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웅섭 금융감독원 원장
[김선숙 기자]진웅섭 금융감독원 원장<사진>이 조선·해운사에 대한 여신 규모가 큰 세 곳의 은행을 향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이들 은행이 부실자산을 제대로 계상해서 털지 않고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13일 금감원에 따르면 진 원장은 12일 오전 서울의 한 호텔에서 KEB하나·NH농협·우리 은행의 행장들과 만나 기업 구조조정에 대해 논의했다.

금감원 고위관계자에 따르면 진 원장은 이 자리에서 은행들이 배당이나 당기순이익에 대한 압박 때문에 손실인식을 명확히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부실자산과 관련한 손실인식을 제대로 해서 부실자산을 빨리 털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부실대출에 대비해 쌓는 충당금을 충분히 적립하라고도 했다.

은행들은 부실대출에 대비해 충당금을 마련해야 하는데, 기업 구조조정으로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하는 기업이 늘어나면 은행의 충당금 부담도 커진다. 충당금의 증가는 당기순이익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에 은행들은 여신을 부실대출로 분류하기를 꺼린다.

일례로 대부분의 은행은 3년 연속으로 이자보상배율이 1을 밑돈 대우조선해양의 자산건전성을 '정상'으로 분류했다.

이자보상배율이 1미만인 기업은 영업을 통해 번 돈으로 이자조차도 지불하지 못하는 기업을 뜻한다. 3년 연속으로 이자보상배율이 1미만일 경우 신용위험평가 대상에 포함되는데, 은행들은 이러한 부실기업의 자산건전성을 가장 높은 등급으로 평가한 것이다.

하나·농협·우리 은행도 현재 대우조선해양 여신을 정상으로 분류하고 있다. 특히 농협은행은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여신이 1조5131억원에 달한다.

진 원장은 이들 3개 은행이 조선·해운사에 대한 여신 비중이 크다는 점을 감안해 만남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KB국민·신한 은행은 부실업종에 대한 여신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아 참석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우선 하나은행은 이날 자구계획안을 제출한 현대중공업의 주채권은행이다. 진 원장은 하나은행을 향해 현대중공업의 회생 대책을 잘 검토해달라고 특별히 요청했다. 하나은행은 또 대우조선해양과 관련해 7000억원 규모의 익스포저를 떠안은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은행은 국책은행인 KDB산업·한국수출입 은행 다음으로 조선·해운 관련 익스포저 규모가 크다.

전통적으로 국가 기간 산업에 대출을 많이 공급해온 우리은행의 경우, 올해 1분기 기준으로 대기업 여신 잔액이 43조8070억원으로 나타나 시중은행 중 대기업 여신 규모가 가장 컸다.

한편 진 원장은 "기업구조조정과 관련한 상황을 지켜보면서 수시로 은행 관계자들과 만남을 갖고 필요한 이야기를 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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