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배 기자]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형사 사건을 맡아 부당한 변론을 한 혐의로 체포된 최유정(46) 변호사가 투자사기 업체에 투자해 고수익을 챙기는 등 유착이 의심되는 정황이 나와 검찰이 수사 중이다.

최유정(46·여) 변호사는 2년 전까지 탄탄한 경력의 중견 판사였다. 현직 법관 시절 인정 많고 글솜씨 좋은 판사라는 평을 들었다. 그런 그가 어쩌다가 대형 법조비리 사건의 핵심 피의자로 전락했을까.

최 변호사는 2014년 2월 전주지법 군산지원 부장판사를 끝으로 16년간의 법관 생활을 관뒀다. 가족 병 수발과 남편과의 불화 등 집안 사정 때문이라고 주변에 말했다고 한다. 그는 한 대형 로펌에 들어갔지만 보수 문제 등으로 갈등을 겪다가 6∼7개월 만에 나왔고 같은 해 12월 서울 서초구 법원청사 앞에 개인사무실을 냈다. 최 변호사는 2007년 수원지법에서 근무할 때 대법원이 발간하는 월간지가 선정하는 문예상 대상을 수상한 적이 있다. 법조 전문지에 칼럼도 기고하는 ‘문학 판사’로 유명했다.

법원 내부에서는 최 변호사가 지난해 초 이숨투자자문(이숨) 이사 직함을 갖고 있던 브로커 이모(44)씨와 교류를 시작한 것이 화근이 됐다는 시각이 많다. 함께 체포된 최 변호사 사무실 사무장 권모씨도 이씨 부하 직원이었다.

이씨는 최 변호사를 이숨 측과 연결시켜 줬다. 최 변호사는 지난해 7월 이숨에 1억원을 투자해 2개월간 1500여만원의 수익을 거둔 기록이 있다. 8월에는 이숨 운영자 송모(40)씨의 ‘인베스트 사기사건’ 항소심을 맡았다.

1심에서 징역 4년이 나왔던 송씨는 2심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으로 감형됐다. 그러나 1300억원대 이숨 투자사기로 다시 체포돼 지난달 징역 13년이 선고됐다. 검찰은 최근 송씨를 불러 이 두 건의 수임료로 50억원 이상을 지급했다는 진술을 받았다.

이씨는 속칭 ‘카드깡’ 업자들과 결탁해 45억원을 유통시킨 혐의로 기소돼 2014년 9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다. 당시 판결문에는 “이씨가 검사, 변호사, 검찰 수사관 등과 친분 관계를 맺고 현직 경찰관과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면서 변호인 선임, 수배 현황 조회 등 편의를 제공한 정황이 발견된다”고 나와 있다.

한편 법조계에 따르면 최 변호사는 1천300억대 투자사기로 회사 관계자들이 줄줄이 기소되고 회사는 결국 폐업한 이숨투자자문 사건에서 '투자자'로 이름이 등장한다.

이 회사 실질대표 송모(40)씨 등은 지난해 3월부터 8월까지 "해외 선물에 투자하면 3개월 뒤 원금을 보장하고 매달 2.5%에 이르는 수익을 보장한다"며 투자자 2천772명에게서 총 1천381억6천여만원을 끌어모은 혐의로 기소됐다.

회사 측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계약 현황에는 자신의 이름으로 직접 증권사 계좌를 개설한 투자자 100여명이 등장한다. 최 변호사의 이름도 여기에 포함됐다.

최 변호사는 지난해 7월 한 증권사에 계좌를 개설하고서 1억원을 예치해 2개월간 1천500여만원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이 건은 정상적인 해외 선물투자로 운용돼 언뜻 사기 사건과 직접적인 관계를 찾기 어려워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검찰은 이숨 측이 더 많은 투자자를 모으고자 정상적인 사업으로 비치게 할 목적으로 극히일부 사례에 한해 정상적인 투자 건을 남긴 게 아닌지 들여다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상 '눈속임' 목적의 거래에 참여해 수익을 올린 점 등에 비춰 검찰은 이숨 측과 최 변호사의 유착 관계가 깊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지난달 12일 최 변호사와 정 대표의 구치소 폭행 논란이 벌어졌을 때 최 변호사를 대리해 강남경찰서에 고소장을 낸 것도 이씨다. 그는 자신과 최 변호사가 사실혼 관계라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이원석)는 최 변호사의 부정 수임 이면에 이씨가 있는 것으로 보고 그의 행방을 추적 중이다. 최 변호사에 대해서는 11일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검찰은 10일 정 대표가 해외 원정도박 혐의로 경찰과 검찰의 수사를 받을 때 변호를 한 홍모(57) 변호사 사무실과 집을 압수수색했다. 최 변호사를 압수수색한 지 일주일이 지난 시점이다. 검찰 핵심 요직을 거쳐 검사장까지 지낸 홍 변호사는 ‘사건을 싹쓸이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의 대표적 전관 변호사다. 2013년 월평균 소득 7억6000여만원, 연간 91억2000여만원을 벌어 법조인 중 소득 1위를 기록했다.

검찰은 서울지방변호사회와 세무서 등에서 확보한 자료를 분석해 홍 변호사의 탈세 혐의를 포착했다. 그는 피의자로 입건된 상태다. 검찰은 홍 변호사가 브로커 역할을 하는 ‘외근 사무장’을 통해 거액의 사건을 수임한 뒤 소득 신고를 고의 누락한 것으로 의심한다.

최 변호사는 모 부장판사에게 전화를 걸어 송 대표의 결백함을 주장하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해당 판사는 단호히 전화를 끊었고 '전화 변론'은 실패했다. 재판부는 송씨에게 지난달 4일 징역 13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한편 최 변호사와 이숨 측의 유착 관계까지 드러난다면 사건은 이숨 을 비롯한 다른 업체의 '사건 무마 로비' 의혹으로도 번질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최 변호사는 네이처리퍼블릭이나 이숨 외에도 다른 기업 오너들이 연루된 형사사건을 고액에 수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오너의 상습도박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D사나 횡령 혐의로 기소된 S사의 사건에서도 최 변호사가 정식 수임 절차를 거치지 않고 수십억대의 수임료를 챙겼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이 같은 최 변호사의 고액 수임 의혹 관련 내용을 담은 진정서가 최근 서울변회에 제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해당 업체들은 최 변호사의 사건 수임에 대해 확인된 내용이 아니라며 부인했다. D사 관계자는 "우리는 형사사건을 최 변호사와 무관한 법무법인에 맡겼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검찰은 관련 내용에 대한 보강조사를 거쳐 체포 시한인 11일 오후께 최 변호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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