프리워크아웃은 상한기간을 연장하거나 이자율을 깎지만 개인워크아웃은 갚아야 할 원금 일부를 감면해준다

단 총 채무액이 15억원 이하여야 하며 통상 최저생계비 이상의 수입은 있어야 한다. 최소한의 상환능력은 있어야 구제를 받을 수 있는 셈이다.

신용회복위는 지금까지는 채무자의 소득 등 상환 능력을 고려하지 않고 원금 감면율을 50%로 적용했다. 앞으로는 채무자의 가용소득(채무자의 월 소득에서 생계비를 차감해 산출) 수준에 따라 원금 감면율을 30~60%로 다르게 적용한다.

또 고령자, 기초생활수급자, 중증장애인, 한부모 가정 등 취약계층에게는 원금 감면율을 90%까지로 높였다. 종전에는 70%였다.

최근 서민 금융생활지원에 관한 법(서민금융진흥원법) 제정으로 신복위는 사단법인에서 특수법인으로 법적 지위가 바뀐다.

또 채무자 채권을 보유한 금융회사는 신복위와 개인 신용회복지원협약 체결을 의무적으로 맺어야 한다.

이에 따라 개인워크아웃에 참여하는 금융사가 현재 3650여에서 4400개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신복위 관계자는 "참여 금융사 확대에 따라 채무조정의 혜택을 받는 채무자들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며 "서민들이 회생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앞으로는 전 금융권에서 채무조정 지원정보를 안내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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