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 여부, 오는 13일 밤 결정

 
[이미영 기자]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으로 검찰에 소환됐던 신현우(68) 전 옥시 대표가 포토라인 앞에선 피해자들에게 사과하고, 뒤에선 자신의 변호사에게 "내 연기 어땠어요?"라고 말한 것으로 확인돼 충격을 주고 있다.

12일 한 매체에 따르면 신 전 대표는 지난달 26일 1차 소환조사가 진행될 때 “가습기 살균제 위해성을 몰랐다”는 발언을 한 뒤 “피해자와 유가족분들에게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는 침통한 표정을 짓거나 몸을 떠는 등의 행동을 하기도 했다. 그는 허리를 연신 굽신거리며 몹시 침통한 표정을 지었고 온몸을 부들부들 떨기도 했다.

1~2분의 사과 발언 뒤 신 전 대표는 조사를 받기 위해 청사로 들어갔다. 그런데 기자들로부터 벗어나자마자 동행하고 있던 자신의 변호인을 바라보며 "내 연기 어땠어요?"라고 태연하게 말했다는 것이다.

신 전 대표가 조사실로 이동하면서 이 말을 할 당시 가까이 있던 검찰 직원이 이를 듣고 중간 간부에게 보고했고, 이영렬 지검장 등 서울중앙지검 수뇌부에도 이 내용이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신 전 대표가 그런 발언을 했다는 말을 처음 듣고 소름이 돋았다"며 "온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을 향해 했던 사과가 전부 가식이었다니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고 어이없어 했다.

이 관계자는 "당시 신 전 대표는 자기 근처에 있던 이가 검찰 직원이라는 사실을 몰랐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신 전 대표는 검찰에 두번째 소환됐던 지난 9일에는 "피해자와 유가족분들에게 고통과 많은 피해를 줘서 죄송하다. 진심으로 다시 한번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남은 여생, 참회하고 유가족 분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해서 평생 봉사하며 살겠다"고 다시 머리를 숙였다.

그러나 검찰 측에서는 이 때의 발언도 '연기'가 아니었냐며 진정성에 의구심을 갖고 있다.

법조계 한 인사는 "다른 사람도 아닌 본인 입으로 '연기'라는 표현을 한 만큼 신 전 대표가 그간 했던 사과는 결국 진정성이 없는 것으로 봐야 하지 않겠느냐"며 "신 전 대표의 이런 이중적 태도는 옥시가 이 사건을 어떤 태도와 생각으로 대하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이 사건이 발생한 지 이미 5년이 지나 혐의 입증이 쉽지 않은 만큼 신 전 대표 본인이 형사처벌까지 받지는 않을 것으로 내심 판단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분석하고 있다. 그런 자신감이 있기 때문에 앞과 뒤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신 전 대표는 옥시가 2000년 말 가습기 살균제 원료물질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을 첨가한 제품 '옥시싹싹 New 가습기당번'을 처음 제조할 당시 이 회사 최고 경영자로 일했다.

신 전 대표는 가습기 살균제를 출시하면서 흡입독성 실험 등 안전성 검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인명 피해를 낸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가습기 살균제가 인체에 무해하다고 광고하는 과정에서 관련 법을 위반한 혐의도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신 전 대표에게 업무상과실치사 및 과실치상 등의 혐의를 적용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신 전 대표의 구속 여부는 오는 13일 밤 결정될 예정이다.

한편 이러한 이중성이 알려지자 네티즌들은 “국민을 얼마나 만만하게 보면 저러겠나”며 “이번 건으로 일벌백계해서 모범을 보여야한다”는 강경한 주장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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