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일기획
[이미영 기자]최근 제일기획 인수를 추진 중인 프랑스 광고 커뮤니케이션 회사 퍼블리시스가 국내외 조직 개편에 나섰다.

퍼블리시스 그룹은 아시아, 유럽, 라틴아메리카, 중동, 아프리카 지역 에이전시 브랜드를 모두 ‘퍼블리시스 원(Publicis One)’이라는 하나의 관리체계로 통합한다고 지난 10일 밝혔다.

제일기획 ‘주인’이 바뀐다는 말이다

"삼성 계열이 아닌 낯선 외국 회사로 매각되면 회사를 떠나야 하는 것은 아닐까."

"지난 1분기엔 매각설에 휩싸이며 뒤숭숭한 분위기였지만 이달 들어서는 매각은 수면 아래 가래 앉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직원마다 불안한 모습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15일 삼성그룹 계열사이자 국내 광고업계 1위인 제일기획 내부 관계자의 얘기다.

프랑스 퍼블리시와 매각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제일기획내에선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삼성이 제일기획의 지분 일부를 매각하는 수준에서 협상을 마무리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오는 반면 프랑스 퍼블리시스는 제일기획의 경영권 프리미엄 인수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 일각에서는 삼성이 국내 1위 토종 광고업체를 글로벌 회사로 육성하지 않고 해외에 넘기는 것에 대해 여전히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제일기획의 최대주주는 12.64%를 보유한 삼성물산이다. 2대주주는 12.60%를 보유한 삼성전자로 지난 2014년 11월 제일기획이 갖고 있던 자사주 등을 매입한 지분이다. 또 삼성계열사로는 삼성카드가 3.04%, 삼성생명 0.16% 등 계열사가 28.44%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그룹 안팎에선 이 지분을 모두 매각해 경영권을 넘기는 방안을 유력하게 내다보고 있다.

그렇다면 삼성은 왜 제일기획 매각에 나섰을까.

제일기획을 글로벌 광고회사로 키우기 위한 결단이라는 게 삼성 측의 설명이다. 그룹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자생력에 대한 의문이 계속돼 왔었다는 것.

 

삼성의 지난해 말 사장단 인사에서 이서현 사장이 제일기획 사장직에서 물러나면서 매각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특히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 시대에 접어들며 '뉴 삼성'에 초점을 맞춰 새판짜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부회장 체제로 안착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미래먹거리를 위한 사업 확보와 지배구조를 재편하는 큰 그림 속에서 이번 매각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삼성은 2014년 방위산업 부문을 한화그룹에 매각했고, 지난해에는 롯데그룹에 화학계열사를 팔았다. 비주력 계열사를 정리하고 전자·금융을 주축으로 재편하겠다는 의지인 셈이다.

실제 제일기획이 삼성전자를 포함한 그룹 계열사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높다. 제일기획의 1분기 매출총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 증가한 2261억원을 기록했다. 이중 그룹 광고가 60% 이상을 차지했다. 여기에 삼성전자가 진출한 해외 거점마다 동반 진출해 광고사업을 도맡고 있다. 제일기획의 연결 자회사를 포함한 해외 매출 비중은 70%가 넘고 있다.

때문에 이번 지분 매각 협상은 퍼블리시스가 삼성 측에 요청,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퍼블리시스 측에선 글로벌 광고시장의 큰 손인 삼성전자를 잡기 위한 것으로 판단된다. 글로벌 광고업계에서는 퍼블리시스가 삼성전자로부터 연간 2조원 규모의 광고물량을 수주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제일기획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다는 해석도 있다. 퍼블리시스가 최대주주나 전략적 지분투자 관계로 연결되면 글로벌 고객사 중 국내 진출을 염두한 기업들을 제일기획으로 연결해 윈윈 효과가 생길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 측은 "제일기획의 글로벌 네트워크는 삼성전자를 기반으로 다져졌고 자체적인 확장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룹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자생력에 대한 의문은 있어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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